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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축과 반복...심벌이 친구가 된다

Gomting | 55호 (2010년 4월 Issue 2)
함축: 함축적인 메시지와 함께 연상할 수 있는 심벌을 노출한다.
네이버의 녹색 검색 창(그린 윈도우)에 ‘DBR’이 적혀 있다. 이는 ‘네이버 검색 창에 DBR을 입력하고 검색 결과를 확인하세요’이라는 뜻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 심벌의 의미를 안다. 이는 마케팅의 기본인 함축과 반복을 통해 학습된 결과다. 이처럼 함축과 반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전설적인 광고 캠페인으로 꼽히는 앱솔루트 보드카의 초기 광고다. 이 광고는 제품 이미지와 함께 ‘ABSOLUT ATTRACTION’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ATTRACTION은 후속 광고에서 다른 단어로 대체됐지만 ABSOLUT는 그대로 유지했다. 앞서 언급한 네이버의 그린윈도우도 처음엔 그린윈도우와 더불어 ‘NAVER 검색창에 ________를 쳐보세요’라는 광고 문구를 내보냈다.
 
반복: 비주얼 메시지가 카피를 대신할 수 있을 때까지
앱솔루트는 이런 방식의 광고를 25년간 반복했고, 네이버는 8년을 반복했다. 앱솔루트는 광고를 시작한 1981년 이후 10년 만에 150배로 성장했고, 네이버도 한국의 대표 검색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견고히 했다.
 
물론 반복은 익숙함을 경계해야 한다. 반복은 메시지를 고객의 눈에 더 이상 보이지 않는 투명 물체로 만든다. 따라서 앱솔루트는 병의 형태만 유지하고 예술, 패션, 도시 등의 이미지를 번갈아가며 사용했듯 핵심은 유지하되 표현 방법은 변화해야 한다.

뉴욕에서 만난 심벌릭 마케팅의 진수: New Museum
이처럼 함축과 반복으로 마케팅을 펼친 사례가 또 있다. 미국 뉴욕에 새롭게 문을 연 현대미술관인 ‘뉴 뮤지엄(New Museum)’이다. 건물 외관(사진1)은 네모 블록을 엉성하게 쌓아놓은 것 마냥 특이하게 생겼다. 이 미술관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을 담아내는 그릇 역할을 하는 정체성(identity)을 표현하기 위해 독특한 건물 외관을 활용한 캠페인(사진2, 3, 4)을 선보였다.
 
개관을 알리는 캠페인은 도시 곳곳에서 이뤄졌다. 처음에는 캘빈 클라인 광고판에 분홍색 페인트가 흐르는 듯하더니 2단계에서는 광고판 가운데에 어떤 도형의 윤곽이 보일 듯 말 듯하다가 마지막에 도형이 완성되고 12월 1일 미술관의 개관을 알렸다. 도형은 미술관의 독특한 외관이었다.
 
실험적인 시도겠지만, 메시지 전달력이 뛰어나고, 입소문도 강력했다. 미술관은 광고판뿐 아니라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의 광고판도 적극 활용해 다양한 컬러와 패턴으로 미술관의 외관을 ‘함축’한 시각적인 이미지를 ‘반복’해서 선보였다. 새로운 관점의 세상을 볼 수 있는 느낌으로 미술관의 특성을 담아냈다.
 
놀라 자빠질 만한 신제품을 선보이거나, 열광적인 팬을 거느린 초강력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의 마케터가 아니라면, 유사 브랜드가 넘쳐나는 정글 같은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무관심하거나 변덕스러운 고객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그 키워드는 ‘함축’과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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