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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정체성의 핵심은 매장 차별화

홍성용 | 42호 (2009년 10월 Issue 1)
일반 상품뿐 아니라 공공 영역에서도 사업성 분석과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지속적 투자는 어려우며,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의 한계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유지 관리에 문제가 생길 때는 엄청난 건설 비용을 들였더라도 ‘철거’라는 극단적 사태를 맞기도 한다. 공간 투자에서 적자를 면하려면 소비자들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소비자들은 대체로 충성도가 약하다. 변덕 때문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판단을 좌우하는 요인, 즉 소득, 문화, 교육, 정치, 사회 등 모든 사안들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 변화가 바로 ‘트렌드’다. 즉 공간 마케팅에서도 트렌드의 변화를 잘 파악하고 이를 먼저 예측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들의 행동을 단계별로 분석하면 크게 ‘모방 → 독자적 정체성 확립 → 고급화 → 창조적 소비’로 요약할 수 있다. 모방의 단계는 막연한 동경과 기대를 가지며 선택하는 행위다. 과거 동대문 패션은 세계적인 유행을 짧은 시간에 모방해 싼 가격의 의류를 내놓았기에 성공했다. 소비자들은 이 제품이 진품과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도 그 유사성 때문에 구입했다. 공간도 다르지 않다. 최근 한국에는 세계적인 명소를 모방한 카페, 백화점, 공공 건축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완공된 문정동 가든파이브는 베를린 소니플라자를 모방했다. 
 
문제는 모방 단계의 소비자들이 소비 행위 자체에 열등감을 가진다는 점이다. 진짜와의 격차가 너무 클뿐더러 남들도 이를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모방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애착과 충성도가 낮은 이유다.
 

모방의 단계가 지나면 잘 알려진 브랜드에 대한 소비가 이뤄진다. 패션업계의 예를 보자.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헌트, 이랜드, 체이스컬트 등 수많은 트래디셔널 패션 브랜드들이 폴로를 흉내 내며 시장에 등장했다. 이들 제품은 비싼 가격 때문에 폴로를 구입할 수 없는 소비자들에게 환영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폴로가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오리지널 브랜드를 구입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때 빈폴은 다소 다른 전략을 취했다. 폴로를 철저히 분석해 빈폴만의 패턴, 색상, 디자인 등을 만들어냈다. 즉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이때 빈폴이 사용한 전략이 바로 매장 차별화다. 빈폴의 원래 매장은 폴로와 비슷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매장 공간을 검정색과 은색을 혼합한 독특한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독자적인 공간을 확보함에 따라 폴로와는 완벽하게 다른 브랜드 정체성도 확보한 셈이다.
 
이에 따라 빈폴은 폴로와 유사한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었고, 매출도 상당히 늘었다. 빈폴 소비에 심리적 열등감을 가졌던 소비자들도 당당해질 수 있었다. 신규 고객도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빈폴처럼 모방 브랜드 이미지를 넘어 독자적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한 사례는 많지 않다.
 
다음 단계는 고급화다. 요즘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잘 알고 다들 한 번쯤은 가본 뉴욕, 파리, 런던을 선호하지 않는다. 몰디브, 아프리카, 중남미 등을 찾는다. 뉴욕이나 파리에 가더라도 일반 숙소에서 묵지 않고 고급 호텔에 숙박한다. 루이비통이나 샤넬 가방을 들고 다니는 행위도 이와 비슷하다. 기업들은 고급화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일부러 비싼 가격의 상품 및 서비스를 내놓는다. 고객 접근성을 제한함에 따라 이를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자부심은 더욱 커지고 충성도 또한 높아진다.
 
마지막 단계는 창조적 소비다. 즉 생산자와 소비자를 결합한 프로슈머(prosumer)로 행동한다. 이 단계에서는 소비자 경험의 양과 질이 중요하다. 창조적 소비자는 생산 및 유통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반영한다. 이 단계에서는 제품 가격이 큰 의미가 없다. 소비자는 오직 자신의 경험, 자신이 부여한 의미와 가치에 따라 제품을 판단한다. 브랜드 인지도 또한 소비자의 구매 판단을 좌우하지 않는다.
 
현명한 기업들은 창조적 소비라는 트렌드 변화에도 발 빠르게 대응한다. 루이비통이 대표적이다. 루이비통은 독특한 패턴과 디자인을 고수하면서도 젊은 아티스트들과 손잡고 과감하고 전위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일본의 현대 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를 기용해 내놓은 현란한 색채의 멀티그램 가방이 대표적이다.
 
이런 전략은 공간에도 나타난다. 루이비통의 매장 디자인은 프로슈머 고객들을 겨냥해 매우 예술적으로 만들어졌다. 즉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라 그 자체가 세계적인 건축물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졌다. 루이비통은 2006년 아오키 준, 시게루 반, 자하 하디드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함께 9개의 아이콘 가방을 재해석한 작품을 전시해 매장을 마치 미술관처럼 느끼게 했다. 특히 아오키 준이 독자적으로 진행한 일본 매장의 건축적 예술성은 그 자체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는 소비자들의 창조적 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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