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 OZ

‘정서의 룰’을 ‘계산의 룰’로 바꾼 오즈

47호 (2009년 12월 Issue 2)

오즈(OZ)’가 없는 LG텔레콤은 어떻게 됐을까? LG텔레콤의 효자 상품인 오즈의 전략적 중요성은 이 질문으로 보다 명확해진다. 오즈는 일반적인 인식처럼 단순히 무선인터넷 시장 침투를 위한 니치(niche) 상품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LG텔레콤은 3세대(G) 이동통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카드’로 고심 끝에 오즈를 꺼내들었다.(▶DBR TIP 오즈는 3G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책이었다 참조)
 

 
또 오즈는 ‘2년차 징크스’를 깨고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시사점이 있다. 2008년 4월 등장한 오즈는 지난해 52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으며, 최근 누적 고객이 100만 명(11월 말 현재)을 돌파해 100% 가까이 성장했다. 현재 LG텔레콤 전체 가입자 중 오즈 정액제 가입자 비율은 12%. 이는 업계 1위인 SK텔레콤과 비슷한 수준이다. LG텔레콤은 SK텔레콤이 7, 8년에 걸쳐 이룩한 성과를 단 2년 만에 따라잡았다. 지금 추세라면 2010년에는 LG텔레콤의 무선인터넷 정액 이용자 비율이 SK텔레콤을 앞지를 예정이다.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가격
오즈 성공의 첫 번째 비결은 경쟁사의 허를 찌른 마케팅 전략에 있다. LG텔레콤은 오즈를 내놓기 1년 전부터 1:1 고객 심층 면접과 포커스그룹인터뷰(FGI)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 조사를 실시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그 결과 경쟁사들이 결코 따라할 수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가격의 무선인터넷 상품이 탄생했다.
 
오즈 서비스 출범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 팀은 1년 동안 소비자 조사를 통해 고객의 욕구를 도출하고, 이에 따라 서비스를 설계했다. 조사 결과 휴대전화 이용자들의 무선인터넷 서비스 사용을 막는 3가지의 장애물(①자칫하면 수십만에서 수백만 원까지 나올 수 있는 높은 이용료, ②작고 해상도가 떨어지는 휴대전화 화면, ③불편하고 복잡한 무선인터넷 사용법)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LG텔레콤은 이 3가지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월 6000원(1GB 기준)의 정액 요금제를 마련하고 △제조사와 협의해 화면이 크고 해상도가 높은 휴대전화를 개발했으며 △기존 메뉴 방식을 탈피해 웹사이트 화면을 그대로 볼 수 있는 풀브라우징(full-browsing) 방식을 채택했다.
 
특히 오즈는 월 사용료 6000원이라는 파격적 이용료로 고객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이는 저렴한 원가 구조와, 무선데이터 통신이 LG텔레콤의 주력 상품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가능했다. LG텔레콤은 3G 통신망을 완전히 새로 구축한 경쟁사와 달리, 기존 통신망을 업그레이드한 3G 통신망(CDMA 2000 1X EV-DO Revision A)을 이용해 원가 경쟁력이 있었다.
 
또 LG텔레콤의 기존 매출에서 데이터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용료를 채택할 수 있었다. 2007년 당시 SK텔레콤과 KTF의 가입자 1인당 무선인터넷 매출액은 약 1만 원이었다. 하지만 LG텔레콤의 매출액은 5000원도 되지 않았다. 경쟁사가 6000원짜리 요금제를 만들면 고객 1명당 매달 4000원의 손해가 생기지만, LG텔레콤은 1000원의 이익이 생기는 셈이었다.
 
 
2년차 성공의 비결은?
오즈의 성공에서 주목할 또 다른 포인트는 2년차에도 성공을 이어갔다는 점이다. 정보기술(IT) 서비스나 제품은 초기의 얼리어답터 구매 이후에 캐즘(chasm)을 경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LG텔레콤 은 일반 고객을 겨냥한 쉽고 간편한 서비스로 캐즘을 뛰어넘었다. 이에 대해 이승일 마케팅전략 담당 상무는 “이러이러한 서비스가 있으니 고객이 알아서 찾아가라는 건 문제가 있다. 얼리어답터는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일반 고객은 스스로 서비스를 찾아 이용할 능력이 없다”고 설명했다.(그림1)
 
 

 
LG텔레콤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서 연령별로 필요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실시간 교통 정보와 지도 검색, 날씨 정보, 증권 정보 등의 콘텐츠는 오즈 시작 화면에 배치돼 고객 편이성을 극대화했다. 2009년 6월에는 모바일에 최적화되고 접속 빈도가 높은 사이트와 생활 밀착 콘텐츠를 묶어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오즈 라이프 24’ 초기 화면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주 수요일 경품을 걸고 특정 메뉴에 들어가보라고 권유하는 ‘오즈데이’ 이벤트는 고객들에게 서비스 내용을 알리는 데 한몫을 했다.
 
