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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아키텍처 전략

제품별 위계와 역할에 따라 가격 정하라

권오영 | 44호 (2009년 11월 Issue 1)
가격결정은 제품의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원료나 인건비 등의 고정비에 일정한 마진을 붙이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이는 기업이 꾸준한 공정 개선과 기술 개발을 통해 원가를 줄였더라도 굳이 가격을 내릴 필요는 없음을 뜻한다. 또 동일 제품은 같은 가격을 받아야 한다는 ‘일물일가(一物一價)’의 법칙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말도 된다. 이렇게 상황이 변한 이유는 고객의 구매결정 과정에서 제품의 감성적 요소가 원가나 재료, 기능보다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기업은 이런 환경 변화를 가격결정에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브랜드 관리에서 사용하는 ‘브랜드 아키텍처(architecture) 전략’을 가격결정에 도입해 전사적인 이익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격결정에 아키텍처 기법 활용
‘브랜드 아키텍처’라는 개념은 다수의 브랜드나 제품군을 보유한 기업이 활용하는 개념이다. 브랜드 아키텍처 전략은 브랜드(제품) 간 상하관계를 정립하고, 각각의 역할을 정의하며, 자원을 균형적으로 배분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수익이 극대화된다.
 
브랜드 아키텍처 전략은 가격결정에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기업들은 제품군 또는 개별 제품별로 가격을 수립하지만, 회사 전체의 가격구조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반면 가격 아키텍처 전략은 자사의 제품군 전체를 한꺼번에 봄으로써 각 제품 간의 관계까지 고려해 이익을 최대화하는 전사적 가격결정, 즉 ‘숲’을 보는 방법이다.
 
기업의 전사적 가격 구성을 구조적으로 살펴보면 제품의 상대적 중요도와 시장에서의 역할을 알 수 있다. 기업은 이에 따라 제품의 위계와 역할을 명확히 정의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각각의 제품 가격을 어떤 범위에서 설정해야 할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렇게 개별 제품의 가격을 조정하면 전사적으로 성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
 
또 향후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출시할 때도 전체적인 그림(아키텍처) 속에서 신제품의 콘셉트와 사양, 가격 등을 결정할 수도 있다. 관련 의사결정의 속도와 효율성이 개선되는 효과도 있다.
 
가격 아키텍처 전략 수립 단계
가격 아키텍처 전략의 수립은 △시장 상황, 자사 제품군 및 경쟁사 제품군을 모두 파악하는 현상 분석과 △이를 바탕으로 한 가격 아키텍처 전략 설정 △실제 가격 구현을 위한 가이드라인 구축의 3단계로 이뤄진다.(그림1)
 
 

 
①현상 분석:시장 상황과 자사 및 경쟁사 제품군의 가격 범위를 파악하는 단계다. 시장 현황은 전사적 차원에서 파악하는 게 원칙이지만, 사업의 특성에 따라 특정 사업부나 제품군별로도 파악할 수 있다. 경쟁사를 포함한 전체 시장의 가격 분석은 자사 제품군이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려주며, 틈새시장을 발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현상 분석의 가장 효과적인 기준은 △고객이 인식하는 가격(또는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과 △고객이 받는 혜택(또는 세분시장의 특성)이다.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매트릭스를 그리면, 현재 자사의 제품들이 어느 가격대에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이때 자사의 브랜드 아키텍처 전략이 이미 세워져 있다면 브랜드가 정말 그에 따라 군집을 이뤘는지 분석하고, 브랜드 아키텍처와 가격 아키텍처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적절한 브랜드 아키텍처 전략이 없다면, 브랜드나 제품명의 분포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살펴보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만약 브랜드의 분포가 일정한 군집 없이 혼재한다면, 브랜드 아키텍처나 가격 아키텍처의 정립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제품의 개념을 확장해 해당 제품과 연계 제품을 함께 고려해 시장 상황을 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인식하는 애플 아이팟의 가격은 기기의 가격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아이튠스를 통해 제공받는 음악 및 동영상 파일의 가격까지를 포괄한다. 만약 경쟁사의 가격을 염두에 두고 본 제품(기기)의 가격과 연계 제품(음악 및 동영상 파일)의 가격을 함께 설정할 수 있다면, 제품 판매는 물론 서비스를 통해 얻는 이익까지 극대화할 수 있다.
 
②가격 아키텍처 전략 설정:이전 단계에서의 현상 파악을 토대로 아키텍처 전략의 방향을 도출하는 단계다. 가격 아키텍처 전략을 세우려면 일단 고객이 왜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고객의 구매 이유를 ①기능적 요인 ②감성적 요인(고객이 경험하는 가치)으로 구분해보는 것이 좋다. 기능적 요인은 제품의 속성에 해당하며, 자동차를 예로 들면 엔진의 배기량, 마력 등이다. 감성적 요인으로는 브랜드와 서비스 수준, 판매원의 수준 등을 들 수 있다.
기업은 고객 조사를 통해 이런 구매 요인들의 중요도를 매기고, 어떤 요인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기능적 요인의 비중이 높으면 기능 중심의 가격결정 전략을, 감성적 요인의 비중이 높으면 가치 중심의 가격결정 전략을 고려하면 된다.
 
