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유명 제과회사 페레로는 자사의 명품 초콜릿 라파엘로의 포장지 뒷면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넣었다.
‘라파엘로는 엄선한 재료를 사용해 독특한 방식으로 가공한 초콜릿입니다. 최고급 탈지유로 만든 밀크 크림에 흰색 아몬드를 살짝 담그고 그 위에 바삭바삭한 와플과 부드러운 코코넛을 둘렀습니다.’
라파엘로는 우리에게 ‘공항에서 판매하는 선물용 초콜릿’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제품에 대한 설명에서 ‘엄선한’ 대신 ‘값비싼’이란 단어를 넣었다면 그 효과가 어땠을까.
독일의 신경마케팅 전문가 한스-게오르크 호이젤은 저서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흐름출판, 2008)를 통해 이 초콜릿 소개 문구 중 ‘엄선한’이 ‘값비싼’으로 대체됐다면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감흥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뜻 보기에는 ‘엄선한 재료’나 ‘값비싼 재료’나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총 매출액 측면에서는 그 효과가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란 얘기다.
‘엄선한 재료’란 표현을 접한 소비자들은 자신이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행복감을 느낀다. 이들은 당연히 그런 행복감을 자주 경험하고 싶어 한다. 물론 ‘값비싼 재료’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로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나 값이 비싸다는 정보가 표면에 드러날 경우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사용하는 제품’이란 인상을 준다. 이런 차이는 사람들이 구매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심리적 장벽을 높이는 ‘값비싼’을 사용한 경우 ‘엄선한’을 사용했을 때보다 매출액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호이젤 박사는 주장했다.
샴페인 이름을 ‘팝(Pop)’으로 정한 까닭
‘설처럼 특별한 날에 특별한 분들께만 드리는 선물용’으로 만든 제품은 광고와 상품 설명에서 고귀하고 배타적인 인상을 줘야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제품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프랑스의 샴페인 제조업체들은 이런 ‘고가 선입견’이나 ‘배타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프랑스의 샴페인 메이커 포메리다. 이 회사는 모엣샹동·뵈브클리코·볼랭저 등과 함께 프랑스 샴페인 제조업을 대표한다.
포메리는 푸른색 병에 담긴 팝(Pop)이란 이름의 샴페인을 이용해 고가 및 배타성의 함정을 피해가려고 시도했다. 팝이란 이름은 샴페인이 특별한 날에만 먹는 술이 아니라 평소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술이란 이미지를 주기 위해 붙인 것이다. 실제로 이 제품은 샴페인 시장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정재승jsjeong@kaist.ac.kr
- (현)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부교수
- 미국 컬럼비아의대 정신과 교수
- 예일대 의대 정신과 연구원,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