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군사작전 구호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소비자 선호도 상위 5위권을 놓치지 않는 미국 식료품 마트 체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의 계산대 대응 전략이다. 트레이더 조는 언뜻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다. 매장 면적은 한국의 대형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입점한 슈퍼마켓 정도다. 미국 기준으로 치면 동네 구멍가게에 불과한 셈이다. 그런데 매장을 돌다 보면 금세 트레이더 조 특유의 경쟁력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게 계산대 옆에 있는 금색 종이다.
운영의 묘: 금색 종의 비밀
미국의 대형 체인인 코스트코나 웨그먼스는 계산대 한 대에 6,7개 카트가 늘어설 수 있지만, 트레디어 조는 계산대 한 대에 카트 3대정도만 서있을 수 있다. 하지만 트레이더 조에서는 카트 3대 이상 줄 서 있는 경우가 좀체 없다. 계산대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대형 마트의 익숙한 풍경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바로 금색 종 덕분이다. 트레이더 조에서 손님이 한적할 때에는 계산대 1,2대에만 계산 직원이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손님이 갑자기 몰려 카트가 3대 이상 대기하면 계산대 직원은 계산대에 달린 금색 작은 종을 친다(사진 참조). 그러면 물건 정리 담당자, 시식 담당자 등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바로 달려가서 계산대를 가동한다. 2대만 가동됐던 계산대가 한 순간에 6대가 가동된다. 이 종은 누구나 칠 수 있다. 대부분의 직원은 매니저 허락 없이 계산대에서 계산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데다 계산할 수 있는 교육까지 받았다. 일종의 ‘멀티 플레이어’와 같다. 마치 축구에서 감독 지시 없이 상황에 따라 공격수가 수비 지원을 하고 수비도 공격 찬스가 나면 바로 슈팅을 날리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 종은 고객이 기다리니 우리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행동을 보여주는 역할도 한다. 대기줄에 선 고객으로서는 ‘아∼ 내가 불편해지려 하니 직원들이 바로 대응을 하는 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큐잉이론
그렇다면 트레이더 조의 금색 종 전략이 왜 먹혀들까. 이는 ‘큐잉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대기자가 몰리기 시작해서 일단 줄이 길게 늘어지면 고객들의 평균 대기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일단 대기자가 늘면 직원을 많이 투입해도 평균 대기시간을 줄이기 쉽지 않다. 마치 고속도로에 사고가 나서 4차선이 1차선으로 줄면 고속도로가 순식간에 주차장으로 변하는 것과 같다. 정체된 차량을 다시 원활히 소통 시키는 데는 몇 시간이 걸린다. 즉 대응 시간 1분 차이가 차량 100대가 밀리느냐 1000대가 밀리느냐를 결정한다. 초동 대응이 늦을수록 대기 시간은 급속도로 길어진다. 이를 피하려면 고속도로 진입 차량을 통제하거나 대기자가 늘어나기 직전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슈퍼마켓에서 계산대 손님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고 매장에 들어서는 고객을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초동 대응만이 대기 시간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트레이더 조의 강점은 더 있다. 계산대의 재질이 모두 나무로 됐고, 비닐봉지도 없다. 유기농 식품을 판매한다는 전략과 맞아떨어진다. 직원들은 하와이언 훌라 셔츠를 입고 즐겁게 일한다. 또 다른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각국의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차별화 전략까지 선보이고 있다(심지어 한국 라면까지 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계산이 신속해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게 트레이더 조의 큰 매력이다. 여기에는 큐잉이론을 이용한 과학 경영의 힘이 숨어 있다.
장영재 교수는 미국 보스턴대 우주항공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기계공학, MIT 경영대학원(슬론스쿨)에서 경영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MIT 기계공학과에서 불확실성을 고려한 생산운영 방식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본사 기획실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하면서 과학적 방식을 적용한 원가 절감 및 전략적 의사결정 업무를 담당했다. 2020년 KAIST 연구소 기업인 ‘다임리서치’를 창업해 인공지능과 디지털 트윈 등의 혁신 기술을 제조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