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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의 고객에 1000개의 가격을

안상훈 | 31호 (2009년 4월 Issue 2)
어떤 항공 노선에 2000명의 고객이 있다. 만일 우리가 400개의 요금만 제시한다면, 이는 우리에게 무려 1600개의 요금 대안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전임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크랜들이 한 말이다. 항공권은 퍼스트, 비즈니스, 이코노미로 구분된 좌석 등급의 차이를 제외하면 원가가 완전히 동일한 상품이다. 그런데 2000명의 고객에게 2000개의 각기 다른 요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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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에서 보는 것처럼, 기업이 어떤 상품에 일정한 가격(A)을 책정해 유통시키면 판매량(B)에 따라 매출(A×B)이 발생한다. 이때 발생 매출에서 투입 원가(C×B)를 빼면 그림의 사각형 형태로 표시되는 실현 이익(D)을 구할 수 있다.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이 사각형(D)의 면적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 해법을 찾아 판매 가격을 정해야 한다.
 
그러나 최적 가격을 정한다 해도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가격을 균일하게 책정하면 해당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 구매를 포기하는 고객과, 기대 이상으로 싸다고 생각해 횡재하는 고객이 항상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잠재 이익의 손실분이 그림에 각각 삼각형 형태로 나타난 ‘포기 이익(passed-up profit)’과 ‘방치 이익(money left on the table)’이다. 기업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이 삼각형의 면적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실현 이익을 최대화하고, 포기 이익과 방치 이익을 최소화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익 극대화의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가격 책정법은 무엇일까. 바로 가격 차별화다. <그림2>는 가격 차별화가 왜 가장 효과적인 전략 대안인지를 보여준다. 즉 낮은 지불 의향을 지닌 고객에게는 저렴한 가격을, 높은 지불 의향을 지닌 고객에게는 비싼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포기 이익과 방치 이익을 의미하는 삼각형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실현 이익을 의미하는 사각형을 극대화한다.
 
이때 이익은 가격을 차별화하면 할수록 더 많이 늘어난다. 삼각형의 면적이 그만큼 줄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로버트 크랜들이 고객의 수에 맞먹는 요금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이유다.
 
가격 차별화의 4가지 방법
동일 상품에 서로 다른 가격을 정하는 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아무리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다 해도 제품의 속성을 차별화하지 않는 한 고객은 결국 가장 싼 가격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가격 차별화의 핵심은 특정 고객의 지불 의향에 맞게 가격을 차별화하고, 동시에 다른 고객들이 해당 가격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일정 장애물, 즉 전략적 울타리(fence)를 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격 차별화의 구체적인 방법을 하나씩 살펴보자.

<그림을 클릭하시면 상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비선형 가격 전략(non-linear pricing) 동일한 상품을 더 많이 구매하는 고객에게 가격 혜택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캐나다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 시네플렉스는 고객이 한 달간 극장을 방문하는 횟수에 따라 가격을 차별화하는 방식을 검토했다. 시네플렉스는 우선 다양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그림4>에서 보듯 각기 다른 가격 민감도를 보이는 세 종류의 고객 세분 시장별로 방문 횟수별 지불 의향이 제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시네플렉스는 방문 횟수별로 전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가를 뽑아내고 각기 다른 가격을 책정했다. 결과는 대단해 가격 체계의 변경만으로도 좌석 점유율은 22.2%, 이익은 37.8%씩 증가했다. 그래프에 나타난 것처럼 5.5달러의 균일가 정책이 제공하는 사각형 면적에 ‘포기 이익’과 ‘방치 이익’인 삼각형 면적의 일부를 더함으로써 얻어낸 결과였다.
 
비선형 가격 전략을 상품의 판매 수량이 아닌 구매자의 숫자에 적용하는 방안도 있다. 어떤 상품에 대한 갑의 지불 의향이 1만 원인 반면, 을의 지불 의향은 6000원인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때 의사결정자의 가격 선택 방법은 2가지다. 가격을 1만 원으로 정하면 갑만 구매해 1만 원의 총 매출을 올리는 반면, 6000원으로 가격을 정하면 갑과 을이 모두 구매해 1만2000원의 총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이때 비선형적 원리를 적용해 첫째 고객에게는 1만 원을, 두 번째 고객에게는 6000원을 제시하는 가격 체계를 도입한다고 가정하면 기업은 1만6000원의 총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최적 균일 가격 6000원을 적용했을 때보다 매출이 33%나 늘어나는 셈이다. 이 방식은 특히 여행, 관광, 숙박, 관람, 스포츠 등의 산업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비선형 가격 전략은 ‘구매자의 한계 효용이 구매 수량의 증가에 따라 체감한다’ ‘대량 구매 고객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탄력성을 보인다’는 2가지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동일 상품을 많이 사는 고객군의 지불 의향을 고려해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기업이 이익 창출 기회를 늘리는 것이 대표적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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