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는 한국 전체가 하나의 메가시티리전(MCR·광역경제권)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도시 및 지역정책 분야 석학인 피터 홀 영국 런던대 교수(건축계획학)는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도권의 성장을 촉진하고 부산 등 지역거점 도시의 육성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좁은 국토를 수도권과 지방으로 가르는 이분법적인 대립구도에서 벗어나 한반도 전체를 교통과 통신망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대도시권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지역발전위원회가 주최한 ‘지역발전 국제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30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그는 “서울이 몰라보게 성장했다”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다음은 홀 교수와의 일문일답.》
도시 및 지역정책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피터 홀 영국 런던대 교수는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전체를 하나의 메가시티리전(광역경제권)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영수 기자
“수도권-지방 이분법 벗어나 교통-통신망 유기적 연결
한국 고유의 경쟁력 키워야”
―세계 각국이 수도권 육성에 나서고 있다.
“수도는 가장 역동적인 도시다. 금융 미디어 디자인 건축 토목 엔지니어링 등 국제적인 산업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새로운 현상은 수도권이 다(多)중심적인 메가시티리전으로 발전한다는 점이다. 영국과 유럽의 경험을 볼 때 인구, 고용 등의 측면에서는 수도 주변부의 도시가 더 역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한국에서는 수도권에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논란이 있다.
“한국은 영국(UK) 전체가 아니라 잉글랜드 지역과 비슷하다. 영국 런던-맨체스터-리즈 등으로 이어지는 350km 거리의 지역과 공간적으로 유사하다. 해결책은 수도권을 더 성장시켜 150∼200km까지 파급효과가 미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부산 등 지방 거점도시를 맨체스터나 카디프처럼 육성하고 일부 기능을 분담시켜야 한다. 당장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한국 전체를 단일한 메가시티리전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교통과 통신 인프라 발전으로 가능해질 것이다.”
―콘퍼런스에서 장거리 분산정책(longer distance strategy)이 성공하기 어렵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의 대덕연구단지를 꼽았는데….
“(혁신 역량을 분산할 때는 중심도시로부터) 거리가 가까울수록 유리하다. 대덕은 서울에서 120km 떨어져 있다. 실패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고 두고 봐야 한다. 장거리 분산전략을 택할 때는 잠재력이 큰 지역 한두 곳에 집중하는 선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홀 교수는 이날 발표한 논문에서 분산(scattered-shot) 정책은 정치적 설득력이 있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강제적인 장거리 분산은 위험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70km 떨어진 신주과학공원원구, 런던에서 80km 떨어진 케임브리지 등은 성공했지만 대덕연구단지는 서울과 거리가 멀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
―침체된 지역을 살리기 위한 대안은….
“침체된 지역의 사람들이 거점도시로 오고갈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한다. 핵심 산업이 침체된 도시로 갈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한때 석탄과 철강 산업의 중심지였던 웨일스의 카디프는 교육 의료서비스 등 지식기반산업 구조로 전환하면서 폐쇄됐던 철도를 다시 개통했다. 이 결과 지역경제가 살아났고 많은 지역 사람들이 카디프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