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전략의 유형과 선택

미션을 실현하는 마케팅 전략

45호 (2009년 11월 Issue 2)

마케팅은 △시장을 결정하고 그 시장에 자원을 할당하는 일과 △할당된 자원을 활용하는 일로 나뉜다. 편의상 전자를 마케팅 전략이라 하고 후자를 마케팅 집행이라고 칭한다. 이 강의에서는 마케팅 전략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마케팅 전략은 먼저 기업 목표와 환경에 맞추어 사업을 결정하고 시장을 획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다음으로 그 획정된 시장에서 어떤 유형의 마케팅 전략이 적합한지 결정하게 된다. 마케팅 전략이 달라지면 기업이 사용할 자원도 달라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마케팅 전략을 결정하는 일은 곧 자원 배치를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업 목표, 미션(mission), 환경·자원 분석
목표란 실현할 그 무엇이다(What to do). 모든 기업마다 실현할 그 무엇을 갖고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돈, 시간, 노력 등의 자원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GE는 ‘더 나은 삶(Better Life)’, 쉘(Shell)은 ‘인류의 에너지 수요 충족’을 오랫동안 실현할 그 무엇으로 설정해왔다. 어느 기업이나 목표는 계층적으로 설정돼 있기 마련이다. 가령 ‘인류의 에너지 수요 충족’을 목표로 정한 에너지 회사가 있다고 하자. 이 회사에는 ‘과연 어떻게 인류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할 것인가?’ 하는 의사결정 문제가 나타난다. 인류의 에너지 수요 충족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실현될 수 있다. 에너지 절약, 우주 에너지 개발, 대체 에너지 개발 등이 그것이다. 현실적으로 그 에너지 회사는 이 방법들 중 일부를 채택해 목표를 실현하고자 한다. 만약 에너지 절약과 대체 에너지 개발이라는 2가지 방법을 채택했다면, 그 회사는 사실상 에너지 절약과 대체 에너지 개발이라는 하위 목표를 가지고 2가지 사업을 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각 사업은 다시 여러 하위 사업으로 나뉘고, 하위 사업마다 각각 적합한 목표가 설정된다. 이렇게 계속 나아가다 보면, 궁극적으로 기업의 최소 구성단위의 사업과 그 목표가 정해진다. 한마디로 기업 목표라는 최상위의 목표 아래 단계별로 여러 하위 목표들이 존재하게 된다. 여기서 하위 목표는 상위 목표를 실현하는 수단적 목표가 된다. 위의 예에서 대체 에너지 개발이 잘 되고, 에너지가 절약되면 그만큼 인류의 에너지 수요가 충족될 확률은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최상위에 놓여 있는 목표를 미션(mission)이라고 부른다. 기업의 가장 말단에 있는 최소 단위의 목표가 실현되면 그것이 미션의 실현에도 도움이 되도록 최소 단위 목표와 미션 사이에 논리적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럴 때에만 기업은 자원 낭비 없이 최종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
 
기업 목표와 그 하위의 사업 목표를 설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 처한 환경과 기업이 갖고 있는 자원을 분석하는 일이다. 환경이란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을 말한다. 한 기업이 은행 이자율을 낮추거나 높일 수 없고, 국민의 지출 성향이나 소비 취향을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곧 환경 요인들이다. 그런데 한 기업에겐 환경이 되는 것이 다른 기업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무슨 세대니, 무슨 족이니 하며 소위 의제설정(agenda setting)을 하여, 소비자들에게 특정 취향이나 트렌드를 주입시키고 그에 맞는 마케팅을 시도하는 대기업들에게 소비자의 취향이나 트렌드는 환경적 요인이 아니다. 반면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에게는 환경적 요인이 된다.
 
통제를 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기업은 적응(adaptation)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생존할 수 있다.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는 갖고 있는 자원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단 과자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단 과자를 만들어줄 자원이 없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 기업은 단 과자를 만들 자원을 확보하든지, 아니면 그 소비자를 떠나 다른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 만약 그 기업이 고소한 과자를 만들 자원을 갖고 있다면 응당 고소한 과자를 원하는 소비자를 찾아 사업을 해야 한다. 따라서 자신이 이미 갖고 있거나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을 잘 파악하고, 자신이 처한 환경을 잘 분석해야 기업은 최상위 목표와 그에 수반되는 모든 하위 사업들의 목표 및 내용을 정할 수 있다. 이 점에서 환경과 자원의 분석은 마케팅 수행의 첫 출발로서 매우 중요하다.
 
