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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 미래의 경쟁력

<3> 출근길부터 한숨

DBR | 1호 (2008년 1월)
‘외곽서 도심까지 30km’ 대중교통 출근시간 재보니
경인권 66분, 부울경권 80분, 오사카권 45분
 
《한국 대도시권에서의 삶은 고달팠다.
경인권(서울-인천-경기)과 부울경권(부산-울산-경남)의 대중교통을 이용한 광역 통근시간은 주요 7개국 메가시티리전(MCR·광역경제권) 가운데 가장 길었다.
도시는 급팽창했지만 광역 교통망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또 경인권은 세계 20개 MCR 가운데 가장 오래 일하면서 물가는 임금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출퇴근이 어렵고 일도 많이 해야 하지만 물가가 높으니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교통 인프라 부족은 물류비를 증가시켜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는다.》
 
 
도로위 허비시간 최다…임금대비 물가는 높아
지속 성장 12위 그쳐…‘고달픈 삶’ 해결 시급
 
한국 MCR는 이제 급격한 도시화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주민들이 겪는 ‘일상의 괴로움’도 해결해야 한다. 교통, 환경 분야에서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면 아시아 지역 및 글로벌 MCR와의 경쟁에서 무기력하게 패퇴할 수밖에 없다.
 
 
○ 1시간 이상 걸리는 출근길부터 한숨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글로벌컨설팅회사인 모니터그룹의 세계 20개 MCR 경쟁력 평가 결과 교통, 의료, 교육, 문화 등 삶의 질 경쟁력 항목에서 경인권이 4.11점으로 10위, 부울경권은 3.50점으로 15위에 머물렀다. 1위는 프랑스 파리권(5.65점)이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 경인권과 부울경권, 영국 런던권, 프랑스 파리권, 독일 라인-루르권, 네덜란드 란드스타트권, 미국 뉴욕권, 일본 도쿄권과 오사카권의 7개국의 광역(30km) 통근시간을 실측했다.
 
한국 경인권의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광역 통근시간은 평균 66분으로 조사됐다. 오전 8시 경기 용인시 수지구, 부천시 원미구, 고양시 일산구 3곳에서 출발해 서울 광화문 회사로 출근하는 데 한 시간 이상 걸렸다. 이는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6개국 대도시권 평균(53.9분)보다 12분이 더 길었다. 일본 도쿄권(49분)과 오사카권(45분) 주민보다는 평균 19분을 더 길에서 허비해야 했다.
 
광역 교통망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부울경권의 상황은 더 나빴다. 경남 양산시, 김해시, 부산 기장군에서 부산 서면의 회사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80분. 6개 지역 평균보다 26분, 일본보다 33분이 더 걸렸다. 부울경권은 오히려 승용차로 출근하는 것이 대중교통보다 19분을 단축할 수 있었다.
 
 
 
 
○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의 악순환
 
열악한 광역 대중교통망은 ‘승용차 의존도 증가-교통체증-대기오염과 에너지 낭비’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출퇴근시간마다 교통체증이 반복되는 경인권이 대표적이다. 승용차를 이용한 경인권 광역 통근시간은 평균 73분으로 도쿄권(90분)에 이어 비교 대상 중 두 번째로 길었다.
 
총 20개 MCR의 국가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중국 러시아 인도 등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자동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석유 등 화석 연료 등의 소비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인권은 대기 오염, 1인당 녹지공간, CO2 배출량 등을 평가한 환경 지속성 경쟁력 항목에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권(8위), 일본 도쿄권(11위)보다 뒤진 12위에 머물렀다. 1위는 라인-루르권이 차지했고, 란드스타트권(2위), 런던권(3위), 파리권(5위) 등 환경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관심이 큰 유럽 MCR가 상위권에 포진했다.
 
 
○ 악조건 속 일하며 높은 비용 물어
 
경인권과 부울경권의 노동시간은 비교 대상 20개 MCR 가운데 가장 길었다. 뉴욕 등 선진국 대도시권보다 20% 이상 일을 더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생산성이 떨어져 흘린 땀에 비해 성과가 적었다. 임금은 뉴욕권의 절반에 불과했다. 게다가 물가는 뉴욕권의 80%에 육박했다. 악조건 속에서 일하면서도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높은 비용을 물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인재와 자본을 유인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에서 경인권은 삶의 질, 사회구조의 지속성, 환경지속성 등을 종합 평가한 장소 매력도 경쟁력 항목에서 10위를 차지했다. 부울경권은 13위로 상하이권(12위)보다 뒤졌다.
 
경인권과 부울경권은 삶의 질과 환경지속성 항목에서 중하위권에 머물렀지만 계층간 소득 불평등을 보여주는 사회구조의 지속성 지수에서 모두 10위권에 들어 장소 매력도가 다소 올라갔다.
 
 
<특별취재팀>
 

경인권
은 조사 대상 20개 메가시티리전 중 두 번째로 승용차 출퇴근 시간이 길었다. 경기 성남시 판교나들목 부근의 아침 출근길 모습. 심각한 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서울 대도시권 주민의 삶의 질이 상당히 뒤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삶의질 낮추는 교통난-규제
출퇴근에 파김치… 난개발에 환경파괴…
 
대학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이정아(37·여) 씨는 올해 초 경기 수원시에서 서울 송파구 잠실동으로 집을 옮겼다. 서울의 전세금이 수원보다 두 배나 비쌌지만 서너 시간씩 걸리는 서울 통근을 더는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원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2번 갈아타고 서울로 나오는 데만 꼬박 1시간 반에서 2시간이 걸렸다. 시간강사여서 비교적 자유롭게 일정을 조절할 수 있는 처지였지만 하루 서너 시간을 출퇴근에 허비하다 보니 몸은 파김치가 됐고 집안일도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대중교통을 포기하고 자가용을 이용해 봤지만 별 차이가 없었다. 가끔 교통사고 때문에 길이라도 막히면 3시간 이상을 꼼짝없이 도로에 갇혀 있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유가까지 급등해 한 달 평균 주유비가 50만 원을 넘어서자 서울로 ‘U턴’을 결심했다. 이 씨가 서울로 이사와 지하철 통근을 시작하자 한 달 교통비가 10만 원 수준으로 줄었다. 그는 “대중교통이 편리했더라면 무리해서 서울로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서울에 왔더니 가정에도 충실하게 돼 삶의 질이 훨씬 나아졌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경기도를 떠나 서울로 U턴을 한 주민은 그나마 낫다. 경인권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받는 각종 차별적 규제에 시달리는 주민도 많다. 연천군, 파주시, 김포시 등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인 경기 북부지역 거주민들은 낡은 주택도 맘대로 고치기 어렵다.
 
인구의 4분의 1이 거주하는 경기도의 4년제 대학 입학정원은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해 4년제 대학의 신설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경기도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집에서 가까운 4년제 대학에 자녀를 보내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규제는 오히려 난개발을 부추겨 환경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실제로 1000m² 이상 규모의 공장을 지을 수 없는 상수원보호구역에는 규제를 피해 소규모 영세 공장이 난립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공장이나 창고를 지을 수 없는 일부 그린벨트 지역에는 축사를 가장한 편법 물류창고가 속속 들어섰다.
 
하남시 관계자는 “개발제한구역인 감북동 일대는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 때문에 축사로 허가를 받아 불법 전용하는 물류창고가 많다”며 “일일이 찾아다니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경제적 유인이 워낙 커 없애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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