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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산 제일기획 스페이스 마케팅 마스터

톡톡튀는 스페이스 마케팅, 고객을 취하게 한다

하정민 | 60호 (2010년 7월 Issue 1)

 

 

스페이스 마케팅은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디자인하는 일입니다. 화려한 매장을 만드는 것보다 매장 직원들에게 톡톡 튀는 의상을 입히는 식의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스페이스 마케팅 전문가인 김재산 제일기획 스페이스 마케팅 마스터의 말이다. 그는 1987년 제일기획에 입사한 후 대전엑스포 삼성 우주탐험관, 올림픽 삼성 홍보관, 삼성전자 글로벌 브랜드숍 디자인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미국 세계 가전전시회(CES), 독일 정보통신기술 전시회(CeBIT) 등에서 삼성전자의 부스 기획을 맡았던 그는 올해 초 ‘마스터’ 자격을 받았다. 마스터는 제일기획이 한 분야에서 국내 최고라고 인정한 사람에게만 주는 명예직이다. 삼성그룹의 첫 여성 임원에 오른 최인아 부사장 등 불과 8명만이 이 칭호를 받았다.
 
김 마스터는 “소비자들이 다른 사용자의 평판이나 제품의 가격 및 속성이 아니라 자신의 체험에 기반해 물건을 구매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다양한 소셜 미디어가 등장하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제품이 만나는 공간만큼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명품 보석업체 티파니의 평당 매출보다 더 좋은 실적을 내는 뉴욕의 애플스토어와 같은 매장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스페이스 마케팅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한국 기업이 많습니다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는 소비자의 최종 구매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인은 쇼핑 공간에서의 경험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세계 판촉용품협회(PPAI)의 조사에서도 구매자의 70%가 구매 현장에서 구매 제품 및 브랜드를 결정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기업들은 광고 등을 접한 소비자가 어떤 물건을 구매할지 미리 정하고 매장을 방문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내리는 건 ‘매장에 들어온 바로 그 순간(FMOT, First Moment of Truth)’의 기분과 감정에 달려있다는 겁니다. P&G는 판매 접점에서의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2004년부터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상품기획, 품질관리, 서비스 관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FMOT 팀도 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정도로 스페이스 마케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까지도 ‘고급스런 인테리어만 갖춰 놓으면 스페이스 마케팅을 한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스페이스 마케팅 전략 중
어떤 점이 잘못됐다고 보십니까
첫째, 과유불급의 교훈을 잘 모릅니다. 한국 기업은 매장이나 제품 체험관에서 한 번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회사를 막론하고 전자제품 매장이나 체험관에 가 보면 TV, 카메라, 컴퓨터 등 각종 제품이 빼곡히 쌓여 있어 고객들이 지나다닐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많은 제품을 전시하고, 많은 홍보물을 제작하고, 광고를 자주 내보낸다고 고객에게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 건 아닙니다. 현대인이 단 하루에 접하는 판매 관련 메시지가 무려 2500개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 제품의 모든 특징과 기능을 다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이것저것 잡다하게 표현하면 해당 기업이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가 고객에게 잘 전달될 리 만무하죠.
 
적은 것이 많은 것이다(Less is more)’란 말이 있습니다. 스페이스 마케팅도 마찬가지입니다. 간결할수록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명품 의류를 파는 매장에 가 보세요. 매장이 엄청나게 넓어도 진열된 의류는 몇 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불과 한 두 벌의 옷만 봐도 해당 브랜드가 내세우려는 핵심 이미지가 무엇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좁은 매장에 많은 제품을 늘어놓고, POP(Point of Purchase, 안내판이나 방문객들의 구매 의욕을 자극하기 위한 다양한 설치 조형물처럼 매장 내부나 출입구에 여러 형태로 등장하는 광고 메시지)를 쌓아 놓는 건 남대문시장 식 마케팅입니다. 이런 방식은 초저가 경쟁에서나 통할 뿐이죠.
 
둘째, 특수 효과나 매장 자체의 화려함에 지나치게 집착합니다. 스페이스 마케팅을 의뢰한 대부분의 고객들은 홀로그램, 3D 안경 등을 통해 자사 제품의 기술과 서비스를 돋보이게 해달라고 하거나, 매장이나 체험관 안에 들어섰을 때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을 갖게 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한 마디로 ‘와우 이펙트(wow effect)’를 찾는 거죠. 화려한 기술과 멋진 장식이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 효과가 일회성이라는 점이죠.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두 번 관람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매장이 화려하고, 눈이 번쩍 뜨이는 특수 효과가 있다고 해서 해당 매장을 다시 찾는 고객은 기대보다 적을 것입니다. 와우 이펙트는 최고경영진을 모시고 테이프 커팅을 할 때 중요한 요소일 뿐입니다.
 
특수 효과가 위험한 이유는 자사 제품과 기술을 영웅으로 만들지 않고 특수 효과 자체를 영웅으로 만들 여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홀로그램을 통해 신형 휴대폰을 더 멋지고 첨단 제품으로 보이게 만든다고 해 보죠. 신기하니까 사람들이 모일 수는 있지만 휴대폰보다는 홀로그램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더 많을 겁니다. 비싼 돈 들여서 다른 회사 좋은 일만 시켜주는 거죠. 매장을 찾은 소비자에게 진정한 체험 마케팅을 선사하고 싶다면 자사의 제품, 체험관, 소비자간의 연관성을 찾아 이를 집중 부각시켜야 합니다.
 
셋째, 전자업계의 경우 직영보다는 대리점 위주로 매장을 운영하는 데 따르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합니다. 대리점 위주로 운영하다 보면 삼성이나 LG 등 해당 기업의 로고가 매장을 구분할 뿐이지, 매장 자체의 차별화가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설사 매장에 투자를 하려 해도 제조업체와 대리점 주인이 비용을 분담해야 하기 때문에 스페이스 마케팅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 사례도 많습니다. 제조업체의 관점에서도 전국적으로 존재하는 대리점 개수가 너무 많다 보니 재정적 보조를 해주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매장 전체를 아우르는 일관성과 통일성에 관한 지침을 마련한다 해도 이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일이 무척 어렵고요. 예를 들어 어느 매장에 가도 현수막을 볼 수 있는데, 이를 스페이스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앞서 언급한 남대문 식 방법에 속합니다. 그런데도 누구나 현수막을 사용하고 있죠. 현수막을 거느냐 마느냐, 건다면 어떤 방식으로 걸 것이냐를 결정하는 일조차 쉽지 않습니다. 최고경영진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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