시장 획정
환경과 자원을 분석하고 기업 목표를 설정하면, 그에 따라 기업이 수행할 사업들이 결정된다. 앞의 예에서 에너지 기업은 ‘인류의 에너지 수요 충족’이라는 대명제를 실현하기 위해 대체 에너지 사업부와 에너지 절약 사업부를 설치하게 된다. 물론 각 사업부 아래에 다시 여러 하위 사업부가 흔히 존재한다. 큰 단위이든 작은 단위이든 하나의 사업부가 결정되면, 비로소 그 사업부가 영위하는 하나의 시장이 획정될 수 있다.
 
시장을 획정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시장이란 경쟁자의 집합이라고 볼 수도 있고, 구매자의 집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때 ‘나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또는 ‘나의 구매자는 누구인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회사의 경쟁자는 맥도날드가 될 수 있고, 스타벅스도 될 수 있으며, 아니면 빙그레도 될 수 있다. 배스킨라빈스의 구매자는 점심을 먹은 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이 될 수 있고, 생일 축하 파티를 준비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으며, 아니면 술에 취해 아이스크림이나 먹자고 하는 50, 60대 남성일 수도 있다.
산업 분류 코드와 제품의 형태에 따라 시장을 획정하는 기업도 있고, 제품의 용도에 맞추어 시장을 획정하는 기업도 있다. 대개 관행적으로 그동안 경쟁해온 주요 기업들만 고려하거나, 영업해오던 채널이나 고객군만 고려하여 시장을 획정한다. 더 분석적으로, 수요의 대체탄력성이나 교차탄력성을 이용해 시장을 획정하기도 하고, 때로는 경영 의사결정 시스템(Management De-cision System·MDS), 콘조인트 분석(conjoint analysis) 등과 같이 실무자들이 보기엔 난해한 방법으로 시장 자료를 분석하여 시장을 획정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이라도 해당 기업의 마케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시장을 획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시장 획정에 원칙이란 없다. 하지만 지난 20∼30년 동안 가장 많이 회자된 분석적 방법 중 하나를 소개하겠다. 소비자들의 머리에 담긴 상품 분류 구조에 기초한 방법으로, <그림1>은 그 방법을 통해 얻은 시장의 예다. 이 방법을 상품 분류 구조 방법이라고 부른다.
 
<그림1>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들에게 선호하는 커피 및 브랜드를 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소비자에게 “어떤 커피를 제일 좋아하고 잘 드십니까?”라고 물었다고 하자. 이때 소비자는 “맥스웰하우스 그라운드 커피”라고 대답했다. 다음으로 그 소비자에게 “맥스웰하우스 그라운드 커피가 없다면, 귀하의 두 번째 선호 상품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이때 ‘힐스브로 그라운드 커피’나 ‘브림 그라운드 커피’같이 그라운드 커피 중에서 두 번째 선호 브랜드를 대면, 그 소비자는 자신의 선호 상품을 계속 그라운드 커피 안에서만 찾고 있다. 따라서 그 소비자는 커피를 분류할 때 가장 먼저 그라운드 커피인지 인스턴트 커피인지로 분류한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만약 두 번째 선호 상품으로 네스카페 인스턴트 커피를 댄다면, 그 소비자는 가장 먼저 커피를 그라운드인지 인스턴트인지의 여부로 나누진 않는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이런 원칙으로 좀더 정교하고 복잡한 자료 조사와 분석을 수행하여 <그림1>과 같은 커피의 상품 분류 구조를 얻게 된다.
 
필자는 아직까지 한국 기업에서 이러한 방법을 통해 시장을 획정하고 마케팅 활동을 수행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렇지만 이 시장 획정 방법은 미국 같은 선진 마케팅권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마케팅상으로도 여러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중 몇 가지를 들어보자.
 
먼저 <그림1>과 같은 분석을 하면 기업은 누가 나와 얼마만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맥스웰하우스, 폴저스, 네스카페의 세 브랜드는 인스턴트-카페인-레귤러 커피군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때로는 이와 달리 인스턴트-카페인 커피군이 다시 냉동건조와 레귤러로 나뉘지 않는 사례도 존재할 수 있다. 이때는 맥스웰하우스, 폴저스, 네스카페와 함께 테이스터스초이스, 맥심의 두 브랜드까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즉 5개 브랜드가 모두 한 시장 안에서 직접적으로 경쟁을 한다.
 
