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루어구샹(南羅古巷)은 베이징(北京)의 중심인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북쪽으로 5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후통(胡同·골목길)이다. 폭 10m 남짓한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베이징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술집과 카페,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흔한 유흥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지역은 베이징에서도 몇 안 되는 후통 보호구역이다. 골목 안쪽으로 난 더 좁은 길로 들어서면 베이징의 전통 가옥인 사합원(四合院)들이 가득하다.
골목 어귀에 있는 한 사합원에 ‘용문객잔(龍門客棧)’이라는 큰 간판이 걸려 있어 호기심에 들어가봤다. 빨간색 치파오(旗袍·원피스 형태의 중국 전통의상)를 입은 종업원이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손님. 숙박을 하실 건가요, 아니면 식사를 하러 오셨나요? 저희 사합원 객잔에 처음 오신 것 같은데, 먼저 한번 구경부터 하시겠어요?”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담장 안쪽의 정원으로 들어서니, 아늑한 정원에서 서양인 손님들이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후원에는 5평 남짓한 작은 객실들이 복도를 따라 배치돼 있었고, 객실 안에는 옛날 냄새가 물씬 나는 고가구들이 가득했다.
‘중국다운 것’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
중국인들은 문화혁명 시기(1966∼1976년)에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를 스스로 파괴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상황을 ‘역사를 거스른 10년’으로 평가할 정도로 실수를 자인하고 있다.
유교를 포함한 모든 전통문화와 사상은 문화혁명 기간 동안 ‘4가지 낡은 것을 타파하자(破四舊)’는 구호 아래 전면적으로 부정됐다. 혁명이 남긴 상처는 그 후로도 꽤 오랫동안 아물지 않았다. 조상들이 남긴 과거 유산을 폄하하는 풍조는 문화혁명 이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됐다.
그렇지만 전통문화의 가치는 최근에 들어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사합원, 골동품, 서화, 고가구 등은 엄청나게 비싼 값에 거래되며, 국학(國學) 관련 서적들은 지식인의 서가를 채우고 있다. 또 전국에서 엄청난 숫자의 박물관들이 새로 지어지고 있다.
이런 복고 열풍에는 사실 한국 등 주변 국가의 자극도 큰 몫을 했다. 한국인들이 중국의 동북공정에 분노했던 것처럼, 중국인들은 2006년 11월 ‘강릉 단오절’이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 유산에 지정된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 후싱도우(胡星鬪) 베이징 이공대학 교수는 “주변국들의 전통문화 보호 움직임이 중국의 전통문화 부흥에 촉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었다.
중국의 전통문화 부흥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 2008년에는 1966년 문화혁명 이후 폐지됐던 전통명절(청명절, 단오절, 중추절)이 휴일 법령 개정을 통해 국가 공휴일로 부활했다. 그 이전 중국의 법정 공휴일은 춘절과 노동절, 국경절뿐이었다.
복고의 영역은 과거에 공산당이 철저하게 부정했던 전통 사상까지 아우르고 있다. 유교 사상은 ‘국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중국 전역을 강타하는 중이다. 위단(于丹) 베이징사범대 교수가 출간한 ‘논어심득(論語心得)’은 400만 권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논어’와 ‘도덕경’ 등 유교 경전은 물론 ‘홍루몽’ 같은 고전소설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베이징대 등 명문 대학에서는 학비가 연 3만 위안(약 620만 원)씩 하는 ‘국학 교실’을 운영해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유교는 대중문화계에서도 흥행 키워드로 다뤄진다. 공자의 일생을 다룬 드라마와 연극이 잇달아 방영되거나 무대에 오르고 있으며, 유명배우 저우룬파(周潤發)가 주연을 맡은 블록버스터 영화 ‘공자(孔子)’도 개봉 한참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