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場이 열렸다, 축제를 즐겨라

장윤규 | 35호 (2009년 6월 Issue 2)

<사진 설명: 2009년 하이 서울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오월의 궁’은 미래 도시 서울의 이미지를 담은 축제의 상징물로, 세계와 연결되는 ‘소통과 화합’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최장 200m에 달하는 섬유 소재의 선들이 봄바람을 타고 흐르는, 도시 환경을 활용한 조형물이다. 궁궐의 전통적인 장막 ‘용봉차일(龍鳳遮日)’을 서울광장의 하늘에 드리워 궁정 연회장에 시민을 모신다는 뜻을 담았다. ‘천궁’은 구름으로 만들어진 천궁(天宮)이고, 가상의 물길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는 천궁(川宮)이며, 바람과 태양, 조명과 미디어에 따라 변화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천궁(千宮)이다.>

 
현대 도시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벤트는 색다른 공간을 구성하는 계기가 된다. 때로는 비완결적인 형태, 구조, 시스템, 공간으로 이뤄지는 임시 건축물 설치 작업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건축, 축제의 공간으로 거듭나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롱아일랜드시티의 P.S.1현대미술센터와 현대미술관이 공동 주관하는 ‘P.S.1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2000년부터 해마다 P.S.1현대미술센터의 안뜰을 새롭게 개선하자는 흥미로운 주제를 내놓았다. 주인공인 젊은 건축가들은 경치, 기술, 공간 개념을 포함해 설치물을 완성한다. 단순히 예술적으로 설치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와 축제에 이용되는 공공의 공간을 재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P.S.1현대미술센터의 안뜰에 설치됐던 작업들은 다음과 같다.
 
2000년 미국의 건축가 그룹 숍(Shop)은 구불거리는 표피의 삼나무를 입체적으로 조립해 ‘도시의 해변(Urban Beach Installation)’을 만들어냈다. 여기서 사람들은 각기 다른 단면으로 구성된 다양한 평상 위에서 축제를 즐기고 휴식을 취했다.

이런 축제 공간은 더욱 진보적인 개념으로 발전했다. 2004년 건축가 그룹 엔아키텍츠(nARCHITECTS)는 대나무를 소재로 하여 물결치는 거대한 그물처럼 생긴 열대우림 모양의 캐노피(canopy·차양)를 설치했다.
 
2005년에는 건축가 허먼 디아즈 알론소가 하나의 경치처럼 보이는 가구와 유선형의 캐노피를 결합해 설치 조각물 같은 건축을 선보였다. 2007년 건축가 볼 노구스는 ‘투명 하늘(Liquid Sky)’이라는 개념으로 몽골 천막 게르(파오)를 연상시키는 차양을 선보였다. 다채로운 색채로 구성된 천이 바람에 흔들리며 공기의 유동성을 나타낸다. 

서울광장의 열린 조형물 ‘오월의 궁’
서울광장은 대표적인 이벤트와 축제의 공간이다. 최근 하이 서울 페스티벌은 서울광장을 다양한 이벤트와 축제의 장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2008년에는 건축가 조민석이 ‘라이팅 클라우드(Lighting Cloud)’라는 개념으로 빛의 향연을 만들어냈다.
 
올해는 필자가 속한 운생동건축가그룹에서 ‘오월의 궁’이라는 이름으로 ‘천궁-도시 네트워크 조형물’이라는 공간을 설치했다. 이 작품은 광장과 거리, 주변 건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소통의 구조체로, 축제의 공간을 서울광장에만 국한하지 않고 도심 전체로 무한히 확장하는 유기적인 조형물이다. 서울광장만 축제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주변 건축물, 나아가 서울 시내의 모든 건축물이 축제에 참여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이러한 개념은 단순히 광장 조형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스펙터클한 도시 조형물을 실험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도시 네트워크의 지도를 그려내고, 하늘을 덮으며 뻗어나간 장대한 선들을 따라 서울을 하나로 모으는 조형물인 셈이다.
 
거대한 그물과 같은 조형물은 낮에는 광장에 거대한 그림자를 만든다. 광장에 그늘을 드리움으로써 시민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휴식을 취한다. 이 그림자는 시민들이 잔디에 눕거나 앉아 서울의 하늘을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
 
조형물은 밤에는 이벤트 조명의 막으로 변신한다. 이 거대한 조형물은 바람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조 및 재료 테스트를 거친 기술의 산물이기도 하다. 낚싯줄과 같은 강화 비닐 실을 두 겹의 입체로 꼬아서 바람을 적절히 관통시켜 가볍게 하늘에 떠 있도록 디자인했다. 시민들은 막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다채로운 공연을 보면서 문화적 체험을 한다. 이로써 도시와 사람, 도시와 건축, 사람과 사람, 사람과 건축이 공명하는 거대한 ‘문화 울림체’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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