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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마켓오

‘착한 과자’ 콘셉트 뒤의 과학적 전략

신성미 | 47호 (2009년 12월 Issue 2)
2007년 12월 미국 뉴욕의 한 고급 레스토랑. 최종열 오리온 마켓오 마케팅 팀장은 자신의 일행을 쫓아내려는 레스토랑 점원 앞에서 영어에 손짓과 발짓까지 섞어가며 자초지종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레스토랑에서 함부로 사진을 찍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미 그가 요리와 메뉴판, 매장 인테리어 모습까지 디지털카메라에 담은 뒤였다. 팀원들은 “해외 조사 때마다 늘 하던 대로 마트나 가서 과자들을 맛보면 되지, 이렇게 레스토랑까지 속속들이 찾아다니면서 고생할 필요가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들의 여정이 뉴욕에서 프랑스 파리로, 영국 런던으로 이어지면서 팀원들에겐 점점 성공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패션·예술·연예계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다는 세계에서 가장 ‘핫(hot)’한 레스토랑들을 제과회사 직원들이 찾아다닌 이유가 뭘까.
 
 

 
 
과자만 보지 마라
오리온의 외식 계열사인 롸이즈온은 2006년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던 웰빙 퓨전 레스토랑 마켓오를 인수했다. 동시에 푸드&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이자 마켓오의 대표였던 노희영 씨를 최고콘셉트책임자(CCO)로 영입했다. 기존 브랜드의 콘셉트를 계속 유지하려면 그 브랜드를 직접 만든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 가장 좋다는 회사의 판단에 따라 ‘콘셉트 개발 이사’라는 새로운 직함이 생겼다.
 
소비자들 사이에 웰빙 트렌드가 확산되고 식품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면서 오리온은 노 이사와 함께 회사의 신성장동력을 고민했다. 고민 결과, 웰빙과 자연주의를 내세운 마켓오 브랜드를 레스토랑뿐 아니라 과자에까지 넓혀가기로 했다.
 
가까운 미래에 국내 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예측하고 대응하려면 전 세계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뉴욕, 파리, 런던의 시장을 조사하는 게 우선이었다. 단순히 과자뿐 아니라 식생활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트렌드를 발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소위 ‘뜨는’ 레스토랑들을 찾아다닐 필요가 있었다.
 
2009년 11월 30일 서울 용산구 문배동 오리온 사옥에서 기자와 만난 최 팀장은 “현지의 트렌드 리더들이 즐겨 먹는 요리들은 한마디로 ‘자연 재료(natural)’ ‘유기농(Organic)’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자연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 과자를 만든다면 분명 승산이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마켓오 마케팅 팀은 해외 출장에서 찍어온 수천 장의 사진을 사무실에 붙여놓았다. 현지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하나도 잊지 말고 제품 기획에 반영하자는 각오였다. 제품 콘셉트뿐 아니라 현지 레스토랑들의 최신 요리 장식, 모던한 매장 인테리어 등은 제품 포장 디자인에도 참고가 되었다.
 
2008년 12월, 오리온은 드디어 ‘자연이 만든 순수한 과자’라는 콘셉트로 마켓오 과자 4종을 선보였다.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합성 착색료, 합성 팽창제, 산도 조절제, 향미 증진제 등 합성 첨가물은 전혀 넣지 않고 천연 재료로만 만든 과자다. 일반 과자가 20∼30 종의 원재료와 합성 첨가물로 만들어지는 데 비해 마켓오의 모든 과자는 10여 가지 천연 재료로만 만들어진다. 또 강원도 평창의 유기 낙농 인증 목장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마켓오 팜’이라는 문패를 내걸었다. 마켓오 팜에서 유기농 유제품으로 만든 천연 발효종은 마켓오 과자의 원료로 쓰인다. (천연 발효란 인공적으로 빵을 부풀리는 이스트 등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천천히 발효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찾아라
동아비즈니스리뷰(DBR)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켓오의 마케팅은 STP(시장세분화·타기팅·포지셔닝)와 틈새시장 공략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마켓오 마케팅 팀이 겨냥한 시장은 일반 대중이 아닌 ‘매스티지(mass-tige)’ 시장이었다. 좋은 재료를 듬뿍 사용하면 원가가 많이 들고 제품 가격이 높아진다. 마켓오 과자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를 적용하고 있어 가격이 일정하지 않은데, 대형마트 판매가는 ‘리얼 브라우니’(80g) 2000원대 중반, ‘워터 크래커’(126g) 2000원대, ‘순수감자 프로마즈’(85g) 2000원대, ‘브레드칩’(100g) 3000원대로 일반 과자보다 비싼 편이다. 과자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용돈으로 직접 구매하긴 어려운 수준이다. 소비자의 구매력을 고려하면 마켓오를 대중 제품으로 기획할 순 없었다. 또한 마켓오 마케팅 팀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값이 다소 비싸더라도 맛과 재료를 깐깐히 따지는 소비자층을 공략하기로 했다. 결국 여대생과 20, 30대 직장 여성, 초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둔 중산층 주부를 타깃으로 잡았다.
 
이 같은 세분화는 오리온의 기존 제품들을 판매하는 시장과 겹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효했다. 대량 생산되는 과자 중에서도 ‘고급 웰빙 과자’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한 것이다. 마켓오 출시 이후 롯데제과와 해태제과도 후발주자로 각각 ‘마더스핑거’와 ‘뷰티스타일’이라는 프리미엄 과자 브랜드를 출시했다. 이장우브랜드마케팅그룹의 이장우 회장은 “오리온이 마켓오로 새로운 과자 카테고리를 만들어 미래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마련했다”며 “이 같은 ‘선제적 세분화’는 기존 시장에서는 브랜드 파워가 뒤처지더라도 먼저 발굴한 카테고리에서만큼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DBR 26호 ‘이장우의 Brand Marketing Coaching’ 참조)
 
마켓오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 1년간 약 5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오리온의 2008년 매출인 약 6000억 원의 10%에 가까운 수치다.
 
 
타깃 소비자가 모이는 곳으로
제품 콘셉트만 좋다고 성공할 수는 없다. 타깃 소비자에게 제품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 오리온은 타깃층을 직접 공략하기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문화 마케팅’이었다. 여대생, 20, 30대 직장 여성, 중산층 주부들이 주로 모이는 곳을 판촉 장소로 삼았다. 비욘세, 빅뱅, 다이나믹 듀오 등 가수들의 콘서트에서 무료로 마켓오 과자를 나눠줬다. ‘서울 패션위크 신진패션디자이너 페스티벌’ ‘마크 제이콥스 오프닝 행사’ ‘한국 박물관 패션쇼’ ‘아프리카 빈곤 퇴치를 위한 희망의 망고 나무 자선 패션쇼’ 등 패션쇼에서도 제품을 나눠주며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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