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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패러다임 전환

‘행복한 실용주의자’가 대세

최숙희 | 26호 (2009년 2월 Issue 1)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로 고통이 심해지고 있다. 주요 국가의 경제는 크게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정부가 2% 안팎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예측하고 있으며, 일부 해외 금융사들은 마이너스 성장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런 경제 환경 변화는 소비자의 생각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의 움직임은 기업의 생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기업이 소비자의 심리 및 행동 변화를 알아내기 위해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필자는 이 글에서 현재의 경제위기가 소비자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예측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2009년 이후의 소비 트렌드는 1997년 외환위기 때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1997년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비는 크게 감성소비 위축과 가격지향 구매 성향 증가 등의 특징을 보였다.(DBR TIP ‘IMF 직후의 소비자 태도 변화’ 참조) 그러나 2009년 이후의 소비자들은 그 동안의 소득 수준 증가와 소비문화 성숙의 영향으로 단순히 지출을 줄이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은 우리보다 먼저 소비 문화의 성숙기에 들어선 선진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를 지배한 소비의 메가 트렌드가 경기 침체라는 ‘렌즈’를 통과해 변형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를 지배한 메가 트렌드로는 크게 가치소비·웰빙·매스티지 등을 들 수 있다. 이것들이 경제위기와 만나 형성할 구체적인 트렌드 등 가까운 장래의 소비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그림1)

절약형 감성 소비자의 등장
과거 경제위기에도 그랬듯이 2009년 이후의 불황기에도 이성적·합리적 소비성향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무조건적인 알뜰소비는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소비 성향에도 일종의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형성된 웰빙 성향이 거품이 꺼진 1990년대 이후에도 계속됐다.
 
반면에 자신의 개성을 찾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나 웰빙 성향이 불황기의 영향으로 다소 변형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예를 들어 비용은 아끼되 자신을 위한 투자나 디자인·스타일은 포기하지 않는 경향이 늘어날 것이다. 이들은 ‘절약형 감성 소비자’라는 키워드로 정의할 수 있다.
 
절약형 감성 소비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리세셔니스타(recessionista)를 들 수 있다. 불황(recession)과 패셔니스타(fashionista)를 합친 리세셔니스타는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소비 시장에서 명품 브랜드보다 세컨드 명품 브랜드, 고가품보다 중저가품을 구매하되 유행과 패션을 포기하지 않는 소비자를 말한다. 진짜 가죽 핸드백이 비쌀 경우 무리를 하기보다 같은 디자이너가 만든 인조가죽 핸드백을 사는 것 이 이들의 소비 행태다. 이런 소비 트렌드는 엄밀히 말해 가치소비와 대중적 명품(매스티지) 트렌드가 결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리세셔니스타란 용어는 지난해 2월 더타임스오브런던의 ‘불황 스타일’이라는 기사에서 처음으로 사용됐다. 뉴욕타임스는 ‘불황기의 멋쟁이(recession chic)’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리세셔니스타란 말은 이미 지난해부터 많은 여성용 소비재 제품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마크제이콥스의 ‘마크 바이 마크제이콥스’, 프라다의 ‘미우미우’, 돌체앤드가바나의 ‘DG’ 등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세컨드 브랜드 제품 시판,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와 협업한 유통업체의 자체브랜드(PB) 개발 등이 그 예다.
 
신발이나 가방 등의 패션 소품을 스스로 꾸미는(DIY) 소비자도 절약형 감성 소비자의 예로 들 수 있다. 이들은 운동화에 그래픽 필름으로 된 스티커를 붙여 절약과 함께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출한다. 이런 경향은 싸면서도 좋은 기능을 추구하거나 다양한 속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제품을 찾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가치관의 소비 동인화
절약형 감성 소비자와 비슷한 맥락에서 올해에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기 위한 과시적 소비를 줄이고 대신 개인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선별적 구매 행태를 지닌 소비자가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소비자들은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회적 가치를 불황을 계기로 적극 표출한다는 점에서 절약형 감성 소비자와 차별화된다. 즉 제품의 외형적 가치보다 제품 자체가 소비자의 실생활에서 본인의 가치관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최근 방한한 프랑스 트렌드 컨설팅 회사 스타일비전의 제네비브 프라방 파트너가 강조한 ‘행복한 실용주의’와 ‘윤리적 행동주의’가 대표적 예다. 행복한 실용주의는 군더더기를 버리고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며, 윤리적 행동주의는 환경보호 등의 공공적 가치를 중심으로 소비 행태를 재편하는 것이다. 특히 이것이 불황과 맞물리면 예기치 않은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왕에 소비를 줄이기로 한 마당에 ‘화살’을 자신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회사로 돌리는 소비자가 꽤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에 항의해 인터넷에서 ‘친이스라엘 기업 불매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인 네티즌들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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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숙희

    - (현) 대홍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부장
    - 한국경제연구원
    - 노동경제연구원
    - 마케팅조사기관 RI(Research International Group)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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