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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e Management

고객만족보다 중요한 고객가치

한인재 | 69호 (2010년 11월 Issue 2)



고객만족보다 중요한 고객가치

한 해를 마무리하는 4분기는고객만족 시즌이라 불릴 만하다. 각종 단체에서 고객만족과 관련한 지수를 이 시기에 발표하기 때문이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KCSI(한국 산업의 고객만족도)와 한국생산성본부가 발표하는 NCSI(국가고객만족지수)가 대표적이다. 언론사가 주관하는 각종 고객만족 관련 시상도 있다. 이 중 NCSI는 분기마다 발표하지만 12월에 나오는 지수가 파급력이 크다. 은행,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증권사, 대형마트, 대형서점, 주유소 등 상품차별성이 그리 크지 않아 고객만족도와 같은 외부 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산업에 대해 평가 결과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이들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고객만족도 평가를 위해 소비자 조사가 실시되는 가을이 오면 조금이라도 점수를 높이려고 노력한다. 영업사원은 물론 본사 직원들까지 동원해 고객, 특히 만족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하는 고객들에게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나 엽서, 편지를 보내는 일이 다반사다. 일부 기업들은 고객 초청 행사를 열기도 한다. 이런 활동들은 꾸준히 시행되는 고객서비스라기보다 고객만족도 점수를 높이기 위한 반짝 이벤트에 가깝다.

고객만족도를 발표하는 단체 중 일부는 고객만족도 향상을 위한 컨설팅 사업도 벌인다. 예를 들면 가을에 실시하는 고객만족도 조사와 유사한 조사를 특정 기업을 위해 봄이나 여름에 먼저 실시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고객만족도와 기업성과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실증연구가 있다. 크리스토퍼 잇너(Christopher Ittner)와 데이비드 라커(David Larcker)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고객만족도가 10점 높아지면 고객유지율은 2% 개선되고 매출액은 3% 올라갔다. 또 고객만족도 지수 발표 직후 5일 및 10일간 주가변동 추이를 분석한 결과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고객만족도 수준에 따라 기업들을 4개군으로 분류한 후, 각 군별 기업시장가치(Market Value) 차이를 분석했다. 각각 고객만족도 평균이 71.7점과 77.2점인 1군과 2군 간 시장가치 차이는 32.2%였다. 2군과 평균 고객만족도가 81.2점인 3군 간에는 10.3%의 시장가치 차이가 났다. 그러나 고객만족도 차이가 4.5점인 3군과 4군 간 시장가치 차이는 0.7%에 불과했다. 단기적 주가변동 효과를 군별로 분석한 결과도 유사했다. 고객만족도가 발표된 직후 1군만이 뚜렷한 주가 하락을 보였고, 3군과 4군 간의 주가상승률 차이는 미미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고객만족도가 올라가면 더 이상 고객만족도를 높여봐야 회사 입장에서 큰 효과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이미 높은 고객만족도를 더 높이는 데 투자하기보다는 상품의 질을 개선하고 차별성을 높이거나 고객 접근성을 개선하는 게 회사의 투자수익률(ROI) 측면에서 낫다는 것이다. 이는 KCSI 조사가 시작된 지 19, NCSI 조사가 시작된 지 13년이 되면서 그동안 꾸준히 고객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킨 결과, 이미 유수 외국 기업 수준에 근접하는 고객만족도를 기록하고 있는 국내 금융사 등 한국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고객만족도는 결과 지표가 아닌 중간 지표라며, “점수 자체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무슨 요인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분석하고, 고객평생가치라는 최종 성과지표와 연동해 만족도를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짝 이벤트로 점수를 올려봐야 비용만 낭비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줄 수 없음은 물론이다. 계열사 및 사업부의 성과 평가에 고객만족도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것도 에너지 낭비만 초래할 수 있다. 몇 점의 고객만족도 차이로 기업들을 비교하고 이를 언론에서 크게 발표하는 행위도 삼가야 한다.

이제 고객만족도를 관리하는 근본 이유를 돌아봐야 할 때다. 기업은 단지고객으로부터 얻는 가치(Value of Customer)’뿐 아니라, ‘고객에게 주는 가치(Value for Customer)’를 향상시키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꾸준히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기업만이 미래에 고객으로부터 더 큰 가치를 얻는 선순환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 한인재 한인재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 AT 커니 코리아 컨설턴트/프로젝트 매니저
    - 에이빔 컨설팅 컨설턴트/매니저 - 삼성생명 경영혁신팀 과장
    db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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