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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엔 호수, 지층엔 모래언덕 인공생태도시

장윤규 | 26호 (2009년 2월 Issue 1)
네덜란드의 ‘MVRDV 건축가 그룹’이 선보인 프로젝트 가운데 돼지농장과 건축을 통합한 ‘피그 시티(Pig City)’가 있다. 돼지를 키우는 행위를 ‘돼지 소사이어티’화한 작업이다. 돼지를 위한 주거 공간, 놀이 공간, 레스토랑 등을 인간화한 고층빌딩의 건축 시스템과 결합한 흥미롭고도 기발한 상상력의 공간이다. 이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수직 농장’이라는 도시의 자족 시스템 개념과 관련이 있다.
 
딕슨 데포미에 교수가 만든 수직 농장은 실내 농경 개념을 수직적으로 확장한 것으로, 도시에서 식량 자급자족 모델을 구현하는 시스템이다. ‘SOA architects’가 제안한 ‘생태 타워(Ecological Tower)’는 생산적인 인공자연 건축의 대표적인 사례다. 사무 공간과 주거 공간이라는 ‘채워진’ 공간과 농업 생산물을 경작할 수 있는 ‘비워진’ 공간을 수직적으로 구성해 자족적 빌딩 시스템을 구현한다.
 
건축을 통해 행해진 모든 문명의 흔적은 환경적으로는 폐허를 의미하기도 한다. 미래 문명이라 일컬어지는 것들도 죽은 건축적 장소와 공간을 뜻하고 있다. 사회가 문명화 될 수록 자연 환경은 폐허가 되는 셈이다. 늘어만 가는 인구, 건축, 인프라 등 끝없는 도시의 팽창은 거주 공간과 식량, 나아가 생태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자본주의 심화에 따른 소비 지향적인 사회가 지구 온난화와 생태계 파괴 등 총체적인 환경 고갈을 불러오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은 피할 수 없는 주제가 되었다.
 
‘랜드스케이프 건축(landscape architecture)’ ‘에코 건축(ecological architecture)’ 등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건축에서도 인공과 자연의 조합 및 공생을 통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성과는 미흡한 상황이다. 따라서 더 이상 자연을 공격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도시, 건축, 자연을 적극적으로 통합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대도시의 새로운 압축적 공간인 ‘생산적 자연 시스템’과 ‘생산적인 랜드스케이프 건축’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하노버 엑스포 2000’에서는 미래 인공생태도시 모델을 예측할 수 있는 혁신적인 건축이 다양하게 선보였다. MVRDV는 프로젝트 ‘네덜란드 관(Dutch Pavillion)’을 통해 네덜란드 자연의 부분들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하나의 장소에 수직적으로 쌓아올린 수직적 랜드스케이프 건축을 제시했다. 삶의 질과 인구밀도를 동시에 증폭시키는 시스템으로 ‘인공적인 새로운 자연’을 제안한다.
 
맨 아래층 공간에는 작은 동굴과 모래언덕 등을 만들어 놓았다. 그 위층에는 테이블 위에 노란색 화초와 경작된 식물들을 일렬로 배열했다. 그 위의 주요 층에는 마치 엄청나게 큰 나무 화분을 옮겨놓은 것처럼 숲을 만들어 놓았다. 살아있는 나무들로 뼈대를 만들고 네덜란드의 자연 공간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맨 꼭대기에는 호수와 옥상 정원, 풍력 발전의 풍차 공간을 만들었다. 방문객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원초적 자연에서 가져온 물·에너지·숲·모래언덕 등의 환경을 경험한다. 이는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네덜란드의 오늘을 재창조하는 조물주의 거대한 패턴 북과 같다.
 
‘네덜란드 관’은 단순히 소규모 생태계를 구성한 것이 아니라 자족적인 환경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건축 전체를 관통하는 빗물은 식수로 전환해 사용하며, 옥상의 바람을 이용한 풍력 발전으로 에너지를 만든다. 꼭대기 층의 호수는 커튼과 같은 거즈를 타고 흘러 나무의 뿌리에 도달해 나무가 자라도록 돕는다. 이 프로젝트는 물·빛·에너지·시간의 절감을 실현하는 수직적 랜드스케이프 건축의 획기적인 지평을 열었다.
 
중국의 ‘투런스케이프(Turenscape)’ 팀이 선보인 ‘경작 랜드스케이프(cultiva -ted landscape)’ 또한 눈길을 끈다. 쌀을 경작하는 논을 중국 선양(瀋陽)의 대학 랜드스케이프로 이용했다. 조경이 더 이상 바라보는 대상에 그치지 않고 경작에 의해 생산물을 제공하는 대상물로 바뀐 것이다.
 
스페인의 ‘에코시스테나(Ecosistena) 건축가그룹’은 도시 시설물을 랜드스케이프적 인공 장치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길을 따라 자연의 나무를 대체하는 인공 구조물 ‘에어 트리(Air Tree)’를 설치한 것이다. 인공 나무인 에어트리는 도시 공기 상태를 조절하는 도시 인프라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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