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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황금 열쇠’를 찾아라

김현진 | 381호 (2023년 11월 Issue 2)
“우리의 핵심 이커머스 그룹이 매우 심각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혁신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휴대폰 사업 몰락 직전의 노키아처럼 될 것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 기준, 글로벌 1위 업체인 알리바바의 공동 창업자 마윈은 최근 임원 회의를 소집해 강한 어조로 이러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알리바바는 지난 6월 회장과 CEO를 전격 교체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3분기 연속 한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고 중국 소비 지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 이번 인사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중국의 또 다른 이커머스 업체, 징둥닷컴 역시 최근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을 교체하고 조직구조를 슬림화하는 등 조직 전략을 수정하고 나섰습니다.

크리스토프 로흐 케임브리지대 저지 경영대학원 교수 등 연구진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최근 아티클에서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 우려하는 것은 사용자들의 행동 변화라고 지목했습니다. 틱톡의 자매 앱 격으로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더우인’ 등 신규 플랫폼이 2020년 출범한 지 2년 만에 연간 75%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위기의식을 부채질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더우인 같은 플랫폼은 ‘요구(needs)’가 아닌 ‘욕구(wants)’를 팝니다. 필요한 게 있을 때 찾게 되는 ‘진열대 기반(shelf-based)’ 이커머스 업체, 알리바바나 징둥닷컴과 달리 인플루언서들이 제작한 재밌는 숏폼형 콘텐츠를 통해 실시간으로 제품을 판매하는데 어떤 제품을 다루는지도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인플루언서의 팬이 된 소비자들은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애착 관계, 즉 팬심으로 물건을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제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들어 당장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온라인 유통 기업들도 현재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강조했습니다.

온라인 유통은 팬데믹 최대 수혜주로 꼽혔습니다. 네이버와 더불어 팬데믹 이후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을 주도하게 된 쿠팡 역시 201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 달성이 유력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속 남몰래 웃었던 성장 축제를 마치고 경기 침체, 쇼핑 수요 분산 등의 새로운 질서와 맞닥뜨린 이커머스 기업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넥스트 팬데믹’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방위적 옴니채널의 확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장착한 크로스보더, 소셜 플랫폼 등의 등장으로 ‘파괴적 커머스’가 유통업계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등극했습니다.

먼저 초저가로 해외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무, 쉬인,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의 행보에 눈길이 갑니다. 0을 하나 빼고 봤나 두 눈을 의심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면서 테무는 2023년 10월 기준, 틱톡·지메일은 물론 올해의 최고 ‘히트상품’인 챗GPT까지 제치고 미국에서 앱 다운로드 수 1위를 기록하며 무섭게 전 세계 시장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올 7월 한국에도 출시한 테무는 두 달 만에 1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모으며 추석 기간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 1위로 등극한 바 있습니다.

한편 몸집으로 승부를 걸기 어렵다면 특정 카테고리 품목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버티컬’ 전략에 좀 더 묘안을 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개인화가 중요한 패션 카테고리에선 쿠팡 같은 공룡조차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 각 업체의 아이덴티티와 소비자와의 궁합이 결국 ‘틈새’를 찾게 하는 황금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간 최대 쇼핑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유통산업은 전례 없는 구조적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발상의 전환, 창의성은 물론 시대를 읽는 비상한 촉수까지 갖춰야 할 파괴적 커머스 시대, 승리를 거머쥐게 할 열쇠를 찾으신다면 이번 호 정독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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