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영의 리테일비즈니스산책

메타버스, 제대로 따져 보고 올라타라

337호 (2022년 0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리테일 관점에서 메타버스의 부상은 1) 브랜드 프로모션과 브랜드-소비자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2) 결제 방식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3) 오프라인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의 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가 붐이라고 해서 무작정 도입해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세컨드라이프의 실패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메타버스가 주류로 정착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인지하고 사용자 관점에서 메타버스 경험을 정교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1992년 SF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VR로 만들어진 공간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메타버스(Metaverse)는 2021년 한국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은 키워드가 됐다. 타 국가보다도 한국에서 관심이 훨씬 컸다. 각종 기업이 메타버스 관련 조직을 만들고 서비스를 출시했다. 많은 조직이 개더타운(GatherTown)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세미나와 콘퍼런스, 이벤트를 진행하며 너도나도 메타버스 플랫폼에 올라탔음을 강조한다. 메타버스에 올라타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이 느껴질 정도다. 30대와 40대에게 아련한 추억을 남긴 싸이월드도 서비스 재개를 예고했으며 한글과 컴퓨터(한컴)와 함께 개발한 ‘싸이월드-한컴타운’이란 이름의 메타버스 플랫폼도 론칭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물론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크다. 2020년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강조한 이후 미국에서는 2021년 3월, 게임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의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메타버스가 부각됐다. 그리고 10월 페이스북이 메타(Meta)로 사명을 변경하고 메타버스를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하며 관심이 증폭됐다.

그런데 2022년 새해를 맞이한 지금, 2021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메타버스에 대한 냉정한 리뷰도 필요해 보인다. 게임 업계 구루(Guru)인 웨스 펜론은 최근 게임 전문지 PC게이머(PCgamer)에 ‘메타버스는 말도 안 돼(The metaverse is bull****!)’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1 비판의 핵심은 메타버스는 인터넷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던 것이며 이미 상용화된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VR 챗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이 오히려 이런 다양한 플랫폼을 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광범위하고 유연한 연결 플랫폼이라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메타버스가 AR/VR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거나 마케팅을 위한 또 다른 단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물론 이런 논쟁들은 그만큼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크고 시각도 다양해졌음을 반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메타버스의 장밋빛 미래를 조명하는 데 급급해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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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가 ‘현재’ 주목받은 이유

먼저 현재 시점에서 메타버스가 갑자기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된 이유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환경에 기반한 회의와 미팅, 공연 등이 필수적인 소통 수단이 되면서 가상공간에 대한 경험과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스태티스타(Statista)에 의하면 로블록스는 2020년 1분기에 비해 2분기 사용자가 급증했고, 그 증가 추세가 올해 2분기까지 지속됐다. 2

