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를 고민하면서 특정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 수험생 또는 결혼 상대자를 고르는 미혼 남녀들을 떠올려보자. 이들 모두 향후 최대의 행복을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고민한다. 앞날을 예측하고 싶은 욕구에 과거 누적 경험 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하거나 심지어 역술가를 찾기도 한다.
기업에서도 수요 예측은 기업의 경영목표를 설정하고 효과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다. 수요 예측이 잘못되면 기업의 운명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령, 1970년대 미국의 전력회사들은 미국 경제발전 정도를 고려해 전력 수요가 향후 매년 7%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에 따라 설비투자를 강화했다. 하지만 시장은 매년 2% 안팎의 성장에 그쳤고, 그 결과 발전 설비를 과도하게 보유하게 됐다. 잘못된 자원 배분은 미국의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윤태섭, 2009)
기업의 수요 예측은 어떤 분야에 대한 것인지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 예측으로 향후 판매 예측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거나 또는 철수를 결정하기 위한 기반 자료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또 전략 대안 별로 결과를 예상하고 예산을 적절하게 배분해 기업 활동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때에도 활용 가능하다. 필자는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회사의 의뢰를 받아 각 상품별 다음 연도의 수요 예측치를 조사해본 적이 있다. 해당 보험사는 상품별 성장성 예상치를 근거로 영업사원 지원, 광고 지원 등 마케팅 자원을 차등 분배하려고 했다. 필자는 상품별 수요 예측을 위해 우선 잠재적 보험소비자를 대상으로 내년도 보험 가입, 유지, 해지 의향을 확인하고 과거 설문 예측의 실현율을 반영해 가입건수를 예측했다. 또 다른 수요 예측 방법은 경기지수를 바탕으로 추세모델을 삽입하고, 보험환경 요소, 자사 및 타사 상품 정책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확정한 수요 예측 모형이었다. 보험회사에서는 전자의 고객조사를 통한 수요 예측을 참조하되, 실제 의사결정에서는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후자의 수요예측모형을 이용했다.
다른 하나는 전혀 새로운 시장이나 새롭게 출시를 계획하거나 리뉴얼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 예측이다. 기업들은 수요 예측치를 바탕으로 시장 진입을 결정하고 투자 규모를 결정한다. 리뉴얼을 포함한 신상품/서비스에 대한 수요 예측의 목적은 수요 잠재력의 추정에서 시작해 불확실성 하에서의 마케팅자원 투입을 위한 의사결정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다.
수요 예측이라고 할 때 계량경제학의 성과가 반영된 시계열 등 계량모형을 일컫기도 하지만, 마케팅 리서치 분야에서는 주로 위에서 언급한 신상품 수요 예측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수요 예측과 관련해 리서치 회사에 기업들이 주로 의뢰하는 주제는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내놓으려는 데 얼마나 팔릴 것 같은가”, “기존 제품을 개선하거나 확장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회사에 기여하는 증분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잘 팔릴 만한 제품/서비스 구성 요소는 무엇이며, 시장 점유율 혹은 매출은 얼마로 예상하는가”로 좁혀진다.
기업의 마케팅 분야에서 수요 예측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전략 또는 의사결정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소비자(응답자)의 마음, 태도 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설문조사를 통해 과학적으로 미래를 예측했다 해도 고객들이 조사 당시의 마음이나 태도를 미래에도 계속 유지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논리적 추정 외에도 실무 경험자의 판단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요 매출 형성 모형
마케팅 수요 예측 과정은 결국 잠재 수요로부터 실제 수요로 범위를 축소시키는 것이다. 반대로 마케팅 과정은 실제 수요를 잠재수요로 확산시키는 과정이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 관점에서의 수요 예측은 실제 수요를 예측하는 것으로, 경쟁상황 및 마케팅 전략 수단의 활용에 따른 수요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수요 예측이 가정하는 잠재 수요는 ‘구매 욕구는 있지만, 구매력은 없을 수 있는’ 수요를 말하며, 제품 및 서비스가 획득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수요를 포함한다. 이는 인지 및 유통이 100%인 상황을 가정하는 것으로 이러한 잠재 수요에 기반해 최종적으로 실질 수요 범위를 산출한다. 유효 수요는 ‘구매 욕구도 있고, 구매력도 있는 수요’를 말하며 잠재 수요에 ‘인지 및 유통’ 요인을 현실적으로 고려한다. 세 번째 단계인 실제 수요는 ‘제품 및 서비스가 실제로 얼마만큼 팔릴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으로 경쟁상황 및 마케팅전략 수단의 활용에 따른 수요 변화를 시뮬레이션해서 최종 결과를 산출한다. 이런 수요의 관점에서 마케팅 실무자는 경쟁 상황 및 마케팅 전략 수단의 활용에 따른 수요 변화 시뮬레이션을 고려해 실제 수요를 산출해야 한다.
수요의 숫자를 제시할 때는 반드시 유효 수요 단계를 거쳐서 제시해야 하므로 위의 3가지 수요 유형 중 2번째 단계인 유효 수요를 먼저 살펴본다. 신상품이 출시돼 최대 잠재 매출 수요를 추정하더라도 인지도나 구득가능성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자사가 경쟁사에 비해 촉진과 유통활동에 어느 정도의 자원을 투입하는가에 따라 수요가 영향을 받는다. 이를 함수화한 모형을 매출형성 모형(models of sales formation)이라고 한다. 가장 기본적인 추정은 자사의 상대적인 마케팅 능력을 감안해 인지도와 구득가능성을 조정해야 한다.
마케팅 측면에서 매출의 수요측면을 구성하는 기본공식은 제품 출시 전과 제품 출시 후를 구분해서 정리할 수 있다. 제품 출시 전이나, 단기적인 매출 형성에 대한 공식은 다음과 같다.
공식1: 제품 출시 전
유효 수요 = 제품 선호도(구입의향)×인지율×유통 커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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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1에서 제품 선호도(구입의향)는 설문조사에서 얻을 수 있고, 인지율과 유통 커버리지는 과거의 자료를 사용하되 사내 마케팅 역량을 감안해서 결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서울에 거주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새로운 TV를 판매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인지율을 20% 수준, 유통 커버리지를 30% 수준으로 설정하고 구입 의향률이 60%일 경우 최대 유효 수요는 12.6만대(350만 가구×60%×20%×30%)로 추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