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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의사결정 ‘깔때기 모형’ 유효성 끝났다

올레 제르겐 베트비크(Ole Jørgen Vetvik),수잔 멀더(Susan Mulder),데이비드 코트(David Court),데이브 엘징어(Dave Elzinga) | 39호 (2009년 8월 Issue 2)
마케팅의 목표는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시점에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가전회사들은 자사의 TV 제품을 매장에 진열해 고객들이 직접 생생한 HD 화면을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아마존은 온라인 고객들에게 적합한 상품을 자동으로 추천하는 기능을 10년 전부터 도입했다. 과거 P&G는 비누와 같은 생활용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들을 겨냥해 라디오와 TV 드라마에 간접광고를 넣었다. 이것이 ‘소프 오페라(soap opera)’가 연속극을 지칭하는 말이 된 유래다.
 
이와 같이 마케팅 담당자들은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순간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과 그에 따른 기업의 고객 접촉 시점은 ‘깔때기(funnel)’ 모형을 통해 설명돼왔다. 여러 개의 잠재적 브랜드들을 고려하던 소비자들이 구매 의사결정의 깔때기를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하나의 브랜드를 구매한다는 뜻이다.(그림1)
 
그러나 제품 선택의 폭이 늘어나고 소비자들이 좀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제 깔때기 모형만으로는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을 충분히 설명하기가 어려워졌다. 깔때기 모형으로는 구매 과정에서 나오는 수많은 고객 접촉 포인트와 핵심 구매 요인들을 모두 포착하지 못한다. 때문에 일정한 순서에 따라 진행되지 않는, 소비자의 복잡한 구매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해졌다.
 
맥킨지는 최근 ‘소비자 의사결정 여정(consu-mer decision journey)’이라 이름 붙인 새로운 접근 방법을 개발했다. 이 접근 방법은 다양한 미디어와 제품 선택권을 가진 지역에 모두 적용할 수 있으며,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신흥 시장의 대도시 지역에도 적합한 모형이다. 맥킨지는 3개 대륙의 5개 산업 영역에서 소비자 2만여 명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을 연구해 이 접근 방법을 개발했다.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권이 넓어짐에 따라 이제 마케팅 담당자들은 자사의 제품이 소비자의 구매 후보군 내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회사와 소비자 간의 쌍방향적 의사소통의 확대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구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보다 체계적인 마케팅 방법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또 이전과는 다른 고객 충성도 유형이 파악됨에 따라 기업들은 기존에 운영해온 고객 충성도 및 고객 경험 관리 방법을 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맥킨지의 이 연구는 전략, 예산, 채널, 메시지와 같은 마케팅의 모든 요소들을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 맞춰 정렬하고, 이들 요소를 조직 전체에 걸쳐 통합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마케팅 담당자들이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고, 마케팅 예산과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최대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순간에 집중한다면, 적시에 적절한 장소에서 적합한 메시지로 타깃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구매 의사결정을 내리는가?
 
사람들은 매일 광고와 신문 기사, 친지와의 대화, 제품을 실제 사용해본 경험 등 다양한 접점으로부터 브랜드에 대한 인상을 받는다.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구매를 하지 않는 한 이런 브랜드 노출의 상당 부분은 의미 없이 낭비된다. 하지만 뭔가가 구매 충동을 자극해 소비자들이 소수의 잠재적 구매 후보군을 결정하는 초기 단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깔때기 모형은 소비자들이 여러 옵션들을 비교하고, 의사결정을 하며, 최종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구매 후보 브랜드의 수를 체계적으로 줄여 나간다고 주장한다. 판매 후 단계는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 및 재구매 가능성을 결정하는 일종의 시험 단계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깔때기 프로세스의 각 단계마다 소비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밀어내기(push)’ 마케팅을 실시하도록 교육받아왔다. 그러나 자동차와 스킨케어, 보험, 소비자 가전, 무선통신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실시한 맥킨지의 정량적·정성적 연구 결과는 이와는 상당히 다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은 4가지 주요 단계를 반복하는 순환식 프로세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구성하는 각 단계는 마케팅 담당자들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 전쟁터다. 이들 4개 주요 단계는 ①초기 고려(소비자들이 구매 후보 브랜드들을 일차적으로 정함) ②적극적 평가(잠재적 구매 대상 브랜드들을 비교, 평가) ③구매 결정(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고 최종 구매) ④사후 경험(소비자들이 구매한 제품을 직접 경험)으로 구성된다.(그림2) 물론 깔때기 모형도 각 단계별로 특정 브랜드의 강점을 이해하게 해주며, 소비자들이 그 브랜드를 선택하는 데 방해가 되는 장애 요인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다음 3가지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구매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한 이유다.
 
1. 브랜드 고려 방식의 변화
 
어떤 소비자가 어느 종류의 제품을 사겠다고 마음먹을 때, 그는 구매 고려 대상이 되는 다수의 ‘초기 구매 후보’ 브랜드들을 떠올리게 된다. 맥킨지의 정성적 연구 결과, 제품과 미디어의 수가 늘어났음에도 소비자들이 초기 단계에서 고려하는 브랜드의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제품에 대한 정보의 홍수는 소비자들이 오히려 마음에 와 닿는 일부 소수의 브랜드들만을 신뢰하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중요해진 것이 바로 최초 브랜드 인지도다. 실제로 소비자가 ‘초기 고려 단계’에 넣는 브랜드를 최종적으로 구매할 확률은 그렇지 않은 브랜드에 비해 3배 정도 높았다.
 
그렇다고 초기 고려 단계에 넣지 않은 브랜드에 전혀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정보를 검색하고 여러 제품을 비교하는 ‘적극적 평가 단계’에서는 고려 대상에 포함되는 브랜드 수가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바로 이것이 전통적인 깔때기 모형과의 큰 차이점이다. 새로운 브랜드들은 다시 고려 대상에 들어오면서 소비자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방해할 수도 있고, 심지어 경쟁 브랜드를 고려 대상에서 밀어내기도 한다. 적극적 평가 단계에서 추가되는 브랜드들의 수는 산업에 따라 다르다. 맥킨지의 연구 결과, 개인용 컴퓨터는 평균 1개의 브랜드가 초기 고려 단계의 1.7개 브랜드에 추가된다. 자동차는 초기 고려 단계의 3.8개 브랜드에 2.2개의 브랜드가 추가된다. 이제 마케팅 담당자들이 좀더 다양한 시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반면, 초기 고려 단계에 이미 자사 브랜드가 들어갔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도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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