둘째, 최근 몇 년간 AR/VR, 크립토, 블록체인, NFT 등 기술 중심의 변화가 관심을 받으며 관련 플랫폼도 늘어났다. 메타버스의 밸류체인은 크게 1) AV/VR 기기와 반도체 같은 하드웨어, 2) 클라우드와 AR, 5G 통신망 등의 네트워크, 3) 플랫폼과 콘텐츠 제작, 결제 서비스 등의 소프트웨어로 이뤄진다. 이 밸류체인의 대표 주자들이 미래 산업으로 메타버스를 꼽으면서 투자를 늘리고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높아졌다. 메타는 8월 VR 협업 공간인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s)을 론칭한 데 이어 레이 밴과 협업해 비디오 녹화를 할 수 있는 스마트 선글라스를 선보였다. 현재 판매 중인 ‘오큘러스 퀘스트(Oculus Quest)’ 시리즈 외에도 내년 상반기에 XR 헤드셋 ‘프로젝트 캠브리아(Project Cambria)’를 출시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21년 11월 협업 플랫폼인 팀즈(Teams) 내에 3D 아바타를 도입한 가상 협업 플랫폼 메시(Mesh)를 론칭했다. 또 2022년 하반기에 첫 소비자용 AR 헤드셋 ‘홀로렌즈’도 출시할 전망이다. 이렇게 인프라가 확장되고 강화되면서 더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셋째, 자신의 소비가 곧 자신을 드러내는 시대로의 전환, 그리고 Z세대와 알파세대의 부상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들 수 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공유, 과시하려는 욕구가 있다. 그런 욕구를 해소해주는 가장 편리한 수단이 소셜미디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스냅과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들을 통해 소비 경험, 의견 등을 공유하는 것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고, 이런 플랫폼의 확장에는 디지털 환경을 수용할 수 있는 세대, 즉 디지털 네이티브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 Z세대는 콜 포비아(call phobia, 전화받기를 두려워하는 증상)가 있을 정도로 직접적인 대면보다 비대면 디지털 환경을 선호하고 새로운 플랫폼을 배우는 데 대해 이전 세대들보다 거부감이 적다. 게다가 2010년 이후에 태어난 10대, 즉 알파세대는 스스로가 크리에이터가 되려는 열망이 크다. 어릴 때부터 유투버들의 활동을 보고 자랐고 자신의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 게다가 코딩 교육까지 받는 요즘 세대는 로블록스에서 이미 자기만의 게임과 아이템을 만들어 경제적 활동까지 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보면 전 세계 2억 명의 사용자를 자랑하는 로블록스 사용자의 67%가 16세 이하이고 로블록스의 전체 세션 중 72%가 모바일에서 일어난다.3 앞으로 미래 먹거리를 찾는 기업들에 Z세대와 알파세대는 중요한 소비자들이고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로 메타버스가 부상했다.

이러한 요인들로 2021년, 메타버스가 주목받은 것은 분명한 현상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망을 얘기할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메타버스 시장을 언급할 때 2021년 300조 달러(35조 원)에서 2024년까지 2970억 달러(346조 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통계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AR/VR/MR 시장 전체의 전망이지 4 메타버스만 따로 떼 놓고 본 통계가 아니다. 즉, ‘가상’이라는 요소가 접목되기만 하면 메타버스로 통칭해서 부르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 관점에서 메타버스에 생기는 의문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야 나델라(Satya Nadella)는 메타버스를 “디지털 공간에 ‘실재감(real presence)’을 불어넣을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지만5 완전한 3D 세계를 구현하는 것은 더 발전된 기술이 있어야 하며 메타버스로의 이동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미국에선 메타버스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한국만큼 크지 않다. 메타버스 키워드에 대한 구글 트렌드를 보면 최근 1년간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가장 컸던 기간은 2021년 10월,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바꾼다는 발표가 있었던 시점이며 그다음이 3월 로블록스의 나스닥 상장 시기다. 이 두 시점을 제외하고는 검색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사람들은 이 두 가지 이슈와 관련된 키워드로 특히 메타버스란 개념의 뜻을 가장 많이 검색한 것으로 나타난다.6 반면 한국에선 한발 더 나아가 메타버스 관련 주식, NFT 등 투자와 관련된 검색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논의된 메타버스의 형태와 경험이 현재 인터넷 수준으로 불가능한지 짚어봐야 한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메타버스로 글로벌 포럼을 연다고 가정했을 때, 온라인의 ‘메타버스 공간’에서 강연을 듣는 것이 줌(Zoom)으로 화면을 보면서 회의를 하고 채팅으로 소통을 하는 것과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경험인가? 사용자 입장에서 자신 있게 그 차이를 감지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일반인들의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저조한 참여율과 거부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 예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개최된 박람회를 방문해보니 부스 임대 및 설치, 브로슈어 출력 등 자원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 오프라인 조형물을 설치할 때 드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저 웹페이지를 가상공간으로 옮겨 놓은 느낌만 강한 점, 콘텐츠 업데이트로 인한 네트워크 끊김 현상 등이 커서 참가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7 메타버스에 대한 참여율이 낮은 이유 중 또 한 가지는 행사 참가자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컨대 일반인들을 위한 행사나 취업 박람회, 콘퍼런스 등을 진행할 때 주된 방문자가 메타버스의 주요 세대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DBR mini box
메타버스가 리테일 시장에 가져올 변화