또 음료수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한 집단은 음료수에 대한 상품 분류 구조가 매우 단순해, 모든 음료수 상품과 브랜드들을 머리 안에서 분류하지 않고 있는 소비자군이다. 이런 소비자는 음료수가 먹고 싶을 때 모든 종류의 음료수 상품 및 브랜드들을 뒤죽박죽으로 떠올리고 그중 하나를 선택하고자 한다. 결국 이 세상에 그 소비자가 아는 모든 음료수 상품 및 브랜드들이 서로 직접적인 경쟁을 하게 된다. 반면 다른 집단의 소비자는 음료수라고 하면 탄산음료와 비탄산음료로 나누고, 탄산음료는 콜라와 사이다 등으로 상품 및 브랜드들을 머릿속에서 계층적으로 잘 분류해 정리해놓고 있다. 이 소비자는 음료수가 먹고 싶어지면, 먼저 탄산을 선택할지 아니면 비탄산을 선택할지 결정하게 된다. 만약 탄산을 선택하면 비탄산 상품 및 브랜드들은 더 이상 탄산 상품 및 브랜드들과 경쟁하지 않는다. 오직 탄산군의 콜라, 사이다 브랜드들만이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며 서로 경쟁한다.
 
이와 같이 <그림1>과 같은 시장 획정은 마케팅 관리에서 매우 중요하다. 기업은 이러한 의미를 잘 터득하여 마케팅 활동에 반영해야 경쟁자보다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시장 획정이 이처럼 마케팅 계획과 집행에서 매우 중요함에도, 실제 기업들의 시장 획정을 위한 노력은 그에 못 미친다. 분명한 점은 시장 세분화, 표적 시장 결정, 포지셔닝과 같은 작업들은 정확한 시장 획정이 선행돼야 그 의미를 더하게 된다.
 
시장 전략 유형 1 매스마케팅 vs. 표적마케팅
시장 획정이 이뤄지면 기업은 그 시장을 모두 무대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그 시장의 일부에만 역량을 집중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전자를 매스마케팅(mass marketing), 후자를 표적마케팅(target marketing)이라고 지칭한다. 매스마케팅을 지향하는 기업은 크게 3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원가 우위 전략 △제품 차별화 전략 △영업 중심 전략이 그것이다.
원가 우위 전략이란 말 그대로 경쟁사보다 품질 대비 원가를 낮춰 가격 경쟁을 하는 전략이다. 이 경우 기업은 먼저 원가를 낮추는 데 주력하게 된다. 따라서 사업 초기에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채택해, 원가가 낮아지면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전체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그리하여 시장 지배 기간 동안 원가를 낮추기 위해 감수했던 모든 노력과 손실에 대한 보상을 얻는다. 1970, 80년대에 나온 경쟁 전략 중 상당수가 이러한 지배 전략을 추구했다. 당시 가장 널리 퍼진 방법 중 하나가 소위 경험곡선효과를 얻어 원가를 낮추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을 지배하자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경험곡선효과를 얻기 위해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구사하여 시장점유율을 높여야만 한다는 게 전략의 골자였다.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 누적 판매량이 늘어나고, 곧 경험곡선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러한 전략을 구사한 대표적 기업으로 텍사스인스트루먼트를 들 수 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계산기 시장에서 이러한 지배 전략을 추구한 적이 있다. 오늘날 반도체 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사용하곤 한다.
 
제품 차별화 전략이란 경쟁사와 차별화된 제품을 전체 시장에 뿌리는 전략이다(이 글 전체에서 ‘제품’은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모든 요소의 집합을 의미한다). 물론 세분 시장이나 표적 시장 같은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품 차별화 전략에서 기업은 한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여러 제품들을 경쟁사와 차별적으로 만들고, 이를 시장 여기저기에 뿌린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자신의 구미에 맞는 제품을 찾아와 산다. 모든 기업들이 제품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면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 수는 많아진다. 그러나 그 제품들 전부는 다 동일한 시장에 소속된다. 여기서 ‘소속된다’는 말은 그 제품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그 시장의 구매자들이 추구하는 욕구의 실현에 부합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제품 수는 많지만, 사실상 제품들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아니다. 경제학자 체임벌린은 이러한 상황을 지적하면서, 그러한 차별화를 유사차별화(pseudo-differentiation)라고 칭했다. 한마디로 사용 목적은 근본적으로 같고 ‘무늬만 다른’ 양상을 의미한다.
 
