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Money in the Brain

최후통첩 게임, 돈과 공정성의 갈등

19호 (2008년 10월 Issue 2)

최근 신경과학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경제학 게임이 하나 있다. 경제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람의 뇌에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를 연구하는 신경경제학자들은 이 게임을 활용해 뇌영상 촬영 실험을 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자들도 이 게임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모델을 만들기에 분주하다. 지난 2년 동안 이 게임에 관한 논문이 사이언스지에만 2편이나 실렸고, 매년 20∼30편의 논문이 경제학·신경과학·심리학 분야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최후통첩 게임’이 그것이다.
 
이 게임은 지난 1982년 독일 훔볼트대의 베르너 구스 연구팀이 개발한 이래 행동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연구가 돼 온 실험 패러다임이다. 실제로 이 게임의 규칙은 매우 간단하다. 이 게임을 위해서는 두 명의 실험 참가자가 필요하다. 한 명은 제안자, 다른 한 명은 반응자라고 부른다. 이 게임을 주재하는 사람이 제안자에게 1만 원을 건넨다. 10만 원이나 100만 원으로 해도 된다. 제안자가 하는 역할은 이 돈을 자기 몫과 상대방(반응자)의 몫으로 나누는 일이다. 자신이 6000원을 갖고 상대방에게 4000원을 줘도 좋고, 자신이 9000원을 갖고 상대방에게 1000원을 줘도 좋다. 그 비율을 정하는 사람은 제안자다.
 
제안자가 돈을 어떻게 나눌지 제시하면 반응자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제안자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것이다. 반응자가 제안자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면 두 피험자는 제안된 몫대로 나눠가지면 된다. 그러나 반응자가 제안을 거부하면 두 사람 모두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이 게임이 경제학자들에 의해 처음 개발된 것은 공정성과 이익 추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본성을 경제 원리로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수학적이고 경제적인 제안자라면 이 게임에서 얼마를 제안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일까. 존 폰 노이만이 만든 ‘게임 이론’에 따르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서는 먼저 반응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생각하면 된다. 반응자는 제안자가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제시해 오면 (0이 아닌 이상) 거절하는 것보다 무조건 받는 것이 이득이다. 다시 말해 반응자의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0이 아닌 어떤 금액을 제안 받는다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제안자는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대방(반응자)에게 최소한의 금액만 제시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서로가 굳이 자신의 선택을 바꿀 필요가 없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전통적인 경제 이론과 게임이론은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실험에서 실제로 사람들이 보인 행동은 전혀 달랐다. 제안자는 자신의 몫과 반응자의 몫을 5대5로 나누겠다는 경우의 비율이 가장 많았고, 6대4나 7대3으로 나누겠다고 제안한 사람들의 비율까지 합하면 거의 80%가 넘었다. 왜 사람들은 9대1, 9.9대0.1로 나눠 자신이 대부분의 몫을 가져도 되는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큰돈을 제시할까. 이것은 아직 현대과학이 풀지 못한 숙제 중 하나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반응자의 반응이다. 반응자는 아무리 낮은 금액이라도 무조건 받는 것이 이득이지만 8대2나 9대1로 나누겠다는 제안을 받으면 제안자의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하는 경우가 67%나 됐다. 그들은 왜 받는 것이 명백히 이익인 상황에서도 기대 이하의 금액이 제시되면 거절해서 둘 다 받지 못하게 하는 걸까. 이 문제 역시 아직 현대과학이 풀지 못한 숙제 중 하나다.
 
경제학자들은 이 상황에서 독재자 게임이란 걸 연달아 실시한다. 독재자 게임에선 반응자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무조건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제안자의 선택은 상대적으로 쉬워 보인다. 상대방이 무조건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얼마로 나누려고 할까. 의외로 제안자의 제안은 너그럽다. 9대1, 9.5대0.5, 9.9대0.1로 나누겠다고 하는 사람이 크게 늘긴 하지만 여전히 7대3이나 8대2, 심지어 5대5나 6대4로 나누겠다는 경우의 비율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이 경우 상대방은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제안자가 7대3을 제시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 문제 역시 아직 현대과학이 풀지 못한 난제 중 하나다.
 