메타버스의 부상은 소매 시장, 즉 리테일에 많은 관점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상품 개념의 확장이다. 가상 세계에서 팔리는 상품은 디지털 프로덕트(Digital Product)다. 그리고 지금까지 유통을 구분했던 판매 경로, 즉 온라인•오프라인 등과 다른 분류가 필요하다. 메타버스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실재(presence)가 없지만 여전히 브랜드 상품으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실제 핸드백 가격은 300만 원이 넘는 구찌 제품이 디지털 상품화되면 3000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구찌의 디지털 상품은 가상 세계에서도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해 판매되고 리세일(Resale)을 통해 몇 배나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로블록스에서 5달러50센트에 판매된 디지털 핸드백이 4000달러에 리세일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기업 입장에서 디지털 상품은 실제 생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환경 파괴 등 ESG 관련 이슈로부터 자유롭고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주요한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기 쉽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명 브랜드의 고가 아이템을 저렴한 가격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점도 실제와 다른 경험이다. 이런 측면에서 메타버스 내의 디지털 상품은 ‘상품’에 대한 시각을 확장시킨다.

이런 디지털 상품은 브랜드 프로모션이나 소비자-브랜드 관계를 변화시킬 것이다. 또한 가상공간에서 진행하는 마케팅은 디지털 상품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앞으로 아바타를 이용한 가상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상 인플루언서는 메타버스 이전부터 팬덤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으며 세계적인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릴 미켈라(Lil Miquela)가 대표적 사례로 이미 엄청난 수의 팔로워를 자랑하고 있다.

리테일에서 중요한 단계 중의 하나인 결제도 메타버스를 통해 진화할 것이다. 현재 가상 환경에서의 결제는 마우스를 이용하는 것뿐 아니라 VR 기기를 착용하고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가상 화면 내 표시된 곳을 응시하는 것만으로 결제 의사를 파악해 결제 단계를 진행하는 것까지 기술적으로 가능해지고 있는 상태다. 한 예로 미국의 스타트업 페이스카우트(Payscout)는 스포츠웨어 회사 보디랭귀지(Body Language)와 협업해 구글 카드보드 헤드셋으로 상품의 모습을 360도 각도로 보여주고 눈짓만으로 상품 결제까지 진행하는 기술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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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가상공간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 경험이 오프라인과 어떤 효과적인 시너지를 내는지에 대해서도 새롭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참고할 만한 사례가 치폴레(Chipotle)의 핼러윈 프로모션이다. 치폴레는 2021년 핼러윈데이에 로블록스 내에 가상 레스토랑을 열었는데 매장 입구부터 해골 형상의 직원을 배치하고 방문한 소비자들에게 멕시칸 음식을 응용한 핼러윈 의상으로 갈아입을 것을 제안했다. 핼러윈 의상으로 바꿔 입고 등장한 고객들에게는 10월 말까지 매일 3만 명에게 무료 부리토(burrito) 쿠폰을 나눠줬고 3만 명 이후 입장 고객들에게는 할인 쿠폰을 제공했다. 또 가상 매장을 방문한 아바타가 참여할 수 있는 미로 게임을 만들어 방문자들에게 치폴레 메뉴의 주요 재료를 활용한 게임 아이템을 제공했다. 이 행사는 치폴레 브랜드의 정체성을 반영한 즐길거리와 아이템을 제공한 데다 가상공간에서 제공된 쿠폰을 실제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연계한 덕분에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이처럼 가상 세계에 한정되지 않은, 가상과 현실을 잇는 프로모션을 개발하는 방안도 효과적일 수 있다.

