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책정이란?
완전경쟁 시장에서는 어떤 기업도 가격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 완전경쟁 상태를 찾아보기는 매우 어렵다.
실제 시장에서는 독점력이 큰 기업과 작은 기업들이 공존한다. 각각의 기업은 자신이 갖고 있는 독점력 수준만큼 가격을 매길 자유를 확보할 수 있다. 독점력이 큰 기업은 가격을 언제, 얼마나 조정해야 약한 기업들을 적절히 누르면서 최대이윤을 실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반면 힘이 약한 기업은 큰 기업의 움직임에 어떻게 맞춰가야 이윤이 극대화되는지를 생각한다.
가격책정(pricing)이란 한마디로 기업의 독점력 행사를 뜻한다. 기업은 힘이 큰 만큼 자신의 목적에 따라 가격을 움직일 수 있고, 이윤을 늘릴 수 있다. 때로는 힘이 약한 일단의 기업들이 하나로 뭉쳐 집단적으로 힘을 늘리고, 그에 맞춰 가격을 매기고 이윤 극대화를 실현하기도 한다.
따라서 가격책정과 관련한 기업의 시장행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이미 얻은 독점적 지위를 향유하고자 하는 행태이고, 다른 하나는 독점적 지위를 얻으려 노력하는 행태다.
독점기의 관리적 가격책정
역사적으로 서구 경제에서 1950∼1960년대는 시장경쟁 체제로 가는 하나의 전환기였다. 이 전환기 이전에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소수의 기업들이 독과점적 위치를 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독과점기의 기업들은 관리적 가격책정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여기서 관리라 함은 ‘Output÷Input’을 극대화함을 뜻한다. 당시의 기업들은 독점력(input)을 이용해 이윤(output)을 높였다. 이것은 구매자가 자사로부터 떠날 수 없고, 자사보다 힘이 약한 경쟁자는 자사의 이익추구 활동을 막을 수 없다는 상황인식에서 비롯된다. 기업들은 가능하면 낮은 원가로 제품을 생산해 되도록 높은 가격에 팔아 이윤을 남겼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런 상식을 바탕으로 정교한 가격관리 이론들을 개발했다. 그 이론의 핵심은 <그림1>과 같이 판매량은 가격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가격이 떨어지면 판매량이 늘어난다(물론 뒤에 설명하는 바와 같이 가격이 올라갈수록 판매량이 느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가격과 판매량과의 관계는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통상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경쟁자의 가격적 대응이고, 둘째는 구매자의 효용(utility)이다. 자사의 가격 변화가 자사 제품의 판매량을 변화시키는 정도는 경쟁자가 자사의 가격 변화에 대응해 가격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 구매자가 자사 제품을 매우 좋아하면 웬만큼 가격을 올려도 판매량은 떨어지지 않는다.
한편 제품 판매량 증가로 인해 생산량을 늘리면 제품 한 단위당 원가가 낮아진다. 제품 한 단위당 변동비용은 생산량 변화에 따라 달라지지 않지만, 고정비용은 생산량이 많아짐에 따라 작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윤은 가격을 높였는데 판매량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때 극대화된다. 이것의 실현가능성은 독점력이 클수록 커진다. 구매자가 떠날 수 없고, 경쟁자의 대응도 쉽게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적 구조에서의 가격책정
기업 경쟁의 목표는 독점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독점력만큼 초과이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독점력과 관련해 기업 간 경쟁은 크게 두 가지 흐름 속에서 추구된다. 첫째는 구매자를 설득해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고, 둘째는 경쟁자가 시장에 못 들어오게 막거나 시장에서 나가게 만드는 것이다.
경쟁 수단으로서의 가격책정도 이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기업은 구매자의 반응에 맞춰 그를 고객으로 만드는 가격책정을 하거나(시장 중심적 가격책정), 가격책정을 통해 경쟁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경쟁자 중심적 가격책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