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流에서 寒流로…“이젠 한국 드라마 안 봐요”

24호 (2009년 1월 Issue 1)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중계방송을 시청한 사람이라면 모두 중국인의 반한(反韓) 감정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한국 사람들은 ‘중국에서는 한류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 승승장구하고 있다’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TV 화면에 비친 중국인들은 한-일전 경기에서조차 한국팀에 야유를 보내고 일본을 응원했다.
 
많은 한국인들이 충격을 받았으며, 국내 언론은 ‘반한류(反韓流)’의 심각성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도대체 중국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으며, 그 원인은 무엇일까.
 
10년 동안 중국 대륙 휩쓴 한류 열풍
소위 ‘한류’라는 말은 1997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 공영방송을 타면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1998년 아이돌그룹 HOT가 중국 청소년들을 흥분시켰고, 김희선·송혜교·전지현 등 한국 배우들과 그들이 출연한 드라마가 중국을 강타하면서 한류가 본격화됐다. 2005년에는 ‘대장금’이 중국 전역에서 10%대의 시청률로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하면서 한류의 인기가 정점에 달했다.
 
2005년 당시 중국 잉뎬(零点) 리서치가 베이징·상하이·광저우 지역의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류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을 조사했다. 이 결과 조사 대상의 80%가 한국에 대해 호의적이고, 70%가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 경험이 있으며, 43%가 한국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중국인들이 한국 스타와 드라마를 초기에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친근함 내지 ‘만만함’에 기반을 둔 호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산 상품과 문화가 여타 선진국의 그것에 비해 거부감이 없었기 때문에 중국 서민들의 생활 속 깊이 침투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HOT 때문에 한국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원조 하한쭈(哈韓族) 위먀오(于, 25·여·베이징 거주) 씨는 HOT의 첫인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HOT를 처음 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전까지 좋아하던 홍콩의 사대천왕(류더화·장셰위·궈푸청·리밍)과 너무 다른 이미지였어요. 사대천왕이 그저 너무나 아련한 곳에 존재하는 ‘신’과 같은 이미지라면 HOT는 TV 속에서 언제라도 뛰어나와 같이 놀아줄 듯한, 동네 오빠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전에는 이런 이미지의 스타가 존재하지 않았거든요. 정말이지 HOT가 없었다면 한류도 없었을 거예요.”
 
반작용 현상으로 반한류 기조 급상승
그러나 지나친 것에는 반발작용이 생겨나는 법이다. 한류는 10년 만에 중국에서 ‘반(反)한류’ 또는 ‘혐(嫌)한류’의 거센 풍랑을 만났다.
 
첫째 원인은 지나치게 커버린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거부감이다. 한류 또는 한국 상품에 대한 중국인의 ‘친근하다’는 인식은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그들의 인식과 일치한다. 그런데 이 친근하고 만만하게 여기던 대상이 최근 몇 년 사이 ‘만만찮은’ 실체를 드러냈다. 이에 ‘이러다가는 한국 문화가 중국 문화를 위협할 만한 수준까지 성장해 중국을 뒤덮을 수도 있다’라는 ‘한류 위협론’이 생겨났다.
 
한국의 민족의식이 중국인의 중화사상과 충돌한 것도 반한류 발생의 큰 이유다. 중국인들은 유교문화의 전통, 단오절, 한의학 등 본래 중국에서 기원한 문화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로 화려하게 포장되어 세계적인 것으로 탈바꿈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낸다. 이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본이 김치를 ‘기무치’로 포장해 세계에 수출하는 것을 볼 때 한국인들도 불편한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한국 정부의 ‘한류 상품화’ 움직임도 중국인들의 반발심리를 조장하는 데 일조했다.

중국 오피니언 리더들의 한류 비판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몇 년 전부터 중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류 현상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최근 한류에 대한 일부 중국인들의 단상은 공허하고 맹목적인 숭배 수준이다. TV 채널은 모두 천편일률적인 한국 드라마가 뒤덮고 있으며, 청소년들은 동방신기에 열광하며 요상한 머리를 하고 다닌다. 마누라는 한국 드라마 영향을 받은 탓인지 주방을 온통 LG전자 브랜드로 채워 놓았다. 도대체 중국인의 자부심과 긍지는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며 인터넷 논객 왕하이(王海)는 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비판은 근래 들어 좀 더 논리적이고 구체적으로 변했다. 다음은 중국인 입장에서 바라본 한류의 문제점들이다.
 
첫째, 한류는 문화적인 일방향성이 심각하다. 한국은 자국 영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스크린쿼터제와 같은 보호 장치를 고집하면서, 정작 한류 수출이 주변 국가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하지 않는다.
 
