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로 전이되면서 그야말로 전 지구적인 경제 위기가 닥쳤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의 연쇄 부실과 이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실화에 있다. 필자는 요즘 가끔 ‘금융기관에 복잡하게 얽혀진 각종 파생상품의 리스크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똑똑한 시스템(smart system)’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하고 생각해 본다. 확신하긴 어렵지만 지금과 같은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보기술(IT) 업계는 최근 수년간 과학적 분석을 통해 기업경영을 효율화하고, 리스크와 비용을 줄여 주는 지능형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노력해 왔다. ‘똑똑한 시스템’은 재화의 개발과 생산, 구매와 소비, 서비스, 인력과 자본, 석유와 수자원, 수십 억 인류의 일상 생활에 이르기까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시스템과 프로세스)에 지능을 불어 넣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교통시스템, 유전 개발, 식량, 보건, 에너지 자원 관리, 유통망, 수자원 관리, 공급망 관리, 기후, 지역 개발, 도시 인프라 등 ‘좀 더 똑똑해질 필요가 있는’ 영역과 그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다.
이런 시스템은 단순한 디지털화를 뛰어넘는 진정한 IT 기술의 혜택을 사회·경제의 다양한 분야에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시스템의 비효율과 낭비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능적이지 못한 송배전 시스템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생산된 전기의 40∼70%가 사용되지도 못하고 사라진다. 미국에서는 교통 혼잡으로 연간 42억 시간과 29억 갤런의 휘발유가 낭비되며, 이로 인한 비용이 780억 달러에 이른다. 전 세계 소비재 산업은 공급망의 비효율성 때문에 연간 전체 매출의 3.5%(400억 달러)를 손해보고 있다.
이 같은 비효율과 낭비는 에너지, 환경, 식량, 국가안보 등의 이슈와 얽혀 앞으로 인류가 수많은 문제점과 변화에 직면하게 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샘 팔미사노 IBM 회장은 2008년 11월 뉴욕에서 열린 미국 외교협회 미팅에서 “우리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거의 모든 것을 디지털적으로 인식할 수 있고, 모든 디지털 정보는 상호 연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오늘날의 세계를 움직이는 IT 인프라스트럭처는 유·무선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를 통해 점점 연결성을 높이고 있다. 2010년까지 1인당 트랜지스터 숫자는 수십 억 개에 이를 것이며, 20억 명의 인구가 다양한 장비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게 될 전망이다. 게다가 강력한 성능을 가진 컴퓨터와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등 새로운 정보처리 기술은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손쉽게 처리하고, 모델링하며, 분석 및 예측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똑똑한 시스템’이 경쟁력 핵심 될 것
IT 인프라스트럭처를 이용한 ‘똑똑한 시스템’은 이미 세계 도처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지능형 교통시스템을 도입해 교통체증을 20% 줄였고, 배기가스도 12% 감소시켰으며, 대중교통 이용자 수를 4만 명이나 늘어나게 했다. 현재 이 시스템은 영국 런던, 호주 브리즈번, 싱가포르 등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미국 38개 주의 200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지능형 의료시스템은 전체 치료 비용을 90%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신회사나 카드회사처럼 최종 구매 고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던 소비재 산업의 경우 ‘똑똑한 시스템’을 통해 고객 정보를 축적하고 분석해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똑똑한 시스템’들은 앞으로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본 요소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사회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투자가 거론되고 있다. 사회·경제 전반의 인프라스트럭처에 ‘똑똑한 시스템’을 결합할 수 있다면 이는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