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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더 친숙하게” 가정집 같은 리테일 스토어의 전략

이승윤 | 410호 (2025년 2월 Issue 1)
Based on “Balancing exclusivity and inclusivity through the strategic domestication of the luxury retail experience” (2024) by Alain Debenedetti, Déborah Philippe and Delphine Dion in International Journal of Research in Marketing, In-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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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왜 연구했나?

가정집 같은 리테일 스토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2024년 9월 서울 중구 장충동의 한 고저택을 개조해 문을 연 ‘장충라운지R점’이 대표적이다. 외부에서 보면 오래된 가정집 그 자체다. 실제로 1960년대 지어진 2층짜리 고저택을 카페로 개조한 이 공간은 묵직한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내부 역시 거실과 방, 테라스 구조인 데다 마당까지 있어 기존 가정집의 느낌을 그대로 품고 있다. 카페 곳곳을 살펴보면 의도적으로 가정집 느낌을 주기 위한 장치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집의 가장 상징적인 오브제라 할 수 있는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 낡은 샹들리에는 물론 외부의 초인종, 내부의 벽난로 등 가정집에서 볼 만한 장치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해 내부 인테리어를 꾸몄다. 또한 일반적으로 커피숍들이 즐비한 상업 지역이 아닌 일반 가정집들이 있는 장충동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스타벅스 같은 F&B 영역의 리테일 브랜드뿐만 아니라 패션 브랜드들도 하나둘씩 일반 가정집 분위기를 자아내는 리테일 스토어들을 선보이고 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르메르(LEMAIRE) 역시 상업성을 덜어내고 일상성을 강조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적한 주택가에 2023년 11월 오픈했다. 프랑스 파리에 이어 두 번째로 오픈한 르메르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는 세월을 타지 않고 일상에 기본적으로 꼭 필요한 옷을 만들고자 하는 르메르의 철학을 전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업성을 덜어낸 형태로 운영된다. 번화가에서 벗어나 일반 주택들이 많은 지역에 매장을 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1970년대 지어진 단독주택을 개조해 가정집 같은 매장을 조성했다. 공간의 핵심 콘셉트를 ‘주택과 부티크의 경계를 허무는 집’이라고 칭하고 마치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국 색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국 가옥을 개조했고 실내에는 목조 가구를 활용해 제품들을 전시했다.

일반적으로 리테일 연구에서 상업 공간을 일상성을 드러내는 가정집 형태로 꾸미는 것을 ‘가사성(Domesticity)’이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가사성은 ‘가정에 속한’이란 뜻에서 유래된 단어로 마치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집과 같은 공간적인 경험을 주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과거의 리테일 관련 연구들은 상업적인 공간(Commercial Space)에 집처럼 느껴지는 장치(Home-like Cues)를 배치하는 것만으로 소비자들이 해당 공간을 더 친숙하게 느끼고, 그런 친숙함이 공간에 대한 방문도와 해당 공간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최근에는 이런 가사성이 다양하고 구체적인 리테일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 전략적으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밝히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의 구스타브 에펠대, 로잔느대, 에섹 비즈니스스쿨 교수들로 이뤄진 공동 연구진은 럭셔리 리테일 상황에서 실제 상업적인 공간들이 어떤 방식으로 가사성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현장 연구를 진행했다. 민족지학적(Ethnographic) 연구 방법을 기반으로 파리에서 실제 운영되는 구찌, 아르마니, 에르메스와 같은 90개 브랜드 매장의 내부 운영 방식을 기록하고 매장 내부에서 소비자들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관찰해 기록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관찰 기록 이후에는 해당 매장을 설계한 디자이너, 매장 매니저 등을 대상으로 관찰 기록을 보완할 수 있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매장 내부 관찰과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럭셔리 매장이 크게 위장(Disguise), 교배(Hybridization), 병치(Juxtaposition)라는 3가지 전략적 틀 안에서 가사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음을 발견했다.

