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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Interview: 폴린 브라운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

“인공지능(AI)만큼 필수적인 미적 지능(AI)
고객 감각 자극하는 브랜드의 무기 돼야”

이규열 | 357호 (2022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미적 지능은 특정 대상이 일으키는 느낌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이다. 기술이 사람의 일을 대신할수록 사람은 창작에 더 많은 노력을 쏟게 되며 사람들의 미적 지능도 발달할 것이다. 브랜드 역시 미적 지능을 개발하고 미적 가치를 가꿔야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의 감각을 자극하는 고유의 브랜드 코드를 발굴하고 감각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브랜드가 떠오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미적 취향을 가진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기존 고객과 다른 미감을 가진 새로운 고객을 발굴해야 한다.



MZ세대 사이에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소비문화가 있다. 바로 ‘쓸모없는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다. 차마 입기 부끄러울 정도로 유치한 캐릭터가 그려진 속옷이나 귀에 꽂지 못하는 에어팟 모양의 대형 쿠션 등이 대표적이다. 누가 더 쓸모 없는 선물을 주는지 경쟁하는 게 하나의 놀이로 이해되고, 상대방이 당황스럽지만 재밌다는 듯 웃는 모습을 보며 즐거움과 유대감을 느낀다. 사실 합리적이지 않은 소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왜 샤넬을 특별한 브랜드로 여기며 1.5∼2배가량 비싼 샤넬의 립스틱을 구매할까? 유독 그 색이 예뻐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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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MH그룹 북미 지역 회장을 지낸 바 있는 폴린 브라운(Pauline Brown)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는 그의 책 『사고 싶게 만드는 것들(Aesthetic Intelligence)』에서 샤넬이라고 특별한 색상이나 원료를 사용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이 샤넬 립스틱을 선택하는 이유 중 85∼95%는 ‘느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샤넬 립스틱은 금속 테두리, 샤넬 로고, 제품 특유의 무게감 등 오감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샤넬 립스틱을 구매한 사람들은 스스로가 고상하고 우아한 사람이라 느낀다. 비단 샤넬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은 모든 소비를 감각에 크게 의존한다. 브라운 교수는 “미적 지능(Aesthetic Intelligence)이 이 시대의 또 다른 AI”라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브랜드는 고유한 미적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DBR가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브라운 교수에게 브랜드와 직원들의 미적 지능을 높이는 방법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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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 지능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미적 지능이란 특정 사물이나 경험이 일으키는 느낌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이다. 사람들이 어떤 제품에 대한 구매를 결정하는 이유 중 85%가 ‘느낌’, 즉 감정 때문이다. 이는 관련된 연구들이 제시한 값들의 평균치이며 느낌이 95%까지 관여한다는 연구도 있다.1 나머지 5∼15%가 분석적 사고이며 마케터들은 보통 여기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의 미적 지능이 점점 높아질 것이다. 앞으로의 세상에서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쏟던 반복적 작업부터 분석이 필요한 일들까지 로봇, AI 등 기술이 대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분야에 힘을 쏟게 될 것이고, 사람의 창의적 사고가 아름다움을 창조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미적 지능을 활용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기업 역시 미적 지능과 가치에 관심을 쏟아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미적 지능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또 다른 AI(Aesthetic Intelligence)라 불리는 이유다.

미적 가치가 뛰어난 브랜드의 사례를 들어달라.

에스티로더에 입사하고 1997년 헤어케어 브랜드 아베다와 1999년 향수 브랜드 조말론을 인수했다. 아베다는 오스트리아 출신 헤어디자이너 호스트 레켈바커가 세웠다. 그의 어머니는 약초학자였고, 그 역시 어릴 적부터 다양한 허브를 접했다. 레켈바커는 20대에 헤어스타일링을 익히고, 30대에 인도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인도의 전승의학 아유르베다를 익혔고, 이를 헤어케어에 적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는 아베다를 세우고 라벤더, 로즈마리 등 자연 재료, 친환경 용기 등을 사용한 헤어케어 제품을 선보였다. 당시 샴푸 마케팅의 핵심은 이들이 사용한 화학적 성분의 효능을 알리는 것이었다. 효능이 중요했지 샴푸가 주는 감각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이 점차 변했다. 자연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으며 친환경 제품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아베다는 시대가 요구하는 미감에 부합했다. 향이 주는 즉각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브랜드 철학에 따른 아름다움까지 장착한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특유의 자연 재료의 향으로 머리 감는 일을 하나의 감각적인 ‘힐링’ 리추얼로 탈바꿈시켰다.

