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중계방송을 시청한 사람이라면 모두 중국인의 반한(反韓) 감정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한국 사람들은 ‘중국에서는 한류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 승승장구하고 있다’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TV 화면에 비친 중국인들은 한-일전 경기에서조차 한국팀에 야유를 보내고 일본을 응원했다.
많은 한국인들이 충격을 받았으며, 국내 언론은 ‘반한류(反韓流)’의 심각성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도대체 중국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으며, 그 원인은 무엇일까.
10년 동안 중국 대륙 휩쓴 한류 열풍
소위 ‘한류’라는 말은 1997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 공영방송을 타면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1998년 아이돌그룹 HOT가 중국 청소년들을 흥분시켰고, 김희선·송혜교·전지현 등 한국 배우들과 그들이 출연한 드라마가 중국을 강타하면서 한류가 본격화됐다. 2005년에는 ‘대장금’이 중국 전역에서 10%대의 시청률로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하면서 한류의 인기가 정점에 달했다.
2005년 당시 중국 잉뎬(零点) 리서치가 베이징·상하이·광저우 지역의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류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을 조사했다. 이 결과 조사 대상의 80%가 한국에 대해 호의적이고, 70%가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 경험이 있으며, 43%가 한국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중국인들이 한국 스타와 드라마를 초기에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친근함 내지 ‘만만함’에 기반을 둔 호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산 상품과 문화가 여타 선진국의 그것에 비해 거부감이 없었기 때문에 중국 서민들의 생활 속 깊이 침투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HOT 때문에 한국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원조 하한쭈(哈韓族) 위먀오(于, 25·여·베이징 거주) 씨는 HOT의 첫인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HOT를 처음 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전까지 좋아하던 홍콩의 사대천왕(류더화·장셰위·궈푸청·리밍)과 너무 다른 이미지였어요. 사대천왕이 그저 너무나 아련한 곳에 존재하는 ‘신’과 같은 이미지라면 HOT는 TV 속에서 언제라도 뛰어나와 같이 놀아줄 듯한, 동네 오빠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전에는 이런 이미지의 스타가 존재하지 않았거든요. 정말이지 HOT가 없었다면 한류도 없었을 거예요.”
반작용 현상으로 반한류 기조 급상승
그러나 지나친 것에는 반발작용이 생겨나는 법이다. 한류는 10년 만에 중국에서 ‘반(反)한류’ 또는 ‘혐(嫌)한류’의 거센 풍랑을 만났다.
첫째 원인은 지나치게 커버린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거부감이다. 한류 또는 한국 상품에 대한 중국인의 ‘친근하다’는 인식은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그들의 인식과 일치한다. 그런데 이 친근하고 만만하게 여기던 대상이 최근 몇 년 사이 ‘만만찮은’ 실체를 드러냈다. 이에 ‘이러다가는 한국 문화가 중국 문화를 위협할 만한 수준까지 성장해 중국을 뒤덮을 수도 있다’라는 ‘한류 위협론’이 생겨났다.
한국의 민족의식이 중국인의 중화사상과 충돌한 것도 반한류 발생의 큰 이유다. 중국인들은 유교문화의 전통, 단오절, 한의학 등 본래 중국에서 기원한 문화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로 화려하게 포장되어 세계적인 것으로 탈바꿈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낸다. 이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본이 김치를 ‘기무치’로 포장해 세계에 수출하는 것을 볼 때 한국인들도 불편한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한국 정부의 ‘한류 상품화’ 움직임도 중국인들의 반발심리를 조장하는 데 일조했다.
중국 오피니언 리더들의 한류 비판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몇 년 전부터 중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류 현상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최근 한류에 대한 일부 중국인들의 단상은 공허하고 맹목적인 숭배 수준이다. TV 채널은 모두 천편일률적인 한국 드라마가 뒤덮고 있으며, 청소년들은 동방신기에 열광하며 요상한 머리를 하고 다닌다. 마누라는 한국 드라마 영향을 받은 탓인지 주방을 온통 LG전자 브랜드로 채워 놓았다. 도대체 중국인의 자부심과 긍지는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며 인터넷 논객 왕하이(王海)는 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