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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태적 가격결정 방법론

가격 기준은 절대 가치 아닌 상대 가치

전성율 | 44호 (2009년 11월 Issue 1)
프라이싱, 행태적으로 접근하라
4P로 불리는 마케팅믹스의 구성요소 가운데 ‘가격(Price)’은 기업의 이윤 극대화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이 가격결정보다는 제품(Product), 유통(Place), 판매촉진(Promotion)을 통한 이윤 증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격결정을 위한 학문적 연구는 크게 계량적 모델을 개발해 최적가격을 도출하는 ‘경제학적 접근(economic pricing)’과 소비자 행태와 심리 분석을 바탕으로 가격결정 전략을 찾는 ‘행태적 접근(behavioral pricing)’으로 나뉜다. 경제학적 접근은 개발된 계량적 모델이 전제하는 많은 가정들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실무에 적합하다는 한계가 있다.
 
성공적인 가격관리자와 그렇지 못한 가격관리자는 가격결정에 대한 사고방식에 차이가 있다. 성공적인 가격관리자는 다음과 같은 고민들을 주로 한다. ‘가격이 얼마가 되어야 소비자들이 수용할 수 있고, 동시에 우리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가?’ ‘우리 제품이 소비자에게 가치가 있는가?’ ‘소비자에게 제품의 가치를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가?’ ‘우리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장점유율은 어느 정도인가?’ 반면 성공적이지 못한 가격관리자는 다음과 같은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다.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들어간 비용은 얼마이며, 이를 보상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얼마나 받아야 하는가?’ ‘우리의 목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얼마의 가격이 적당한가?’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이려면 가격을 얼마로 해야 하는가?’
 
과거에 초음속 여객기라 불린 콩코드 여객기를 도입한 한 항공사가 항공료를 얼마로 책정할지 고민했다. 이 항공사는 여객기를 구입하는 데 소요된 비용을 산출한 뒤 이를 보상하기 위해 일반 여객기 가격의 약 3배나 되는 항공료를 책정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일반 여객기가 아닌 콩코드 여객기를 탈 때 절약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몇 시간에 불과했다. 이 항공사의 가격을 적절하다고 볼 수 있을까? 가격을 결정할 때는 제품 원가와 목표 이익만 고려하기보다 소비자가 지각하는 자사 제품의 가치와 경쟁 제품의 가치 및 가격수준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또 단기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내림으로써 이윤을 희생하는 것은 일종의 주객전도라 할 수 있다. 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고객 만족을 통한 이윤 극대화이지 시장점유율 증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다 적합한 시장점유율 증대는 가격 인하를 통해서가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킴으로써 이뤄져야 한다. 그럼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이윤 증대와 시장점유율 증대라는 2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
 
신제품의 매출이 부진해 그 원인을 파악하고자 소비자조사를 했다고 가정하자. 소비자들의 주된 응답이 ‘가격이 너무 비싸서’라면 마케터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단순히 가격을 내리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 그보다는 ‘소비자들이 도대체 왜 신제품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구매하지 않는다고 했을까’라는 질문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소비자들이 자사가 선보인 신제품의 여러 특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고 이를 경쟁 제품과 비교해본 결과 가격 대비 가치가 낮다고 판단해서 구매를 안 하는 것이라면, 자사가 소비자들에게 전달한 제품의 특징이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사 제품의 가치에 맞게 가격을 낮추거나, 제품 포지셔닝 전략을 수정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만약 소비자들이 비싸다고 한 주요 원인이 자사 제품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라면 가격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기존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가격 인하나 리포지셔닝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보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즉 성공적인 가격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선 원가나 목표 이익과 같은 표면적인 정보도 매우 중요하지만, 자사 제품의 진정한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자사 및 경쟁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지각하는 가치 역시 반영해야 한다.
 
준거가치와 차별가치를 고려하라
소비자들이 지각하는 제품의 총 경제가치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어느 더운 여름날 해변에서 차가운 콜라를 얼음 통에 넣고 다니며 파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음료 도매상으로부터 콜라를 한 캔에 300원씩 구입했고, 한번에 50캔이 들어가는 얼음 통을 9000원 주고 장만했으며, 얼음 통에 얼음 1000원어치를 넣었다. 당신은 콜라 한 캔을 얼마에 팔겠는가?
 
원가만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한다면, 한 통만 팔 때 콜라 한 캔의 원가(자신의 인건비는 고려하지 않음)는 500원이므로 가격은 ‘500원+α’로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격을 결정할 때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느끼는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앞에서 얘기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당신이 해변에서 파는 콜라 한 캔의 가치를 얼마로 평가하고 있을까? 어떤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지각하는 총 경제가치는 다음 공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소비자가 지각하는 제품의 총 경제가치=준거가치(reference value)+차별가치(differentiation va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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