1994년 런던의 조향사 조 말론이 세운 조말론은 런던의 작은 가게와 맨해튼의 한 백화점 단 두 곳에서만 제품을 판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매장에 모두 사람이 몰렸다. 조 말론은 소리와 색감을 냄새로 해석하는 등 공감각적 능력이 뛰어난 창업가였다. 특히 복숭아, 바질 등 음식의 향을 다양하게 사용해 공감각을 자극했다. 지금이야 자연의 향을 표방하는 향수 브랜드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화학 성분들로 만들어낸 인위적인 향수가 대부분이었다. 동시에 고급스런 상자, 리본, 쇼핑백을 사용했다. 역시 향을 통한 아름다움에 더해 시각적인 세련미로 요즘 고객들의 감성을 공략했다. 조말론에 열광하는 여성들은 자신을 위한 선물로 조말론 향수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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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 지능은 어떻게 개발하나.

크게 ‘적응-해석-명료화-큐레이션’이라는 네 단계를 거친다. ‘적응’은 주위의 자극에 대한 감각을 깨우는 과정이다. 식사를 하면서도 훈련할 수 있다. 맛은 개인의 취향을 확인하는 효과적인 도구다. 아무 생각 없이 식사를 하기보다는 음식에 어떤 조미료가 어떤 맛을 내는지, 어제 오늘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그 간이 어떻게 다른지 등을 의식해보는 것이다.

‘해석’은 무수한 자극 중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다. 패션을 통한 훈련 방법이 있다. 자신이 어떤 스타일을 연출하고 싶은지, 옷을 입었을 때 어떤 감정을 받기 원하는지 생각해보고 아이템들을 바꿔가며 입어보라. 어떤 조합이 그 스타일에 가장 잘 부합하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명료화’는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정의를 내리는 과정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미적 이상을 공유하기 위해 필요하다. 같은 팀에서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미적 감각이 무엇인지 명확히 전달되지 않으면 불필요한 시간과 감정만 낭비할 수 있다. 되도록 구체적인 단어를 쓰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멋지다’ ‘맛있다’는 포괄적인 단어지만 ‘경쾌하다’ ‘짭짤하다’는 보다 정확한 미감을 전달할 수 있는 단어다.

마지막은 ‘큐레이션’으로, 효과적으로 미감을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편집하는 과정이다. 구현하고자 하는 미감과 무관한 요소는 과감하게 지우고, 해당 요소를 통해 의도한 감정이 효과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지 고민해보라. 다양한 옵션을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미감에 맞는 옵션이 무엇인지 비교해보는 과정을 통해 소비에 몰입할 수 있다.

미적 지능은 누구나 기를 수 있다. 평소 ‘센스가 꽝’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도 훈련을 통해 미적 지능을 높일 수 있다. 미적 지능을 기르는 건 근육을 키우는 것과 유사하다. 한번 관련 수업을 듣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평생 동안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브랜드의 미적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브랜드의 미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항목들을 개발했다. 첫째는 ‘감지(Sensing)’다. 이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특정한 감각이나 인상을 전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둘째는 ‘감정(Feeling)’이다. 이 브랜드가 어떤 감정과 분위기, 임팩트를 남기는지를 측정한다. 이 브랜드가 특정한 소비자 행동을 유도하는지를 보는 ‘행동(Acting)’, 이 브랜드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깊게 생각해보는지를 보는 ‘사고(Thinking)’ 등도 있다. 각각의 항목을 소비자 설문을 통해 100점 척도로 측정할 수 있다.

브랜드는 어떻게 사고 싶게 만드는 느낌을 줄 수 있나.