이런 노력은 실제로도 결실을 맺고 있다. 현재 오즈의 이용자는 10, 20대가 중심인 경쟁사와 달리 전 연령대가 고르게 분포돼 있다. 2009년 6월 기준으로 오즈 가입자 중 30대는 23%, 40대는 16%에 이른다. 50대 이상도 15%나 된다. 비슷한 시점의 오즈 이용자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조사에 따르면 오즈 사용자 중에는 포털사이트 등에 접속해 웹서핑을 즐기는 고객이 가장 많았으나(31%), 생활 밀착형 콘텐츠(29%)와 엔터테인먼트(동영상과 게임 등 27%)를 즐기는 고객도 만만치 않게 많았다.(표1)
 

 
LG텔레콤은 요금 전략에서도 가격적 우위와 일반 고객 유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2009년 8월 내놓은 ‘오즈 알짜정액제’는 오즈 요금에 3900원을 추가하면 벨소리와 통화 연결음, 게임, 주식 시세 정보 등 50여 종의 모바일 콘텐츠를 별도 정보 이용료 없이 이용하도록 했다. 2009년 7월 선을 보인 ‘오즈&조이’는 업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결합 상품’이다. 이 요금제는 데이터 통화와 영화, 책, 할인점 할인 혜택을 묶었다. 고객이 오즈 요금제에 4000원을 추가하면 매월 편의점 이용 및 도서 구입에 6000원, 영화 관람에 1만4000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승일 상무는 “오즈&조이 요금제는 영화 관람 등의 욕구를 가진 일반 고객들이 데이터 서비스를 쓰도록 유도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실제로 오즈의 대중화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부가 효과와 과제
오즈의 성공은 다양한 부가적 효과도 가져왔다. 무엇보다도 LG텔레콤의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졌다. 그동안 LG텔레콤은 ‘3위 사업자’나 ‘ 통화 품질이 떨어지는 곳’ 등의 부정적 이미지로 고전했지만 오즈를 통해 이를 크게 개선시켰다. 오즈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LG텔레콤에 대한 이미지나 만족도는 그렇지 않은 고객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오즈는 젊고 수익성이 높은 고객들도 끌어들였다. 이전의 LG텔레콤 고객은 저렴한 음성 요금을 선호하는 중년층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오즈 서비스 이후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고객들이 다수 유입됐다.
 
개방형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나름의 ‘생태계’를 구축한 것도 큰 수확이다. 오즈 이전의 이동통신사들은 무선인터넷에 자신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만 유통되는 폐쇄형 서비스 구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LG텔레콤은 오즈를 만들며 이런 전략을 포기했다. ‘볼 것 없는 무선인터넷’이란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어떤 사이트라도 접속할 수 있는 오즈가 등장하자 다음, 파란, G마켓은 물론 최근에는 네이버까지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웹사이트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오즈 휴대전화에서 이용 가능한 지도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런 비즈니스 생태계의 구축은 LG텔레콤에도 도움이 됐다.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m.naver.com) 사용자의 98%가 오즈를 통해 접속하며, 다른 사이트 이용자들도 70∼80%가 오즈를 이용한다.
 
한편 2009년 말 현재 오즈 서비스는 2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3년차로 접어드는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와 무선랜(WiFi) 기능을 갖춘 아이폰과 옴니아폰 등 스마트폰의 도전이다. 이승일 상무는 3년차 사업 전략에 대해 “사용 편이성이 숙제”라며 “지금까지보다 오즈를 훨씬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야 지속적으로 고객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텔레콤은 메신저나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거래 등 유선인터넷의 기능을 모바일에서도 구현할 예정이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의 도전도 아직까지는 감내할 만한 수준이란 평가다. 아이폰은 무선인터넷망이 설치된 지역(핫스팟)에서는 공짜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핫스팟이 그리 많지 않으며, 그나마도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끊임없이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스마트폰 전용 데이터 요금제(음성, 문자, 데이터 포함 최소 기본료 4만5000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승일 상무는 “아이폰이 출시됐다고 해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DBR TIP 차별화된 몰입 전략의 성과
 
 
3G 시장의 태동과 함께 SK텔레콤과 KTF(현 KT)가 영상 통화를 화두로 혈전을 거듭할 때, LG텔레콤은 3G 기반의 무선인터넷 서비스 오즈로 경쟁자들의 허를 찔러 생존 DNA를 보여줬다. LG텔레콤의 이런 모습은 마케팅 이론 중 ‘몰입(commitment)’이란 개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마케팅에서의 몰입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지속하고자 하는 정도를 의미하며(Anderson and Weitz, 1992) 소비자와 브랜드와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도 사용되는 개념이다(Fournier, 1998).
 
