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각적 마케팅’에 주목하라

43호 (2009년 10월 Issue 2)

전통적 마케팅은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 브랜드 등 의식적이고 인지적 요소들을 많이 활용했다. 그러나 기능적(또는 인지적) 차원에서의 제품 차별화가 어려워지면서,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감성 마케팅’이란 개념이 등장했다. 소비자들의 감각과 정서를 자극해 마케팅을 하자는 것이다.
 
색 바꾸고 매출 3배 뛰어
인간의 감각에는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5가지가 있다.
 
이 중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시각이다. 미국 컬러리서치연구소(ICR)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을 처음 접할 때 최초 90초 안에 선택을 위한 잠재의식적 판단을 내리며, 그런 판단의 60∼92%가 색에 의존해 이뤄진다.
 
실제로 M&M 초콜릿은 새로운 색을 제품에 사용하고 나서 매출이 3배나 뛰었다. 애플은 전통적인 베이지색에서 벗어나 5가지 색상의 아이맥(iMac) PC를 선보였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블루베리색은 포도색이나 라임색 제품보다 50달러, 오렌지색이나 딸기색보다는 100달러나 비싸게 팔렸다고 한다.
 
청각적 요소도 마케팅에 유용하다. 다양한 음악은 고객의 구매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 한화유통은 전국 49개 매장에서 시간대별로 다양한 음악을 틀어주고 있다. 고객이 적은 오전에는 클래식 등 느린 음악을 내보낸다. 하지만 고객이 제일 많은 오후 4∼6시에는 빠른 템포의 팝송으로 손님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한화유통은 이런 음악 마케팅으로 10% 정도의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두고 있다.
 
후각적 요소는 향기 마케팅이라는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 후각을 이용한 마케팅은 시각이나 청각에 의지하는 방법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의 마케팅 교수진은 1996년 향기가 고객의 매장 및 상품 평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구매 욕구와 재방문 의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향기가 기억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프루스트 효과’를 마케팅에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촉각이나 미각 요소를 활용한 감성 마케팅도 가능하긴 하지만, 그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실행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다수의 감각을 결합하라
문제는 많은 경우 개별적인 감각 요소가 소비자의 정서적 측면을 강력하게 자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학문적 통섭과 같이 여러 가지(최소한 2가지 이상) 감각적 요소를 통합해 시너지를 내는 ‘공감각적 마케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은 시각적으로는 계절적 분위기를 강조해 주력 상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반면 청각적으로는 최대한 편안한 쇼핑 분위기를 만들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8월 말 검은색 일색이던 마네킹의 피부색을 일제히 흰색으로 바꾸고, 매장에 가을 하늘을 연상시키는 구름과 비행기 조형물을 설치했다. 반면 매장 전체의 배경 음악으로는 지난해 가을부터 1년 가까이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피아노곡 ‘Smiling Joey’를 고수(매일 한 시간 간격으로 재생)하고 있다. 고객들이 친숙해하며, 아무리 들어도 싫증 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두 요소가 ‘공감각’이란 개념을 통해 결합함으로써 고객 유치와 매출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본명 범상규)는 건국대 응용통계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동 대학 경영학과에서 박사(마케팅) 학위를 받았다. 종합광고대행사인 나라기획과 금강기획, 그레이프커뮤니케이션에서 마케팅과 광고 기획을 담당했다. 현재 건국대와 세종대에서 마케팅을 강의하고 있으며, 마케팅-광고 전략 관련 컨설팅 회사를 운영 중이다. 소비 심리와 문화 코드에 대한 통찰력을 높여 기존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 마케팅 분야의 연구에 힘쓰고 있다. http://blog.naver.com/sk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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