이 게임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은 게임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내가 받아야할 몫과 상대방의 몫이 어느 정도 되어야 적당한지, 공정한지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제시하는 금액이 너무 적다고 생각되면 상대방이 기분이 나빠져 거절할까봐 두려워하기도 하고, 반응자는 너무 적은 금액이 제시되면 자신의 몫을 기꺼이 포기하면서까지 상대방이 제 몫을 챙기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정확히 무슨 생각으로 실험 참가자들이 금액을 제시하고 제안을 거절하는지는 아직 모르고 있다.
이 게임을 하는 동안 사람들의 뇌 속을 들여다 본다면, 그 결과를 통해 우리는 유용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실험이 행해져 왔다. 그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이 영국 케임브리지대 신경과학자 몰리 크로킷 박사 연구팀의 실험 결과다. 그들은 최근 최후통첩 게임에서 반응자의 행동이 과연 감정에 치우친 비이성적인 판단인지, 공정성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성적인 판단의 산물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 참가자들의 뇌 속 세로토닌 양을 조절해 실험을 실시했다.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 물질 세로토닌은 많이 분비되면 행복감에 젖게 되고, 줄어들면 불안하고 강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행복을 주는 알약이자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은 바로 세로토닌의 양이 뇌 내에서 줄어들지 않도록 조절해 주는 약이다)
 
크로킷 박사팀은 20명의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세로토닌이 최후통첩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주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전날 저녁에 금식한 실험 참가자들에게 이튿날 아침 세로토닌을 만드는 재료가 되는 ‘트립토판’이란 물질을 제외하고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아미노산 음료가 충분히 주어졌다. 이 결과 아미노산은 뇌에 빠르게 전달됐고, 잔여 트립토판을 밀어내면서 세로토닌이 매우 부족한 뇌 상태를 만들게 된다. 반면에 다른 그룹에게는 트립토판이 함유된 드링크가 주어졌다. 이들은 뇌 내에서 세로토닌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최후통첩 게임을 할 때 두 그룹은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그 결과 세로토닌 결핍은 공정한 제안을 하는 경우 그것을 받아들이는 결정에 대해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았지만, 8대2나 9대1과 같은 낮은 금액의 제안처럼 공정하지 못한 제안을 받았을 때는 거절하는 비율이 크게 상승했다. 예를 들어 8대2나 9대1로 제안한 경우 세로토닌이 함유된 드링크를 먹은 그룹은 67%만 거절했지만, 세로토닌이 뇌 내에 부족한 그룹은 무려 82%나 거절했다. 그들은 공정하지 않은 제안에 대해 매우 불쾌하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결과에 대해 크로킷 박사는 “불공정한 제안에 대한 거절은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세로토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되며, 불공정한 제안에 직면했을 때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자존심을 꺾는 것도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지난해 미국 신경과학회 연례 회의에서 발표돼 많은 학자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실험 결과에 대한 연구자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마이클 코닝 박사는 “이번 결과가 감정적인 요소가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신경생물학적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스위스 취리히대 심리학자 에른스트 페허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거절 행동이 이성적인 결정인지 비이성적인 결정인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논평하면서 “불공정한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화가 난 상태의 감성적인 결과라기보다 여전히 공정성에 더 많은 가치를 둔 이성적인 계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 실험 결과가 우리에게 전해 주는 경제학적 메시지는 무엇일까. 사실 생각보다 심오한 교훈을 전해 주고 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진다.
 
편집자주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의식구조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정재승 교수가 인간의 뇌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 및 경제적 의미를 연재합니다. 인간 심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만나 보기 바랍니다.
 
필자는 카이스트 물리학과에서 학부,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다.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과 연구원,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를 거쳐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도전, 무한지식>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4호 The Centennial Strategy 2020년 4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