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비자들은 자신이 협상에서 모든 카드를 쥐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소비자 중심의 시장에서도 여전히 소비자들은 종종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특히 경기침체로 공산품, 집, 차, 기업 등을 파는 데 애를 먹는 판매자들이 많다 보니 소비자들은 자신이 판매자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여기곤 한다. 이런저런 측면에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몇몇 시장은 그렇지 않다. 또 판매자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다가서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꼭 소비자들이 좋은 조건에서 계약을 하는 것은 아니다. 협상에서 구매자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4가지 함정에 대해 살펴보자.
함정 1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매우 기본적인 얘기일 수 있으나, 중요한 상품 구매 협상을 두고 고민할 때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물어봐야 할 질문 가운데 하나는 내가 정말 그 상품을 원하는가, 혹은 필요로 하는가다.
흔히 우리는 새 차를 산다거나 정말 중요하다 싶은 계약을 할 때처럼 미래의 어떤 사건이 우리에게 오랜 기간에 걸쳐 큰 행복을 가져다 주리라 믿는다. 하지만 대니얼 길버트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와 티모시 윌슨 버지니아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사건들이 안겨주는 기쁨은 대개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가시게 마련이다. 특정한 한 가지 물건을 사는 데 너무 치중하다 보면 우리는 직장이나 가정에서 발생하는 더 자극적인 일 때문에 구매로 인한 즐거움이 금방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또 우리는 거래를 할 때 얼마나 근사하고 멋있어 보이는가에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인다. 맥스 H. 배저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광채 효과’라고 부르는 게 그 예다. 배저먼 교수의 연구 결과, MBA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일자리를 고를 때의 의사 결정 기준은 해당 직무가 자신의 적성에 얼마나 잘 맞는가가 아니라, 초봉이나 회사의 명성이 높은 것일 때가 많았다. 즉 동료들이 보기에 근사한 일자리인가 여부가 기준이었던 셈이다. 이 중 다수는 채 몇 년이 안 돼 회사 인지도는 낮더라도 스스로에게 더 의미 있는 곳으로 옮겼다.
마찬가지로 소비자들도 차를 사거나 회사에서 구매 계약을 처리할 때, 남들에게 자신의 협상력을 과시하는 데만 관심을 둔 나머지 얼마나 싼 값에 샀느냐에만 온 신경을 쏟는 함정에 빠지곤 한다.
해결책:가격을 낮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협상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흥정을 시작하기 전에 그 상품을 정말 갖고 싶은지부터 확실히 하라. 사려는 제품뿐 아니라 선택 가능한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잘 알아보라. 판매자들이 당신을 현혹해 충동 구매를 하게 만들려 들 때는 판매자의 말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번 협상이 나와 우리 가족, 또는 우리 회사의 요구에 부합하는가도 따져보라. 단지 값이 싼 게 이유라면,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일단 유보하는 게 현명하다.
함정 2첫 제안을 판매자의 몫으로 내버려 둔다
협상에서 매우 중요한 또 다른 질문은, ‘내가 먼저 제안을 하는가?’다. 여러분이 처음부터 가격을 너무 세게 부를 게 아닌 이상,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판매자가 먼저 제안을 하게 내버려 두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는 알고 보면 구매자들이 마땅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그 일을 판매자에게 떠넘기는 것일 때가 많다.
협상에서 이런 수동적인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첫 제시가로 판매자가 어떤 ‘닻’을 내렸건, 그 닻이 얼마나 멀리까지 가 닿았건, 그 닻은 당신이 아무리 밀어내려 애를 써도 이후의 협상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최근에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첫 제안가를 제시한 쪽이 거래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닻’의 위력 때문이다.
해결책: 내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닻을 내릴 것인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준비가 관건이다. 구매하려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되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판매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저가를 산출하는 한편,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서 내가 바라는 것과 이 거래 이외의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라. 그 후 공격적이지만 말이 안 될 정도는 아닌 수준에서 첫 거래가를 제시하라. 제시한 가격이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서로 간의 관계 구축 차원에서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덜 양보하고, 첫 제시가를 고집스레 밀고 나가라. 중요한 부분에서 당신이 한 발 물러났을 때, 상대는 최종적인 거래 결과에 더 만족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