첫째, 위장이란 럭셔리 브랜드들이 가정집처럼 느껴지는 장치들을 통해 그들의 상업적인 의도를 교묘하게 위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도적으로 브랜드 이름을 숨기고 매장 입구를 가정집 입구처럼 만들거나 가정집에서 사용될 것 같은 테이블을 제품 매대로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 역시 상업적인 의도를 숨기도록 훈련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판매원이 공간을 운영하는 브랜드의 역사나 해당 공간을 만든 디자이너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하거나 딱딱한 어투보다는 마치 친구처럼 친숙하게 이야기하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가정집에서 할 것 같은 행동들을 매장 내에서 이뤄지도록 공간 경험을 구성하는 것도 위장 전략의 특징이다. 상업적인 판매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차나 커피를 마시도록 유도하는 행동이 대표적이다.

둘째, 교배란 같은 공간에서 상업적인 요소와 가정집의 요소가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하는 전략이다. 위장 전략이 비상업적인 요소를 활용해 상업적인 요소를 교묘하게 숨기는 것이라면 교배는 숨기지 않고 드러내지만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판매에 효율적인 상업적인 인테리어를 구성하지만 곳곳에 가정집 감성이 느껴질 수 있는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하는 것이다. 최근 리테일 공간들을 방문해 보면 매장 곳곳에 책들이 자연스럽게 놓여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판매용이기보다는 해당 매장의 브랜드를 창업한 사람들의 이야기나 브랜드의 역사를 담은 책들이 많다. 고객이 원한다면 책이 놓인 테이블 인근의 편안한 의자에 앉아 책들을 살펴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매장 벽에 브랜드와 연관된 자연스러운 예술 작품을 걸거나 창업자 가족의 사진을 걸어두는 것도 대표적인 교배 전략이다. 쉽게 말해 상업적인 공간이지만 가정적인 느낌을 주는 오브제들을 곳곳에 잘 배치해두는 것이다. 매장 직원들 역시 제품 정보도 전달하지만 선택한 제품의 숨겨진 역사나 의미를 반드시 덧붙여서 설명하도록 훈련받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병치란 교배처럼 한 공간에 상업적인 요소와 가정집 요소가 섞이지 않고 비교적 정확하게 공간을 구획해 상업 구역과 가정집 같은 구역을 나눠 놓는 전략이다. 럭셔리 브랜드가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제품을 둘러본 후 특정 제품을 입어보고 구매하고자 할 때 VIP 라운지라는 특별한 공간으로 별도 안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VIP 라운지는 외부의 상업 공간과는 분리된 채 고객이 가정집처럼 편안하게 앉아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옷을 입어보고 판매원으로부터 관련 설명을 듣는 공간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형태의 공간 운영이 대표적인 병치 전략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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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연구는 실제 현장 관찰 연구를 기반으로 다양한 럭셔리 리테일 스토어들이 매장 운영에 있어 가사성을 구현하는 사례를 증명했다. 또한 과거 연구와 달리 가사성이라는 개념이 크게 3가지 전략적인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연구 결과는 특히 럭셔리 브랜드들이 어떤 방식으로 가사성을 매장 내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전달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럭셔리 분야는 디지털 전환과 함께 크게 성장해왔다. 발란(BALAAN), 파페치(Farfetch) 같은 다양한 온라인 기반 럭셔리 플랫폼들이 생겨나면서 손쉬운 방법으로 럭셔리 브랜드를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는 채널도 늘었다. 동시에 다양한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원하는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럭셔리의 민주화’가 일어났다.

대중 시장화(Mass Marketization)의 시대에 럭셔리 브랜드들은 그 어느 때보다 대중적인 형태의 매장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일반 고객들이 손쉽고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가사성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가사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럭셔리 브랜드가 유지해야 할 독특성과 희소성이란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연구는 가사성을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3가지 전략을 분석하고 제시함으로써 럭셔리 브랜드가 가진 배타성(Exclusivity)과 대중적인 포용성(Inclusivity)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가이드를 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 이승윤

    이승윤seungyun@konkuk.ac.kr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이승윤 교수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 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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