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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경제, 제휴와 진실이 열쇠

홍준기 | 30호 (2009년 4월 Issue 1)
공짜는 매혹적이다. 길을 가다 돈을 줍는 일부터 오랜만에 꺼내 입은 옷에서 나온 지폐 몇 장까지, 공짜는 그 값어치를 떠나 우리에게 큰 만족감을 준다.

하지만 이런 공짜의 달콤함을 경계하는 격언도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뿌린 만큼 거두는 법이다’ 등이 대표적이다. 당당하게 얻을 수 있는 공짜는 없다는 말이다.

선심을 쓰든 망해서 물건을 내놓든 상품의 제값을 안 받는 공짜(free)와, 그와는 반대로 뿌린 대로 또는 그 이상으로 거둬야 하는 경제학(econo-mics)이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롱테일 경제학의 주창자인 크리스 앤더슨이 2007년 제시한 ‘공짜경제학(Freeconomics)’이란 말은 이처럼 애초부터 전혀 상반된 개념이 만나 탄생했다.
 
나준호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짜경제의 본질을 ‘수익지대의 극적인 이동’이라고 정의했다. 수익을 얻던 곳을 이동시킴으로써 과거에 비용을 지불하던 고객들은 공짜라는 인식을 갖게 되고, 상품이나 서비스 제공자는 다른 곳에서 수익을 유지하면 된다는 것이다. 콜럼버스가 달걀의 밑을 깨서 세웠듯이 수익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내면 된다.
 
공짜경제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 소개될 즈음, 웅진코웨이는 ‘페이프리’라는 공짜경제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페이프리는 2008년 10월 첫선을 보인 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 학계와 업계에서 과분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니 회사의 대표로서 감사할 뿐이다. 각계의 과분한 관심에 대한 보답으로 동아비즈니스리뷰(DBR)를 통해 공짜경제의 현장 경험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공짜경제를 시도해보려는 기업과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공짜경제의 키워드는 제휴
공짜경제의 실제 사례로 통하는 ‘페이프리’는 도대체 무엇일까? 어떻게 해서 페이프리가 공짜경제와 만나게 됐을까? 사실 공짜경제와의 조우는 우리 계획에 없었다. 필자가 페이프리 아이디어를 떠올린 때는 2008년 초였고, 이를 실행에 옮긴 때는 같은 해 6월이었다. DBR을 통해 공짜경제라는 개념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전이었다.
 
필자의 고민은 우리 회사의 ‘full potential’에서부터 시작됐다. 우리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우리는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가, 잠재된 역량을 계속 묻어두고 있지는 않은가를 끊임없이 물었다. 우리의 경쟁력을 따져볼 때 2가지 시각으로 접근했다. 우리 내부에서 인식하는 경쟁력은 무엇이고, 외부에서 탐내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들이 잠재돼 있지는 않은가?
 
우리에게는 정수기 등 당사 제품을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1만2000명의 코디(코웨이레이디) 네트워크가 있다. 코디는 정기적으로 정수기 필터를 교체하기 위해 가정을 방문하면서 고객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고객(제품 중복 사용 고객을 감안하면, 실제 고객 수는 약 300만 명)은 대부분 렌털(임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제품 관리가 매우 중요한 환경 가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정기적 방문을 통한 고객과의 관계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계속 유지되는 고객이라는 점에서 다른 회사의 고객과 질적으로 다르다. TV를 하나 사면 그것으로 메이커와 고객의 관계는 끊어지지만, 우리 고객은 지속적으로 회사와 관계를 이어가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도 웅진코웨이라는 회사로부터 관리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돼 자연스럽게 충성도가 높아진다.
 
이런 장점을 외부에서 먼저 알고, 타사에서 우리 고객과 코디들을 활용해 무언가를 해보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들의 제품을 함께 소개해주면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수수료를 주겠다는 영업 위주의 제안이었고, 우리는 이를 모두 거절했다. 코디는 제품 관리라는 사명 때문에 가정을 방문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만큼 절대 영업사원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철칙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잠재력에 대해 외부에서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파악한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우리의 고객과 코디 내부에 있는 잠재 가치가 외부의 자극을 받아 꿈틀대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페이프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복잡하니까 한마디로 말해달라고 한다. 만약 페이프리의 키워드를 하나만 꼽으라면 ‘제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나를 더 꼽으라면 ‘상호 이익(mutual benefit)’을 들 수 있다. 어차피 외부에서 우리의 잠재 가치를 매력적으로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업체와의 제휴는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제휴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우리는 다음 4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했다. 우리 회사의 이익, 제휴사의 이익, 고객의 이익, 코디의 이익이 그것이다. 이 4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는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물론 초기에는 목표 달성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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