몰입은 최근 연구에서 다차원적 개념으로 이해되는데 정서적 몰입(affective commitment)과 계산적 몰입(calculative commitment)이 대표적이다. 정서적 몰입은 상대방(또는 대상)을 좋아하고, 그와 관계를 맺는 것을 즐거워하기 때문에 관계를 지속하고자 하는 욕망을 뜻한다. 이는 애착이나 동일시, 유대감 등과 같은 심리적 차원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반면 계산적 몰입은 상대방과의 관계가 끝났을 때 발생하는 전환비용 때문에 관계를 지속하고자 하는 필요(need)를 의미한다. 즉 계산적 몰입은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 및 관계 종료로 인해 발생되는 비용과 같은 경제적 차원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따라서 정서적 몰입과 계산적 몰입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지속하는 동기가 다르다.
 
브랜드 가치는 통신 서비스 선택 기준에서 늘 1순위로 지목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렇기 때문에 통신회사들은 브랜드 가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을 다해서 고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3G 이동통신 시장이 열릴 때 KTF는 ‘기술 선점’이란 이미지를 고객의 인식 속에 심으려 노력했다. SK텔레콤은 2G에서 형성된 정서적 몰입을 방어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렇게 두 ‘공룡’이 같은 인식의 지도 안에서 처절한 영토 싸움을 벌이는 동안 LG텔레콤은 과감하게 전혀 다른 전략인 계산적 몰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여기에 오즈만의 성공 비결이 있다. 고객들은 파격적인 정액 요금제로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LG텔레콤만의 3G 서비스 강점에 몰입되기 시작했다. 이승일 상무가 “오즈를 사용해본 고객의 LG텔레콤에 대한 만족도와 충성도가 음성 통화만 이용해본 고객보다 훨씬 높다”고 밝혔듯이 말이다.
 
“오즈는 3G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책이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은 11월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LG텔레콤 사옥에서 오즈 서비스 개발의 주역인 이승일 마케팅전략 담당 상무를 만났다. 이 상무는 오즈 서비스 탄생 과정과 성공 비결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오즈는 어떤 배경에서 탄생하게 됐나.
오즈는 3G 시장에서 LG텔레콤이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탄생했다. 오즈 출시 전까지만 해도 LG텔레콤의 매출 구조는 음성 통화 중심이었다. 그런데 경쟁사들이 3G(WCDMA)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시장이 3G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도 3G(CDMA 1X 2000 EV-DO Revision A) 서비스를 내놓긴 했지만, 통신망 방식이 달라 역부족이었다. 자칫하면 우리 회사의 서비스가 열등재로 전락할 상황이었다.
 
우리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표적 3G 서비스인 영상 통화와 고속 데이터통신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여러 차례의 마케팅 조사와 내부 논의 결과 영상 통화는 고객에게 그다지 큰 가치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우리는 활용성이 높은 데이터 서비스 중심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기로 했다.
 
월정액 6000원인 ‘오즈 요금제’는 어떻게 정했나.
사실 내부에서 고민을 많이 했고 논란도 많았다. 경쟁사의 기존 요금과 비교했을 때 너무 파격적인 가격이었기 때문에 반대도 많았다. 하지만 고객층을 넓히기 위해서는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더 많았다. 결국 가격 수용성 조사를 통해 더 많은 고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6000원으로 최종 가격으로 결정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한 달에 4000∼6000원 정도 요금을 낸다면 무선인터넷을 맘껏 쓸 의향이 있다고 했다.
 
앞으로 LG텔레콤이 풀어가야 할 과제는.
광고나 홍보 같은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젊은 모델들을 써서 오즈를 사용하는 장면을 CF로 만들어 광고했는데, 대중들(일반 고객들)이 느끼기에는 아직도 거리가 있는 듯하다. 이를 극복해야 할 것 같다.
 
또 무선인터넷의 대중화를 위해 유선인터넷 사용자가 무선인터넷을 보다 쉽고 편하게 쓸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위젯 등을 이용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에 바로 들어가게 하거나, 아니면 버튼을 한두 번만 누르는 수준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이러한 것들이 우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