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 미래의 경쟁력

<2> 한계 직면한 성장엔진

1호 (2008년 1월)

규제 찬물’에 식어버린 한국 성장엔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모니터그룹의 세계 20대 메가시티리전(MCR·광역경제권)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 제조업은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평가됐다. 첨단제조업 비중에서 경인권은 세계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금융, 사업서비스 등 지식기반 산업 비중은 13위에 그쳐 미래의 성장전망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과감한 규제 개선과 혁신역량 강화가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
 
 
첨단제조업 3위 경인권, 지식 고부가산업선 13위 머물러
규제에 막혀 공장이전도 힘들어 노동생산성 모스크바권에도 뒤져
‘한국인구 절반’ 엔진 제역할 못해
경인권(서울 경기 인천)의 첨단 제조업 비중이 20대 메가시티리전(MCR·광역경제권) 가운데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금융, 사업서비스 등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산업 비중은 13위에 그쳐 미래 성장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1970, 80년대 투자한 반도체 등 대규모 장치산업의 과실을 현재까지 향유하고 있지만 미래를 위한 신규 투자가 각종 규제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쟁 상대인 중국은 상하이권과 베이징권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여 첨단 제조업 비중에서 1, 2위를 달리며 경인권을 앞질렀다.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산업 비중에서도 베이징권은 11위를 차지해 경인권을 2계단 따돌렸다.
 
한국 경제가 규제개선을 통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더 높이고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을 추가하지 않으면 세계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 아직까진 제조업 성공 과실 향유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글로벌 컨설팅회사 모니터그룹의 세계 20개 MCR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 제조업의 저력이 확인됐다.
 
‘경제적 번영’ 항목 평가 결과 경인권은 전체 MCR 20곳 가운데 10위를 차지해 상하이권(11위)과 베이징권(12위)을 앞질렀다. 부울경권(부산 울산 경남)은 15위였다. 1위와 2위는 뉴욕권과 로스앤젤레스권으로 평가됐다. 경제적 번영 지표는 지속적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본과 노동, 혁신역량 등을 반영한다.
 
경인권의 경쟁력은 주로 제조업에 있었다.
특히 첨단 제조업의 비중은 경인권이 5.8점으로 상하이권(7.0점), 베이징권(6.2점)에 이어 20개 MCR 중 3위를 차지했다. 과거에 투자한 중화학 공업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부울경권(3.0점)은 선두권과 큰 격차를 보이며 14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기업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지난해 조사 결과로도 사업하기 좋은 환경에서 한국은 2.53으로 비교 대상 20개 대도시권 국가 중 하위권이었다. 아시아의 경쟁 상대인 중국(5.26) 일본(5.27) 싱가포르(8.38)와도 격차가 컸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액은 경인권이 17위로 상파울루권, 리우데자네이루권, 모스크바권보다 낮았다. 부울경권은 19위였다.
 
실제로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싱가포르계 반도체 회사인 A사는 연매출 7000억 원으로 265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자 기업이지만 수도권 규제로 증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 본사의 공장 임대 기간이 2015년에 끝나 인근 지역의 제2공장 용지를 증설해 이전하려고 하지만 자연보전권역의 공장입지 규제, 상수원보호구역의 환경 규제 등 이중삼중의 수도권 규제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이 회사는 요즘 업계에서 ‘리틀 하이닉스’로도 불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몇 곳이 공장용지 무상임대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지만 물류, 고객, 인력 수급 등의 어려움이 있다”며 “싱가포르 본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 지식기반산업 등 미래 성장기반 취약
 
세계 1위 MCR인 뉴욕권은 금융, 비즈니스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등 미래 성장동력 산업이 창출한 일자리 비중이 전체 MCR의 20%를 넘을 정도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재 생산 등 제조업 기반도 튼튼하다.
 
반면 경인권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류에 따른 금융 사업서비스 등 지식기반 고부가가치산업(KIS) 비중에서 베이징권(11위)보다 뒤진 13위로 조사됐다.
 
각종 규제로 첨단제조업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지 못하고 지식기반 산업으로의 변신도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인권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4만1100달러로 조사 대상 20곳 평균(5만3000달러)의 77.5%였다. 국내 제2위의 경제권인 부울경권(4만8700달러·11위)은 물론이고 후발그룹인 모스크바권(4만3700달러·12위)보다 생산성이 떨어졌다.
 