둘째, 한류로 인해 생긴 왜곡된 가치관이 중국인을 병들게 하고 있다. 한류에 빠진 여성들은 자신을 한국 여성처럼 치장하고, 한국인 남자친구를 사귀기 위해 한국기업 취업을 희망하기까지 한다.
 
셋째, 한류는 청소년들에게 막연한 허영심을 종용한다. 드라마를 통해 중국 청소년들에게 비춰진 한국은 지극히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 위주다. 이는 한국의 현실과 거리가 있는 허구일 뿐이지만 중국 청소년들은 이를 알지 못하고 드라마 속 한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만 키워나가고 있다.
 
중국의 중견 연기자인 장궈리(張國立)는 2005년 기자회견 석상에서 한국 드라마 ‘대장금’을 신랄하게 비판해 중국 내 반한류 정서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한류에 대해 언급하는 연기자는 내가 처음일 겁니다. 얼마 전에 나는 대표적인 한국 드라마인 ‘대장금’을 봤습니다. 감동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으며, 오히려 분노만 있었습니다. 중국이 원조인 침술을 마치 한국인이 발명한 것처럼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화가 다 치밀더군요. 이는 명백한 문화적 침략 행위입니다. 방송국마다 한국 드라마를 틀어대고 있는데 이는 엄연한 매국행위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심지어 한국과는 적잖은 인연이 있던 청룽(成龍)도 공식적으로 한류를 억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 기업,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류가 중국의 ‘대중’ 계층에서 싹트기 시작했다면, 반한류 현상은 중국의 ‘식자(識者)’ 계층에서 시작했다. 진원지 자체가 다르다 보니 한번에 싸잡아 ‘한류가 반한류로 대체되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직까지도 중국 대중들 사이에선 한류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며, 이를 우려하는 일부 식자계층에서 반한, 혐한 운동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반한류를 ‘근거 없이 한국을 시기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억지 주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다. 역지사지 입장에서 중국인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반한류의 원인과 본질을 파악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특히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반한류의 이해와 이에 대한 대응이 매우 필요하다. 한류가 중국에서의 실적을 좌우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민족주의 성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엄청나게 강하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2008년 3월 티베트 유혈사태를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불참 의사를 밝히자 전국적으로 프랑스 제품과 프랑스계 유통 업체인 카르푸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일본 기업도 가끔 민족 감정 때문에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은 일본 제품에 대해 전반적으로 품질이 우수하다고 인정하며, 일본 브랜드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 지도층의 국수적인 행동으로 인해 중국에서 반일감정이 고조되면 그 불길이 일순간에 전국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져나간다. 성난 시위대는 도요타·혼다 등 거리에 세워진 일제 자동차를 부수기까지 한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한류를 활용한 마케팅을 하기 전에 아래와 같은 점을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국적 정서를 제품 홍보나 광고에 이용하는 데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이것은 사실 해당 제품이 어떤 타깃을 목표로 하는가에 따라 다르다. 아직까지도 한류에 열광하는 10대를 타깃으로 하는 제품이라면 한류 홍보가 통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한국색 강조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은 항상 명심해야 한다. 자칫하면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을 수 있으며, 한국에 대한 감정이 격한 중국 네티즌 등에 의해 사실이 와전될 수 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한류가 한창 아시아를 뒤덮던 이전에는 너도나도 ‘어떻게 하면 한류를 잘 활용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을 정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당시 잘나가는 한류 연예인들을 광고모델로 내세우고, ‘메이드 바이 코리아’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더 전략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홍콩계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아지센 라멘’은 원조 격인 일본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이용해 크게 성공했지만, 반일 감정이 격해지자 시위대의 공격 목표가 되어 큰 낭패를 보기도 했다.
 
둘째, 기업마다 목표로 하는 소비자와 시장에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중국의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면 ‘굳이 한류를 이용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조언하고 싶다.
 
차보스(Chabos·China와 BOBOS의 합성어)라고 불리는 중국의 고소득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부유층이다. 한국 돈으로 수억 원 하는 고급 차를 몰고 다니며, 하루에 수천만 원을 명품 구매에 쓰는 사람들이다. 이런 중국 부자들에게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는 ‘친근함’ 정도의 수준이지 유럽이나 미국 선진국과 비교해 고급스럽게 여기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중국 부자들에게 프리미엄 제품을 팔고 싶으면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를 강조하기보다 브랜드 자체를 ‘프리미엄’으로 포장하고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 확보에 나서는 것이 더 현명하다.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들은 한국인들이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민족의식이 주변국가에는 ‘배타적 민족주의’로 인식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응원하는 한국인의 ‘대한민국’ 구호는 우리에게 단결된 민족의 함성이겠지만 중국인들에게는 오기로 가득 찬 약소국의 고함으로 들렸을 수도 있다. 따라서 중국인을 자극하는 이벤트나 행사를 중국 현지에서 대대적으로 여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위험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3호 Future Food Business 2019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