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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핀 찾아 집중공략, 판매 부쩍 늘고 업무는 줄어든다

전옥표 | 1호 (2008년 1월)
8시간 고민, 1가지 미션
우연인지 필연인지 필자에게는 늘 어렵고 힘든 조직들이 떠맡겨지곤 하였다. A전자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이른바‘문제조직’을 맡아 간신히 살려놓으니 또다시 경기, 강원, 인천 지역의 유통 총괄지사장으로 부임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 지역은 당시 A전자 전국 지사 중매출 달성률과 평가점수가 전국 최하위였다. 당연히 직원들의 성과급 수준도 꼴찌였고 직원들의 사기 또한 바닥에 뚝 떨어져 있었다. 
 
부임하자마자 늘 그랬듯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우선 이 지역 중 제일 규모가 큰 한 직영점을 불시에 방문했다. 이유 없는 꼴찌는 없는 법이다. 보나마나 적당히 시간들을 때우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필자의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다들 너무도 열심이었다. 특히 일선 판매직원들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인 듯이리 뛰고 저리 뛰며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이렇게 열심히들 하는데 왜 그렇게 성과가 좋지 않단 말인가. 그렇다면 혹시 목표가 너무 과하게 부여된 건 아닌가? 돌아와서 데이터를 점검해 보았다. 목표치도 다른 지역들보다 유리하면 유리하였지 과하거나 잘못된 것 같지는 않았다. 참으로 모를 일이었다. 목표치도 알맞고 직원들도 열심인데… 그런데 왜 항상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다시 필자는 매장에 나가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좀더 면밀히 관찰해 보기로 했다. 온종일 매장에 앉아 일선 직원들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눈으로 쫓아가며 살펴보았다. 우선 일에 치여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이상한 점은 몇 명 말단 직원들만 바쁘지 관리직이나 윗사람들은 아주 한가해 보이는 것이었다. 게다가 일선 직원들도 고객응대보다는 무언가 다른 일에 더 쫓기는 듯 보였다.
 
나는 관리자를 불러 직원들이 무슨 일 때문에 저렇게 바쁘냐고 물었다. 그 대답을 듣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시 일선 판매사원의 경우에는 평가 관리항목이 무려 48가지에 이르렀다. 이를 골고루 다 처리해야 좋은 평점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관리할 항목이 너무 많다 보니까 집중도 잘 안 되고 또 어디서부터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지 몰라 마음만 조급한 ‘쫓김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 무엇 하나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그때그때 상부의 지시를 최 우선하여 소위 ‘메우기 식’으로 일을 처리해내고 있었다. 그런데도 경영지원부서에서는 집계표를 만들어 한없이 현장에 문서작업을 시키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위에서는 즉흥적으로 이일, 저 일을 마구잡이로 시키는데 밑으로 가면 갈수록 일이 과부하가 걸리는 이른바 ‘병목현상’마저 심각했다. 던지는 사람, 즉 피처는 많은데 공을 받는 사람 즉 캐처는 결국 한두 명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의 수행이 원활하게 돌아갈 리 없었다. 전략적인 고민이나 체계적인 프로세스도 없이 직원들을 닦달하는 것으로는 도저히 성과가 나올 리 만무했다. 공연히 분주하기만 하고 혼란스러운 방식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단순하면서도 집중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필요했다. 꼬여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그 단 하나의 열쇠는 무엇일까?
 
킹핀(Kingpin)을 공략하라
8시간 이상을 데이터를 놓고 분석하고 쪼개면서 혼자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반드시 어딘가 흐름에서 막혀 있는 부문이 있을 텐데… 어디를 잡아야 고구마 줄기를 잡고 고구마를 캐내듯이 한꺼번에 모든 것을 실행 시킬 수 있을 것인가?’며칠이 흘렀다. 데이터를 죽 살펴보다 보니 특이한 현상이 눈에 띄었다. 고가제품, 즉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등의 판매비중은 전국 평균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반면 밥솥 등과 같은 생활전기 소물들은 터무니없이 그 비중이 낮았다. 그러다 보니 일단 매장을 찾는 방문객 수나 구매고객 수가 매출액 대비 다른 지사보다 현저히 낮았다.
 
“바로 이것이다. 밥솥! 밥솥이다!” 나는 무릎을 탁 치며 환호를 질렀다.
그리고 즉시 참모들을 불러 지시를 내렸다.
“지금부터는 각 매장에 밥솥을 30개 이상씩 진열토록 하십시오.”
“네? 그거 팔아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 밥솥을 뭐 하러 30개씩이나? 그보다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가 훨씬 마진이 좋은데요.”
“일단 시키는 대로 하십시오. 그리고 밥솥을 그냥 놔두는 게 아니라 꼭 밥을 지어두도록 하십시오. 그 밥솥에 1시간, 3시간, 5시간 경과라고 표시해 두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그리고 고객들이 직접 시식을 해볼 수 있도록 하세요. 시간이 경과한 후에도 밥의 보관 상태나 밥맛이 어떤지를 알 수 있도록 말입니다. 또 우리 밥솥바닥이 절대 밥이 눌지 않는 재질로 되어있다는 다는 것을 고객들이 알 수 있도록 밥솥을 거꾸로 세우고 내통이 보이도록 진열해 놓으세요. 이제부터 나는 밥솥만 챙길 겁니다.”
 
모두들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필자는 다른 평가항목들은 다 뒤로 미루고 현장에서 밥솥만을 줄기차게 챙겨 나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각 매장들에서는 원성이 많았다. 왜 텔레비전도 있고 냉장고도 있는데 엉뚱한 밥솥만 챙기느냐는 거였다. 현장도 모르는 사람이 내려와서 ‘무식한’짓을 한다고 수군거리는 소리도 들려 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지점장들은 회의시간에 필자가 나타나면 암호처럼 “밥통떴다”면서 자기네들끼리 놀려대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밥통’과 거의 동일시되며 애칭 아닌 애칭까지 붙어버릴 정도로 필자의 밥솥 행진은 초지일관 계속되었다. 그리고 두 달 후. 신기하게도 매출이 전국 2위권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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