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서 도심까지 30km’ 대중교통 출근시간 재보니
경인권 66분, 부울경권 80분, 오사카권 45분
《한국 대도시권에서의 삶은 고달팠다.
경인권(서울-인천-경기)과 부울경권(부산-울산-경남)의 대중교통을 이용한 광역 통근시간은 주요 7개국 메가시티리전(MCR·광역경제권) 가운데 가장 길었다.
도시는 급팽창했지만 광역 교통망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또 경인권은 세계 20개 MCR 가운데 가장 오래 일하면서 물가는 임금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출퇴근이 어렵고 일도 많이 해야 하지만 물가가 높으니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교통 인프라 부족은 물류비를 증가시켜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는다.》
도로위 허비시간 최다…임금대비 물가는 높아
지속 성장 12위 그쳐…‘고달픈 삶’ 해결 시급
한국 MCR는 이제 급격한 도시화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주민들이 겪는 ‘일상의 괴로움’도 해결해야 한다. 교통, 환경 분야에서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면 아시아 지역 및 글로벌 MCR와의 경쟁에서 무기력하게 패퇴할 수밖에 없다.
○ 1시간 이상 걸리는 출근길부터 한숨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글로벌컨설팅회사인 모니터그룹의 세계 20개 MCR 경쟁력 평가 결과 교통, 의료, 교육, 문화 등 삶의 질 경쟁력 항목에서 경인권이 4.11점으로 10위, 부울경권은 3.50점으로 15위에 머물렀다. 1위는 프랑스 파리권(5.65점)이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 경인권과 부울경권, 영국 런던권, 프랑스 파리권, 독일 라인-루르권, 네덜란드 란드스타트권, 미국 뉴욕권, 일본 도쿄권과 오사카권의 7개국의 광역(30km) 통근시간을 실측했다.
한국 경인권의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광역 통근시간은 평균 66분으로 조사됐다. 오전 8시 경기 용인시 수지구, 부천시 원미구, 고양시 일산구 3곳에서 출발해 서울 광화문 회사로 출근하는 데 한 시간 이상 걸렸다. 이는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6개국 대도시권 평균(53.9분)보다 12분이 더 길었다. 일본 도쿄권(49분)과 오사카권(45분) 주민보다는 평균 19분을 더 길에서 허비해야 했다.
광역 교통망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부울경권의 상황은 더 나빴다. 경남 양산시, 김해시, 부산 기장군에서 부산 서면의 회사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80분. 6개 지역 평균보다 26분, 일본보다 33분이 더 걸렸다. 부울경권은 오히려 승용차로 출근하는 것이 대중교통보다 19분을 단축할 수 있었다.
○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의 악순환
열악한 광역 대중교통망은 ‘승용차 의존도 증가-교통체증-대기오염과 에너지 낭비’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출퇴근시간마다 교통체증이 반복되는 경인권이 대표적이다. 승용차를 이용한 경인권 광역 통근시간은 평균 73분으로 도쿄권(90분)에 이어 비교 대상 중 두 번째로 길었다.
총 20개 MCR의 국가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중국 러시아 인도 등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자동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석유 등 화석 연료 등의 소비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인권은 대기 오염, 1인당 녹지공간, CO2 배출량 등을 평가한 환경 지속성 경쟁력 항목에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권(8위), 일본 도쿄권(11위)보다 뒤진 12위에 머물렀다. 1위는 라인-루르권이 차지했고, 란드스타트권(2위), 런던권(3위), 파리권(5위) 등 환경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관심이 큰 유럽 MCR가 상위권에 포진했다.
○ 악조건 속 일하며 높은 비용 물어
경인권과 부울경권의 노동시간은 비교 대상 20개 MCR 가운데 가장 길었다. 뉴욕 등 선진국 대도시권보다 20% 이상 일을 더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생산성이 떨어져 흘린 땀에 비해 성과가 적었다. 임금은 뉴욕권의 절반에 불과했다. 게다가 물가는 뉴욕권의 80%에 육박했다. 악조건 속에서 일하면서도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높은 비용을 물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인재와 자본을 유인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