또 경인권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만9640달러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86% 수준에 그쳤다. 이는 비교 대상 20개 MCR 평균인 2만6000달러의 75.5% 규모로 모스크바권(2만6641달러·11위)이나 부울경권(2만1607달러)보다 낮았다.
 
 
○ 혁신 인프라 7위로 가능성도 엿보여
 
경인권은 지식기반 산업 창출의 핵심 원동력인 국제특허 출원, 연구개발(R&D) 투자 비중 등 혁신지수에서 7위를 차지하며 도쿄권(8위)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다만 출원된 특허의 대부분이 제조업 관련 특허여서 서비스 산업 관련 분야의 혁신 노력이 더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평가에서 경인권의 서비스업 비중은 12위로 도쿄권(6위) 오사카권(10위)은 물론 멕시코시티권(11위)에도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울경권도 지식기반 고부가가치산업 비중이 하위권인 17위, 서비스업 비중은 14위에 머물렀지만 최근 5년간 사업서비스 영역이 빠르게 성장해 성숙한 산업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을 보였다.
 
 
■ ‘푸둥의 기적’일군 상하이 정책실험
외국인에 파격적 감세혜택… 진흙밭이 국제금융 허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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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중국 상하이 구시가지 푸시 지구의 전통 건축 상가거리 야경. 상하이 시는 1990년까지만 해도 도시 개발이 완만하게 진행됐으나 1990년대 들어 푸둥을 거점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막대한 투자를 시행하면서부터 급속도로 발전했다. 상하이=디유넷 
 
호남석유화학 중국 현지법인인 호석화학무역(상하이)유한공사의 서재윤 이사는 1991년 상하이에서 시 공무원으로부터 푸둥(浦東) 개발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꿈도 야무지다’는 생각을 했다. 허허벌판 진흙밭을 20∼30년 안에 미국 뉴욕 맨해튼처럼 개발한다는 얘기는 꿈처럼 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상하이는 꿈을 현실로 이뤄냈고, 푸둥 발전에 힘입어 2006년까지 상하이의 역내총생산(GRDP)은 연속 15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했다.
기반시설 건설 등 직접적인 투자도 막대했지만 푸둥 발전을 이끈 원동력은 파격적인 규제 완화였다. 1990∼1995년 중국 중앙정부는 상하이와 푸둥에 3차례에 걸쳐 특혜 정책을 실시했다. 투자 심사와 재정수입 확보 등에서 상하이 시 정부의 자주권을 확대하고 투자자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상하이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금지되는 외국기업의 은행 설립이 허가되고, 시 정부는 투자항목 심사비준 권리를 갖게 됐다. 저장(浙江)대 박인성 교수는 “푸둥은 특히 토지사용과 대외개방 면에서 집중적인 지원을 받았다”며 “중앙정부는 상하이와 푸둥에 대해 경제특구인 선전(深(수,천))보다도 강도가 높은 특혜를 주는 신(新)정책을 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규제완화 정책을 외국 기업들은 입주 러시로 호응했다. 멍판천(孟凡辰) 중국지멘스 수석부사장은 “상하이 시 자체만 해도 인구가 홍콩과 타이베이를 합한 것보다 많은데, 총인구 13억 명의 내수 시장 관문이고, 거기에 제조업 기반까지 갖추고 있다”며 “외국 기업으로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할 도시”라고 말했다.
 
상하이 시의 정책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상반기 상하이 시는 도시계획을 맡은 성시규획관리국과 토지이용계획을 담당하는 국토자원관리국을 하나로 합쳤다. 식량 자원 확보를 중히 여기는 중국은 토지이용계획을 도시계획에서 분리해 농지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상하이만큼은 필요한 용지를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예외를 둔 것이다.
 
올해 3월 중국 국무원은 2020년까지 상하이를 금융과 해상 수송센터로 발전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외국인 기업들의 상하이 증시 상장 허용, 외국인의 주식 거래 확대 등의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항만 이용비도 낮추기로 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박현진 미래전략연구소 차장
▽미래전략연구소
배극인 박용 김남국 문권모 한인재 하정민 신성미 기자
▽편집국 사회부
강정훈 조용휘 정재락 김상수 차장 남경현 기자
▽편집국 산업부
장강명 기자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