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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 소비 트렌드

똑똑한 한국소비자 실속•가치 한꺼번에 잡는다

최순화 | 20호 (2008년 11월 Issue 1)
불황기 소비 트렌드
불황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황기에 손해를 보는 기업은 호황기에도 평균 이상 이익을 얻지 못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호황기에 큰 이익을 보는 기업은 불황에도 역시 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결국 소비자의 변화하는 기호를 잘 파악하고 대처하면 불황이든 호황이든 흔들림 없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실제 경영학의 대가 마이클 포터 교수가 분석한 결과 경기나 거시변수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연도 변수는 기업 실적 변화의 2%밖에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기업의 자원(32%)이나 산업구조의 영향력(19%)이 실적 변화에 끼친 영향은 훨씬 컸습니다. 금융 위기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시점에서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불황기 소비 성향 변화와 트렌드 파악 방법, 마케팅 전략을 집약했습니다.
 
국내 소비시장의 침체가 심화되면서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가격과 품질이 판매를 좌우하던 ‘대중 마케팅(mass marketing)’ 시대와 달리 소비자들이 각자의 주관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개성소비 시대’에 닥친 불황기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한층 더 까다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불황기일수록 시장의 변화를 읽고 복잡한 소비자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느냐에 따라 기업 실적이 양극화된다.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는 고객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트렌드를 예측하는 기업만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기업들은 판매 부진을 환경 탓으로만 돌리기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잠재된 소비 욕구를 발굴하고 이를 구매로 연결시켜야 한다.
 
양면적 소비자(ambi-sumer)의 확산
소비 문화가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과정 속에서 경제·금융 격변기라는 모진 환경을 만난 국내 소비자들은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소비행태를 보인다. 극단적인 모순이 공존하는 양면적 소비자(ambivalent consumer) 또는 앰비슈머(ambi-sumer)가 증가하는 것이다. 고가품과 저가품, 스피드와 여유로움 등 상반된 소비행태가 개별 소비자의 소비패턴에 동시에 나타난다.
 
양면성의 심화는 한국 소비시장은 물론 세계적인 거대 트렌드라 할 수 있다. 동양의 보수적 가치와 서양의 혁신적 가치가 공존하고, 글로벌화에 따른 국가 간 격차를 블록화로 보완하고 있다. 즉 과거에는 양립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지던 상반된 가치관들이 대등한 힘을 가지고 사회 전반에 공존하고 있다.
 
눈높이가 높아진 국내 소비자는 개인적으로 다양하고 복잡한 구매 기준을 낮추기보다 최적의 조합을 추구한다. 무조건 저가 상품을 좇는 것이 아니라 같은 가격에 더 많은 가치를 누리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해외여행은 물론 인터넷, 잡지 등을 통해 다양한 선진 라이프스타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고 있는 소비자들은 전문가 수준의 정보와 지식을 지니게 됐다. 반면에 대중적이고 획일적인 소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양면적 소비의 심화는 어중간한 제품의 소멸을 의미하기도 한다. 개인 소비자의 구매 행태가 양극화된다는 것은 평균적인 소비자가 사라진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평균 또는 중간대 가격의 상품은 인기가 떨어진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실속과 도덕성을 함께 추구
인터넷과 입소문을 통한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과거에는 주로 저가형 소비를 추구하는 중·저소득층 소비자들 사이에서 형성되던 실속형 소비가 이제는 소득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소비자에게도 합리적인 소비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남녀노소 전 계층의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선별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매스 미디어의 광고 메시지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양한 경로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탐색하고, 전문가집단이나 온라인 동호회 및 지인으로부터의 입소문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처럼 똑똑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기업이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세부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등 최대한의 이득과 최소한의 손실을 추구하는 소비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자동차, 주유, 취미, 레저 서비스를 한 카드에 담은 복합카드·맞춤형카드가 보편화하면서 각종 카드의 할인혜택을 세세하게 따져보고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체리피커(Cherry pickers)형 소비자가 늘어났다. 카드 사용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가 축적됨에 따라 소비, 레저, 취미활동 등을 신용카드 2, 3장으로 해결하는 실속형 소비패턴도 정착되었다. 알뜰형 소비패턴은 특히 현재와 같은 불경기와 미래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한편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실속과 개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자동차 시장에서는 경차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2008년 7월 현재 국내 경차 판매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 증가했다. 10001500cc 미만의 경차 판매에는 불경기·고유가 등 경제 환경의 영향도 크게 작용하지만, 기업들이 개성 있는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을 적용한 경차를 출시하면서 단순히 저가 자동차라는 이미지보다 라이프스타일형 자동차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미쓰비시, 혼다 등이 다양한 신형 경차를 출시하면서 경차 붐을 일으켰다. 2006년에는 경차가 히트상품으로 뽑히기도 했다.
 