기업 영업 전략의 초점은 구매를 유발하는 것이다. 구매자가 타사가 아닌 자사 제품을 사는 데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제품 자체가 좋아서 살 수도 있고, 광고가 좋아서 살 수도 있으며, 또는 영업 사원이 불쌍해 보여서 살 수도 있다. 영업 중심 전략의 기본 논리는 ‘자극을 주면 움직인다’는 것이다. 여기서 움직인다는 말은 당연히 자사 제품의 구매를 뜻한다. 이 논리에 따라 기업은 구매자를 움직이기 위한 강한 자극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대개 경쟁사들 간 제품에 큰 차이가 없으므로, 결국 제품 이외의 다른 자극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곤 한다(사실 제품이 확실히 차별화되면 영업 중심 전략보다는 제품 차별화 등 다른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제품 이외의 다른 자극으로 대표적인 것이 구매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압박’을 연출하는 것이다. 매장의 사원이 아주 잘 생기거나 아름다워서 그 사원과 이야기를 나눈 여성 또는 남성은 물건을 안 사고 그냥 가기가 미안할 수도 있다. 이 미안한 느낌이 바로 구매 행위를 이끄는 일종의 ‘압박’이다. 또는 폭탄 세일이라고 하면서 대폭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면 그 제품의 필요 여부는 차후에 판단하고 일단 사고보자는 행위가 나타날 수 있다. 이때 가격 할인은 거부할 수 없는 자극이 된다. 융단 폭격적인 광고를 통해 어떤 느낌이나 집단의식을 불어넣는 것도 거부할 수 없는 자극을 만든다. 대체로 이러한 자극은 대중 매체를 통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판매 현장에서의 이벤트를 통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상 3가지의 매스마케팅 전략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미 수행하고 있는 일반적인 것들이다.
 
표적마케팅은 전체 시장을 세분화하여 세분 시장들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을 선택하여 사업을 하는 마케팅이다. 표적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전체 시장을 공략하기엔 자사 역량이 부족하거나 전체 시장 공략이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표적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표적에서의 조업에 필요한 자원과 자사가 현재 갖고 있거나 쌓아갈 수 있는 자원 간의 일치성이다. 즉, 자원 부합성이 표적 선택의 1차적 기준이다. 물론 교과서마다 여러 기준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으뜸은 자원 부합성이라고 판단된다. 표적을 선택하려면 먼저 시장을 세분화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그다지 쉽진 않다. 시장을 나눈다는 것은 시장을 구매자의 집합으로 보고 구매자들을 특정 기준에 따라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집단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세분 시장이란 이렇게 분류된 특정 집단을 일컫는다. 집단 분류의 기준은 원칙적으로 구매자들이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다. 욕구에 기초하여 구매자들을 여러 집단으로 나누면, 다음으로 각 집단이 누구인지 프로파일링을 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은 광고 판촉도 하고 유통 활동도 할 수 있다. 한 예로 승용차 시장을 ‘효율성’과 ‘자기 과시’라는 2가지 욕구에 따라 나눠볼 수 있다. 2개 이상의 집단으로 승용차 구매자들을 나눠보는 것이다. 그리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집단은 중산층이고 보수적이다’라는 식으로 프로파일링을 하고 ‘자기 과시 집단은 상류층이고 진취적이다’라는 식으로 프로파일링을 할 수 있다.
 
세분된 시장들 가운데 표적을 선택하면, 표적에 소속된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포지셔닝 작업을 하게 된다. 포지셔닝이란 표적 구매자들에게 자사 제품이 경쟁사의 것과는 달라서 경쟁사보다 욕구를 더 잘 충족시켜준다는 점을 마음속에 인식시키는 것이다. 물론 매스마케팅에서도 포지셔닝은 필요하다. 포지셔닝은 제품 차별화가 필요한 곳에서는 언제나 필요하다. 지금까지 설명한 시장 세분화(Segmentation), 표적 시장 선택(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을 합쳐 STP라고 부른다. 표적마케팅의 가장 큰 강점은 시장의 일부이지만 그 일부에서 독점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표적 시장에서만큼은 자사가 안정적으로 1등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작지만 안정적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시장 전략 유형 2 일회성 거래 vs. 관계적 거래
마케팅 전략의 성패를 가름하는 요소로 거래 유형의 분류를 들 수 있다. 거래는 크게 일회성 거래와 관계적 거래로 나눠볼 수 있다. 거래 양방이 ‘한 번 거래하면 다시는 재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거래를 하면 일회성 거래다. 다시 거래하지 않을 것이므로 양방은 각각 현재의 단발적 거래에서 최대 이윤을 얻으려 한다. 이러한 일회성 거래의 대표적 예로 주식 거래를 들 수 있다. 다시는 방문하지 않을 심산유곡 관광지에서 노점상과 방문자 간의 거래도 일회성 거래다. 일회성 거래의 초점은 서로 주고받는 재화의 가치에 있다. 재화의 가치가 서로의 기대에 맞으면 거래가 성사되고, 거래 양방은 영원히 헤어진다. 재미있는 현상 중 하나로, 반복적 거래를 하긴 하지만 이 거래가 모두 일회성인 경우도 있다. 한 번 가서 살 때 재거래 기대 없이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 역시 그 구매자와의 재거래를 기대하지 않고 물건을 팔기도 한다. 그렇지만 매번 이런 식으로 거래가 반복될 수도 있다. 이러한 반복 거래를 단순 반복 거래라고 한다.
 
