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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만드는 범주적 차별화의 위력

하영원 | 33호 (2009년 5월 Issue 2)
많은 기업들은 명품 브랜드를 갖고 싶어 한다. 또 명품으로 통용되는 브랜드는 이런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한다. 아이스크림 시장의 하겐다즈나 스포츠용품 시장의 나이키, 패션 브랜드 구찌나 루이비통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브랜드들은 한결같이 소비자로부터 다른 브랜드와 비교되기를 꺼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명품 브랜드는 구찌처럼 자기 브랜드만을 취급하는 단독 매장을 운영하려고 한다.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 진출하더라도 되도록 독립적으로 진열할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하겐다즈가 슈퍼마켓에서 자기 브랜드만을 따로 진열하는 냉동고를 구비하고, 소비자들에게 ‘급이 다른’ 브랜드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명품 브랜드들의 전략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
 
최근 필자와 박세훈 교수, 안희경 박사과정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범주적인 속성(예컨대 브랜드)과 수량적 속성(예컨대 가격)이 동시에 주어지면 일단 수량적 속성에 의해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하겐다즈, 빙그레, 롯데 아이스크림이 한 냉동고 안에 섞여 있으면, 소비자들은 브랜드보다 가격에 주의를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제품을 선택할 확률이 커진다. 그러나 하겐다즈와 다른 브랜드들이 서로 다른 냉동고를 사용해 물리적으로 격리되면, 소비자들은 하겐다즈냐 다른 브랜드냐를 먼저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수량적 속성이 제품 선택에 끼치는 영향은 훨씬 줄어든다.
 
사소한 속성이 차별화 원천
시장에서 1위 브랜드를 쫓는 위치에 있는 2위 이하 브랜드도 수량적 속성에서 1위 브랜드를 앞서 가려 하기보다는 범주적 차별화를 시도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예컨대 소니가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던 미국의 아날로그 TV 시장에서 삼성이나 LG는 소비자들로부터 항상 2급 브랜드로 대접받았다. 그러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TV 시장은 국내 브랜드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삼성 TV는 소비자들이 감지할 수 있는 질적인 차별화를 통해, 디지털 TV라는 새로운 범주의 개척자라는 인상을 미국 소비자들에게 강렬하게 심어줬다. 마찬가지로 쌉쌀한 맛의 크라운맥주와 부드러운 맛의 OB맥주가 경쟁하던 한국 시장에서, 깨끗한 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하이트맥주의 등장은 하나의 충격이었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맥주 원료인 물에 주의를 기울이게 함으로써 하이트는 범주적 차별화를 이뤘다.
 
일반적으로 범주적 차별화는 뛰어난 연구개발(R&D) 역량에 의해 달성할 수도 있지만, 비교적 사소한 속성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하이트맥주도 이런 예지만,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다. 바나나맛우유는 시장에서 제품의 본질적인 속성이라 할 수 있는 우유의 맛으로 승부하기보다는 항아리 모양의 독특한 용기를 이용해 범주적 차별화에 성공함으로써 독보적 브랜드로 군림하고 있다.
 
만약 어떤 기업이 수량적 속성을 통한 차별화와 범주적 속성을 통한 차별화 전략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아마도 후자를 선택할 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범주적 차별화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펩시콜라에서 시장에 내놓았다가 완전히 실패한 ‘크리스탈 콜라’가 한 가지 예가 될 수 있다. 펩시는 ‘콜라는 까맣다’는 소비자들의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범주를 만들기 위해 무색의 투명 콜라인 크리스탈 콜라를 내놓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크리스탈 콜라는 소비자들에게 생소하게만 느껴졌을 뿐, 공명을 일으키는 데에는 실패했다.
 
범주적 차별화의 성공 여부는 소비자가 결정한다. 즉 범주적 차별화에 사용되는 새로운 범주는 소비자들에게 기존 제품과 비교해 질적으로 뛰어난 편익을 제공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거나, 아니면 최소한 이미지상으로 소비자들이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소비자들의 잠재 심리 속에 숨어 있지만 아직 누구도 일깨워준 적이 없는 욕구를 건드리는 새로운 범주의 발굴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편집자주 최근 하영원, 박세훈 서강대 교수와 안희경 캐나다 토론토대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집필한 논문 ‘The Influence of Categorical Attributes on Choice Context Effects’가 소비자 리서치와 관련한 세계 최고 저널 온라인 판에 실렸습니다(오프라인 저널에는 10월 호 게재 예정). 하영원 교수가 이번 연구의 내용과 의미를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 보내왔습니다. 범주적 차별화의 효과를 밝혀낸 이번 연구 성과는 명품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마케터들에게 훌륭한 통찰을 줍니다. DBR은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한국 경영학자들이 더 늘어나기를 기원합니다.
  • 하영원 | - (현)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현) 서강대 지식서비스R&D센터장
    - (전) 한국마케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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