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경영 성과 개선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수단 중 가장 신속하고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가격이다. 특히 가격이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그 어떤 변수보다 심대하다. <그림1>은 경영의 핵심 변수별 이익 영향도를 분석한 결과다.
이 도표가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격을 10% 인상할 경우 이익은 2배 증가한다. 둘째, 가격을 5% 할인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익 손실분을 만회하려면 판매량을 12.5% 늘리거나 고정비를 16.7% 절감해야 한다. 가격 결정의 미세한 변화가 시장점유율 확대나 원가 절감을 위해 기울인 피나는 노력들을 일거에 날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처럼 중요한 가격 의사결정을 지나치게 안이한 방식으로 처리한다. 종합 식품회사인 A사는 변화하는 고객의 식생활 패턴을 고려해 쌀을 활용한 신제품을 개발했다. 문제는 까다로운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상당히 비싼 생산원가가 불가피했다. 기존 제품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A사는 관행대로 해당 원가에 요구 마진을 붙인 가격을 책정하고 제품을 출시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예상과 달리 고객들은 신제품의 특장점에 큰 호응을 보이지 않았고, 가격이 불필요하게 비싸다는 인식만 가졌다. 매출은 투자비를 회수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미약했다.
대형 건설사인 B사의 사례는 정반대다. B사는 특정 신도시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으려고 했다. 그러나 강력한 브랜드의 경쟁사들이 이미 주요 택지를 선점해 난관에 처했다. 이에 B사는 경쟁사들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도심 외곽의 특수 택지를 선택했다. 창의적 발상과 기법으로 용적률상 추가 인센티브를 확보하고, 친환경 개념의 새로운 아파트를 개발했다.
문제는 분양가 책정이었다. B사는 택지의 취약점과 브랜드의 경쟁력을 감안해 개발 원가에 적정 마진을 붙이되, 인근 경쟁 아파트보다는 파격적으로 낮은 분양가를 책정했다. 결과는 대단했다. 각종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전무후무한 청약율을 기록, 순식간에 분양을 끝낸 것이다. 하지만 대성공을 거두었음에도 B사 내부에서는 비판이 나왔다. 분양가를 너무 싸게 책정하는 바람에 상당한 잠재 이익을 놓쳐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이 2가지 사례는 해당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다수 기업들이 수시로 반복하는 실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오랜 경험, 원가 및 경쟁사 가격에 기초해 가격을 책정한다. 이를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회 손실 가능성 또한 상당하다. A사처럼 경쟁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관행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면 해당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한다. 설사 경쟁력을 확보한 B사라 해도 잠재 이익을 훼손할 우려에 처한다.
때문에 적정 가격을 도출해 기업의 경영 성과를 극대화하는 ‘가격 최적화(price optimization)’가 필요하다. 가격 최적화의 기본 개념과 접근 방식을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