관계적 거래란 거래 양방이 거래에 들어가기 전에 앞으로 거래를 몇 번 계속적으로 할지 정해놓는 거래다. 그렇게 되면 미래에 거래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현재의 거래에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많이 거래할 것을 생각해놓고 현재 거래를 진행할수록 양자의 거래는 더 관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관계적 거래의 핵심 포인트는 특정 거래 당시에 그 거래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가령 앞으로 10번의 거래를 하자고 정해놓고 거래에 들어가면, 10번의 거래에서 얻은 총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하지, 단발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하진 않는다. 관계적 거래의 전형적인 모습은 동네 가게의 단골 거래다. 가게 주인은 알면서도 때로는 손해보고 팔고 때로는 비싸게 팔기도 한다. 단골 구매자도 때로는 비싸게, 때로는 싸게 사기도 한다. 주인과 구매자 모두 그렇게 거래하는 것이 결국 장기적으로 실현하는 모든 거래들로부터 얻는 총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일회성 거래를 하게 되면 거래 양방은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 관심이 없다. 어차피 한 번 거래하고 보지 않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계적 거래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높다.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 파악한 결과가 거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신뢰할 사람이라고 파악하면 앞으로 거래를 많이 하고자 생각해서 외상도 쉽게 줄 수 있고, 당장에라도 싸게 팔 수 있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일회성 거래는 무인격적(impersonal)이고, 관계적 거래는 인격적(personal)이라고 말한다. 거래가 관계적일수록 거래 양방은 당장의 거래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기보다 관계를 더 잘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당장의 거래를 활용하고자 노력한다.
 
고객(customer)이란 일회성 거래가 아닌 관계적 거래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거래의 유형에 따라 마케팅도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일회성 거래에 쓰이는 마케팅으로, 비싼 가격에 많이 팔아 이윤 극대화를 추구한다. 다른 하나는 관계성 거래에 쓰이는 마케팅으로, 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것을 추구한다. 고객을 많이 확보하여 장기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줄여가며 좋은 가격에 많은 제품을 팔아 이윤을 극대화하려 한다. 고객은 이미 파는 사람을 잘 알고 친하기 때문에 판매자는 고객에게 구구절절한 판매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고객은 자신이 사는 제품을 자발적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자랑도 한다. 고객은 제품을 파는 상대방에게 여러 가지 유익한 피드백도 해준다. 이런 모든 일들 때문에 고객에 대한 마케팅 비용이 단기적으로는 높아도 장기적으로는 매우 낮아진다. 고객이 또 다른 고객을 만들기도 하므로 고객은 시장 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 결국 쉽게 많이 팔 수 있게 되어 기업은 관계적 거래에서 많은 혜택을 얻는다. 물론 고객도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얻는다. 관계적 거래는 한마디로 거래 양방이 파트너십을 맺고 협력 상생하는 거래다.
 