미학 지능을 높이는 4단계의 과정 역시 조직에 적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브랜드 코드’를 발굴하고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브랜드 코드란 한 브랜드의 철학적, 미적 관점들을 압축해 확실하고 뚜렷하게 나타낸 상징이자 표식이다. 철저하게 감각에 관한 것이므로 브랜드의 사명과는 다른 개념이다. 강력한 브랜드 코드는 소비자의 감각을 자극하고 무의식적으로 특정 브랜드를 연상시켜 구매로 이끈다.

에스티로더는 ‘패일 그리니시 블루 휴(Pale greenish blue hue)’ 컬러를 주력으로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갈색병’으로 유명한 에센스에 ‘코퍼리 브라운’을 채택하는 등 다른 색으로 확장하기도 했지만 대표 상품인 크림, 로션에는 창업자인 에스티 로더가 선택한 이 푸른색이 사용돼 소비자들에게 에스티로더를 떠올리게 만드는 시각적 코드로 작용했다. 하버드대의 상징색인 ‘크림슨 레드’도 마찬가지다. 맥도날드의 로날드, 에너자이저의 토끼 등 마스코트들도 훌륭한 브랜드 코드다.

브랜드 코드는 어떻게 발굴할 수 있나.

우선,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탐색해야 한다. 신생 기업이든, 전통 기업이든 마찬가지다. 나는 이 과정을 ‘브랜드 검사’라고 부른다. 설립자는 누구인지, 시대가 변하면서 브랜드가 어떻게 변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다. 이후 공통되는 특징을 발견하고 브랜드 고유의 요소를 정의하는 ‘패터닝’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으로는 ‘시험’ 단계다. 앞서 도출한 패턴을 바탕으로 광고 및 마케팅 캠페인을 만들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실험해보는 것이다. 색 조합, 서체, 소리 등 설계한 브랜드 코드만으로도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인식할 수 있으면 성공이다. 오랜 기간 독점할 수 있는 브랜드 코드라면 더욱 강력하다. 이 같은 브랜드 코드는 어떤 상황에서도 지키길 바란다. 외부의 환경을 핑계로 의해 손을 댄다면 브랜드의 정체성 자체가 흔들릴 것이다.

직원들의 미적 지능과 브랜드 코드는 어떤 관련이 있나.

브랜드 코드는 창업자의 미적 지능에 뿌리를 둔다. 미적 지능이 높은 직원들은 이 브랜드 코드를 잘 이해하고 지켜낸다. 물론 직원 개인의 미적 취향과 브랜드 코드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미적 지능이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순간에 아름다움을 느끼는지를 아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이 언제 아름다움을 느끼는지를 아는 능력이다. 미적 지능은 매우 개인적인 영역이며 개인이 처한 환경과 일생 동안 겪은 경험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보편적인 아름다움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미감 역시 일생 내내 변화한다. 브랜드 코드는 조직 문화로도 반영된다. 만약 직원 개인의 미적 취향과 브랜드 코드가 도저히 상충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딪힌다면 그 직원은 브랜드 코드뿐만 아니라 회사의 대부분이 맘에 들지 않을 것이다. 즉, 회사를 잘못 선택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브랜드 코드가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순 없다.

직원들의 미적 취향과 브랜드 코드가 일치하는 게
바람직한가.

직원들이 브랜드에 몰입하고 핵심 고객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양한 관점을 가진 직원들을 환영한다. 그들이 브랜드의 유산(헤리티지)과 가치를 존중한다면 말이다. 이들이야말로 브랜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열쇠다. 브랜드는 직원들이 어떤 미감을 갖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더 넓은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브랜드 코드와는 다른 미감을 가진 직원들이 그들의 미적 지능을 발휘해야 한다.


폴린 브라운 교수는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의 북미 회장을 지냈다.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했으며, 에스티로더, 칼라일 그룹, 에이본 프로덕츠 등에서 임원을 역임했다. 다트머스대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를 수료했다. 2017년 하버드경영대에 ‘미학 비즈니스(The Business of Aesthetics)’ 강의를 창설했으며, 현재 컬럼비아대 경영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적지능연구소(Aesthetic Intelligence Labs)를 설립해 다양한 연구 및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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