고객이 기능 중심으로 구매하는 제품은 가격 변화에 따른 수요 변화가 크다. 이런 경우 기업은 각 기능 요소가 고객에게 어느 정도의 화폐가치를 지니는가에 따라 가격을 정해야 한다. 이때는 특히 경쟁제품보다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같은 기능이라면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하는 게 좋다. 반대로 경쟁사보다 앞선 기능이 있다면 경쟁사와 동일하거나 고객의 인식만큼 높은 가격을 설정할 수도 있다.
 
고객이 경험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한 가격결정은 고객이 감성 중심으로 제품을 구매하거나, 아직 감성 중심으로 구매하지 않더라도 감성 중심 구매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을 때 사용한다. 같은 가전제품이라도 삼성전자나 소니가 정한 가격 범위와 뱅앤올룹슨이 정한 가격 범위는 수십 배 차이가 난다. 따라서 기업은 해당 세분시장의 고객이 자사의 가격 범위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나 일용소비재 브랜드에는 이런 시장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③가이드라인 구축: 1, 2단계를 거치고 나면 자사 제품과 경쟁사 제품이 어떤 시장에 속해 있으며, 자사가 각 시장의 특성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아울러 어떤 제품에 어떤 가격결정 전략을 적용해야 하는지 대략 틀을 잡을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아키텍처 전략에 따라 전사적 가격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개별 제품의 가격을 조정한다. 이때는 개별 제품의 상대적 중요도(위계)와 제품이 세분시장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등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
 
가격 조정과 관련해 주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기능 중심의 가격결정 전략에서는 고객이 인식하는 주요 기능의 가치를 경쟁 제품과 비교해 저평가된 부분과 고평가된 부분을 파악해야 한다. 이 분석을 통해 경쟁적 가격을 설정할 수 있으며, 이전 가격과 비교해 얼마의 이익이 더 발생하는지, 즉 가격의 적절성을 평가할 수도 있다.
 
감성 중심 가격전략에서는 고객이 지불할 의도가 있는 추가 가격 범위를 알아봐야 한다. 추가 가격의 상한선은 제품의 인지도나 신뢰도가 높거나 호의적인 이미지가 강할수록 높아진다. 제품의 감성적 요소가 고객 개인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면 명품 브랜드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도 있다. 물론 이때도 기존 가격 구조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새로운 가격 구조를 적용할 때 발생하는 이익을 비교해 가격결정의 적절성을 판단해야 한다.(그림 2)
 
 

 
전사적 가격결정으로 전사적 성과 향상
3단계 분석을 마치고 나면 각 제품군별로 어떤 가격을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즉 고객의 구매 동기에 무형적 요인(가치)의 비중이 큰 세분시장은 전체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을 것이고, 기능적 요인이 주도하는 세분시장은 현재 가격을 유지해야 할 시장과 경쟁사보다 가격을 낮춰야 하는 시장으로 구별할 수 있다. 또 고객의 구매 이유에 따라 제품 사양이나 특성을 조절할 여지를 찾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품에 기본적인 기능만 남겨도 무리가 없는 시장을 찾을 수도 있다.
 
기업이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점은 고객의 인식에 따라 제품에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거나 전체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데도 아직 진출하지 않은 세분시장을 찾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제품이나 원가 중심의 가격 전략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시장을 발견해 공략할 수 있고, 가격결정시 고객이 해당 가격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향후 신제품을 출시할 때도 신제품이 가격 아키텍처에서 어떤 수준에 속하는가에 따라 가격 전략을 세움으로써 의사결정을 효율화할 수 있도록 가격결정 과정을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격결정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과 각 제품군별 가격결정 전략 및 가격 전략을 결정하는 요인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어 관련 부서와 공유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이를 통해 향후에 개발되는 제품에 대해 제품 콘셉트 개발이나 연구개발(R&D) 단계에서부터 적절한 가격 전략 및 가격 범위에 대해 합의된 가이드라인을 가져갈 수 있다.
 
가격 아키텍처 전략은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품이나 시장을 발견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일부 기업들이 이러한 방법을 시행하고는 있으나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도입한 사례는 아직 드물다. 브랜드 아키텍처 전략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듯이 가격결정에도 아키텍처 전략을 수립해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가격결정과 관련된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커지고 이를 통한 기업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다.
 
필자는 고려대 경영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마케팅 전공) 학위를 취득하고, 10여 년 이상 국내외 기업에서 마케팅 및 브랜드 관리 전략을 수립·운영해왔다. 현재 SK주식회사 브랜드관리실 프로젝트 리더로서 기업 브랜드 관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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