마케팅 전략의 선택
 
 

 
결국 마케팅 전략은 <표1>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매스마케팅은 대부분 일회성 거래를 추구하지만 그렇다고 관계적 거래를 못 할 이유는 없다. 다만 아직 관계적 매스마케팅이 많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이다. 표적마케팅도 일회성 거래나 관계적 거래를 모두 지향할 수 있다. 하지만 표적마케팅도 대부분 일회성 거래를 지향한다. 관계적 거래를 추구하면 관계가 중단될 때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 표적마케팅을 하게 되면 시장의 일부에서만 사업을 하므로 수익원이 작다. 결국 현실적으로 진정한 의미의 관계적 거래를 지향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현실에서 표적마케팅이 공염불에 그친 사례가 많다. 표적마케팅은 정교한 기법, 많은 노력과 비용을 요구한다. 반면 표적 고객만 상대하다 보면 시장이 한정돼 확장성이 없어진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표적마케팅은 기업의 이윤 확대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마케팅은 일회적 거래를 추구하는 제품 차별화 마케팅이나 영업 중심 마케팅이다. 일상에서는 이런 마케팅이 표적마케팅으로 포장되고 있다. 그 두 마케팅은 일단 전체 시장을 겨냥하고 있으므로 표적마케팅과 같은 시장 개척의 한계에 부딪히지 않는다. 또 경쟁사와 다르게만 만들어 시장에 뿌리거나 강한 촉진 자극을 구사하면 되므로 비용이 많이 든다 해도 마케팅 활동 자체는 단순하다. 복잡하고 어려운 노하우가 필요 없다는 얘기다. 또 다른 제품을 내놓거나 강한 자극을 구사하면 단기적이지만 일단 성과가 눈에 보인다. 즉 히트 상품을 만들기가 쉽다. 이런 측면 때문에 현실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제품 차별화 마케팅이나 영업 중심 마케팅을 선호한다.
제품 수명주기를 빌어서 말한다면, 성장기에는 표적마케팅이 아무 의미가 없다. 구매자들의 욕구와 지식이 자주 변하므로 그들이 원하는 제품의 내용과 사양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이 이리저리 바뀌는 구매자를 표적으로 삼으면 계속 그 마음에 맞추기 위해 비용을 많이 소모해야 한다. 반면 다양한 구매자층이 계속 늘어나며 시장 자체가 커지기 때문에 특정 구매자층을 표적으로 삼는 기업은 스스로 성장가능성을 줄이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다른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성장기에는 매스마케팅을 하는 게 현명하다. 하지만 성숙기에 들어가면 매스마케팅을 계속 할 수도 있고, 아니면 표적마케팅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성숙기에는 구매자들 역시 욕구나 제품 지식 면에서 성숙하고 안정된다. 이미 많은 직·간접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이 무엇인지 확실히 인지하고 그것만을 추구한다. 따라서 기업은 자신만의 차별적 역량에 부합하는 제품을 추구하는 구매자들을 표적으로 삼아 안정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다. 게다가 성숙기는 시장 성장이 크지 않으므로 매스마케팅을 지향하며 지속적으로 자사 매출을 늘리려는 기업은 결국 남의 매출을 빼앗아 와야 한다. 이는 곧 치열한, 때로는 매우 파괴적인 경쟁으로 이어진다. 당연히 비용 대비 성과가 매우 낮아진다. 남의 것을 빼앗기는 어렵기 때문에 자기 것이 될 수 있는 것을 잘 지키는 게 더 현명하다. 즉 표적마케팅이 이성적인 대안이다.
 
물론 성숙기에 매스마케팅이 불가능하진 않다. 성숙기에 매스마케팅을 하려면, 시장에 있는 모든 구매자들의 욕구를 경쟁사보다 더 잘 충족시켜주는 제품을 아주 싸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성숙기에 오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투자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동시에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원가 인하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 개발 투자에 돈이 많이 들고,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때론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유지해야 하므로 (예를 들어 경험곡선효과를 얻기 위해) 성숙기에 매스마케팅 기반을 쌓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영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 현실에서 종종 발견된다.
 
마케팅의 근본적 목적은 기업의 이익 극대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사의 입장에서 가장 타당한 유형의 마케팅 전략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무조건 고객을 만들기 위한 표적마케팅을 지향하는 것은 자칫 기업에 고통만 줄 수 있다. 그러나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다. 누가 보아도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제품을 갖고 있을 때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유형의 마케팅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히트 상품보다는 장수 상품을 만들어야 기업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
 
편집자주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KAIST Executive MBA 강의를 지면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2004년 개설된 KAIST Executive MBA 프로그램은 전략, 마케팅을 비롯해 전략적 의사결정, 경영 예측,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등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리더 여러분께 유용한 지식과 정보가 되길 바랍니다.
 
현용진 교수는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 미국 위스콘신대(매디슨 캠퍼스)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숙명여대와 아주대를 거쳐 2002년부터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마케팅 관련 공정거래, 정보처리 이론을 응용한 촉진효과, 브랜드 자산 분석, 조직문화 이론을 응용한 유통경로상의 지배구조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