가격과 혜택에 민감한 실속형·합리적 소비가 확산되는 와중에 기업과 제품, 생산과정의 도덕성을 중시하는 윤리적 소비 트렌드도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윤리적 소비는 좋은 기업이 좋은 의도로 정당한 대가와 과정을 거쳐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로, ‘착한 소비’라고도 불린다. 합리적 소비가 가격과 품질을 우선시한다면 윤리적 소비는 생산자의 의도와 생산 형태까지 고려해 소비자의 심리적, 윤리적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소비패턴이다. 국내 소비시장의 경우 유기농 식품, 건강가전 등 참살이(웰빙)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자연 환경이나 사회 발전보다 개인 차원의 건강을 중시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한 조사에서 소비자 개인이 기업의 사회책임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대답한 비중이 70%를 웃도는 등 윤리적 기업과 소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아름다운 가게, YMCA, 페어트레이드코리아 등 단체는 제3세계 국가로부터 직거래로 들여오는 커피, 초콜릿, 수공예품 등에 대한 소위 ‘공정소비’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윤리적 소비를 소비자의 의무이자 권리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착한 소비 트렌드는 국내 소비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잡한 기능을 심플하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일수록 소비자들은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 대비 가치에 더욱 큰 기대감을 가진다. 특히 같은 가격대의 상품 중에서도 더 많은 기능적·감성적 혜택을 제공하는 복합 제품, 고가치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 기능과 혜택의 컨버전스 현상은 200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산업 발전과 함께 가속화했다. 대표적인 컨버전스 상품은 휴대전화와 MP3플레이어 및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등 대개 휴대용 제품인데, 최근에는 금융·문화 등 다양한 상품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복잡하고 사용이 어려운 과다기능 제품에 대한 불만과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첨단 복합제품은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지만 사용법이 어렵고 가격이 높기 때문에 그 가치를 충분히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사용 편리성을 중시해 부가 기능은 최소화하고 핵심 기능을 전면에 부각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제품 하나에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는 컨버전스 시대에 본질적인 기능에 중점을 둔 디버전스(divergence) 제품에 대한 수요 역시 형성되고 있다.
 
핵심 기능 강조는 단순하고 절제된 이미지를 강조하는 최근의 디자인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인 IDEA의 2008년 수상작을 보더라도 심플한 디자인과 기능은 전 세계적 추세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외관상의 화려함보다 사용 편이성을 중시한 미니멀리즘에 충실한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나타났으며,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고 간편성을 강조한 제품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최첨단 레이저 프린터인 ‘블랙 스완’의 경우 크기가 작고 디자인이 깔끔하며 세련된 직사각형으로 기존 프린터의 디자인 개념을 완전히 바꿨다는 평을 받았다.
 
미니멀리즘으로의 회귀는 외형 디자인의 단순화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필립스의 경우 2004년부터 헬스케어, 라이프스타일, 테크놀로지를 기업의 주요 테마로 선정하고 ‘Sense and Simplicity’라는 이름의 대대적인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는 제품의 사용 편리성과 디자인의 단순성을 강조하는 브랜드 전략인 셈이다.
 
단순화의 이면에는 소비자의 편리함과 만족을 추구하는 기업의 끊임없는 노력이 존재한다. 국내 소비시장이 첨단기능과 신제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복합제품의 홍수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중저가의 실속형, 단순제품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질 것이다.
[DBR TIP] 불황5계(不況5計): 불황기 마케팅 전략

불황기에는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업들은 불황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소비행태를 찾아 그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제일기획은 최근 수도권에 사는 20
49세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통해 불황기에 증가하는 다섯 가지 소비 유형과 이를 바탕으로 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발표했다.
 
본능지계(本能之計) 이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가운데 경기 침체기에 ‘단순하고 감각적인 것에 끌린다’는 응답자가 73.6%에 달했다. 제일기획은 “불황기의 소비자는 경제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심각한 것보다 원초적인 자극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성적 설득보다는 감각적이고 본능을 자극하는 마케팅이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한 예로 두산은 소주 ‘처음처럼’ 모델로 지난해 11월부터 가수 이효리를 기용해 섹시 콘셉트의 광고를 선보였다. 이에 따라 2005년 평균 7%에 그친 서울에서의 시장점유율이 올해 7월에는 24%까지 증가했다.
 
보상지계(補償之計) 불황기에는 돈을 마음 놓고 쓰지 못하는 대신 자신을 위한 특정 소비는 오히려 늘리는 ‘자기위안형 소비’가 증가한다고 제일기획은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불황에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소비를 많이 하게 된다’는 응답이 78.8%에 달했다. 즉 한정된 예산 안에서도 ‘작은 사치’를 누릴 수 있도록 대중적 제품에 고급 옵션을 추가하는 게 좋다고 제일기획은 설명했다. 배스킨라빈스는 기존 매장보다 인테리어와 메뉴를 고급화한 카페형 매장을 올해 14개로 늘리면서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30% 이상 늘었다.
 
청년지계(靑年之計) 가족 부양에 대한 부담이 없고 유행에 민감한 20대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경기에 덜 민감하므로 젊은 층을 타깃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게 좋다고 제일기획은 분석했다. 이 조사에서 ‘불황에도 내 스타일은 포기할 수 없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30, 40대에서 각각 38%와 41%를 차지한 데 비해 20대는 64%로 나타났다. 올해 3월에 선보인 삼성전자 햅틱폰은 70만 원대의 고가임에도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며 8월까지 누적판매량 50만대를 돌파했다.
 
가족지계(家族之計) 이 조사에서 ‘불황에도 가족을 위한 소비는 포기할 수 없다’는 응답이 74.8%로 나타났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도 ‘가족이 최후의 보루’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제일기획은 분석했다. 따라서 불황기에는 가족을 소재로 한 마케팅이나 홍보 전략이 주효하다는 것이다. 가족애를 강조한 신한카드와 닌텐도 위 광고가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상표지계(商標之計) 불황기 소비자는 구매 과정에서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신뢰감 있는 브랜드를 찾게 된다고 제일기획은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신뢰가 가는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응답이 56.4%인 데 반해 ‘신뢰가 조금 덜 가더라도 가격이 싼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응답은 43.6%였다. 즉 불황기일수록 기업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동서식품은 1998년 외환위기 때 경영이 침체됐지만 오히려 주고객층인 주부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이미지 광고를 적극 집행해 시장점유율을 1998년 12월 57%에서 1999년 10월에 64%로 끌어올렸다.
 
필자는 미국 퍼듀대에서 소비자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삼성경제연구소 마케팅전략실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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