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결정(pricing)’은 기업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의사 결정이다. 그런데 1996년 돌란(Dolan) 교수와 지몬(Simon) 교수가 집필한 이후 눈길을 끌 만한 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가격 결정 방법론은 여전히 ‘생산 비용 더하기 이익 기준 가격 결정(mark-up pricing)’과 ‘경쟁사 가격을 고려한 가격 결정(competitive pricing)’ ‘고객이 인지한 가치에 기준을 둔 가격 결정(customer perceived value based pricing)’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정보기술(IT)의 발전은 기존의 틀을 뛰어 넘는 새로운 가격 결정 방법, 즉 ‘원하는 만큼 지불(pay as you wish)’ ‘무료화(going free)’ ‘푼돈 지불(penny pricing)’ 등을 가능케 했다. 지난 4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의 라주(Raju) 교수와 장(Zhang) 교수는 이러한 새로운 가격 결정 메커니즘과 그 적용 사례를 정리한1
을 발간했다. 대표적으로 제시된 사례가 영국의 록 밴드 라디오헤드가 시도한 가격 실험이다. 라디오헤드는 7번째 앨범을 발표하면서 팬들이 온라인에서 앨범을 다운로드할 때 돈을 원하는 만큼만 지불하도록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공짜로 다운로드를 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일부 고객들은 20달러 이상을 내기도 했다. 평균 구매 가격은 6달러에 이르렀다. 이 앨범은 300만 장 이상 팔려나가는 대성공을 거두며, 라디오헤드에 사상 최대의 수익을 안겨 줬다. 온라인에서의 성공은 CD와 콘서트 등 오프라인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한국에서도 이런 새로운 가격 결정 방법을 활용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가 있어 왔다. 경영 성과와 수익 구조를 전환할 만큼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모 인터넷 매체는 고객이 원하는 만큼 지불하는 방법을 활용해 이용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본고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도입한 ‘무료 관람 제도’와 함께, 많은 온라인 게임 회사가 적용하고 있는 ‘부분 유료화’ 사례를 소개하고 그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무료 관람’
국립중앙박물관은 2008년 5월 1일 일반 2000원, 청소년 1000원이던 상설 전시관 입장료를 무료화했다. 생활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누릴 권리인 ‘국민 문화 향수권’ 신장을 목표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2008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관람객의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현재(2010년 8월 기준)까지 상설 전시관은 물론, 어린이박물관과 일부 기획 전시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 무료 입장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은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 내셔널갤러리(National Gallery) 등을 무료로 운영하다가, 1999년부터 그 외 주요 박물관 및 미술관으로 무료 관람을 확대해 나갔다. 프랑스는 2000년 루브르박물관(Musée du Louvre)을 포함한 국립 박물관에 매월 첫째 일요일 무료입장 및 청소년 무료입장 제도를 도입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무료 관람 도입 성과는 어땠을까? 더 많은 국민이 박물관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우선 제도 시행 전과 후의 입장객 수 증가 여부를 기준으로 성과를 측정해 봤다. 월별 개장 일수의 차이를 고려해 일 평균 총 입장객(전시 관람객+기타 서비스 사용객)을 비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