메타버스의 부상과 더불어 오프라인 공간은 메타버스 경험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채널로 역할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메타는 자사의 메타버스 경험을 위해 가상공간이 아닌 오프라인 매장 ‘페이스북 스토어’를 오픈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매장은 메타의 AR/VR 사업 부문인 리얼리티 랩스가 개발한 기기들을 체험하는 공간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세컨드라이프의 교훈

메타버스 붐을 보면서 2003년 엄청난 관심을 받았던 세컨드라이프 사례가 떠오른다. 세컨드라이프를 개발한 린든 랩(Linden Lab)은 메타버스를 ‘쇼핑, 만남, 여흥, 배움, 업무, 땅 거래 등을 실제 삶처럼 할 수 있는 가상공간(a place to shop, meet, play, learn, work, buy/rend land in a virtual world like a life)’이라고 정의했다. 가상 협력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기능도 탑재해 기업들이 3D 가상 환경에서 협업을 진행할 수 있었고 린든 달러(linden dollar)라는 자체 화폐도 소유하고 있어 가상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재화를 사고팔 수도 있었다. 이 같은 활동은 앞서 언급한 메타버스의 콘셉트와 유사하다. 당시 IBM, 브라질항공사, 소니, BBC, 도요타, 힐러리 클린턴 캠프 등 다양한 기업과 조직이 세컨드라이프 내에서 활발히 활동을 했고 2007년쯤에는 사용자 960만 명을 달성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엄청난 투자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세컨드라이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양한 이슈를 남기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직관적이지 않은 사용자 경험, 사람들의 참여를 북돋는 동기부여 시스템의 부재, 컴퓨터 기술 수준 부족으로 인해 아바타의 완성도가 떨어진 점, 2007년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모바일로 확장이 어려웠던 점 등이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다 디지털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과 표절 소송 분쟁, 위법, 가상공간 내 폭력 사건 등의 이슈도 있었다.

오늘날 메타버스 플랫폼의 기술 수준은 세컨드라이프 시절 때보다는 훨씬 발전했지만 콘셉트나 활동은 유사한 점이 많다. 세컨드라이프는 2010년대 중반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조명한 프로젝트 산사르(Project Sansar) 등을 포함해 소셜 VR와 아바타 패션, 전시, 가상 커뮤니티 공간 등을 확장하며 부활을 시도했으나 그다지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 2020년 들어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자 코믹 북 퍼블리셔 제네스코프(Zenescope), 필(Peale) 뮤지엄 등과 협력해 세컨드라이프 내 가상공간을 오픈하는 등 새로운 시도들을 진행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온라인 쇼핑이 등장하거나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처음 선보였을 때 많은 사람이 의심하고 미심쩍어 했지만 오늘날 일상이 된 것처럼 현재 논란이 많은 기술이 미래의 일상이 될 수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3D프린팅이나 세컨드라이프가 당시 우리 미래를 이끌 기술로 각광을 받았지만 예측만큼 우리 세상을 지배하지 않았듯이 미래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메타버스도 당장의 인기로 판단하기보다는 적어도 몇 년간은 발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세컨드라이프의 선례를 반복하지는 않을지 진정한 가치와 미래성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경우 싸이월드가 이번에 발표한 미니홈피의 부활과 함께 선보일 ‘싸이월드-한컴타운’ 메타버스 플랫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싸이월드에 따르면 미니홈피의 미니룸을 통해 연결된 한컴타운에서 쇼핑, 가상 오피스 출근, 음성 회의, 나만의 미니미 NFT 생성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싸이월드 측은 기업은행, 메가박스,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의 브랜드를 입점시켜 사용자들이 영화 티켓을 구매하고 은행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 경험이 가능할 것이라 밝혔다. 8 사실 2000년대 후반 3200만 회원을 보유했을 정도로 한국의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의 원조인 싸이월드는 글로벌로 확장하기에 한계가 많았던 폐쇄적 플랫폼 운영, 도토리 수익 증대를 위한 무리한 사업 모델 확장, 당시 글로벌 플랫폼으로 떠오른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과의 경쟁 등으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필자도 많은 추억을 가진 싸이월드의 부활과 메타버스 플랫폼과의 연계가 성공하길 응원하는 바이지만 실제 성공 여부는 시간이 흐른 뒤에 알 수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기업의 자세

앞서 언급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의 발전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도 물론 분명히 있다. 우선 메타는 100억 달러(12조 원)를 자체 리얼리티 랩스(Reality Labs) 부문에 투자하는 등 메타버스 시대의 리더가 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게임 아이템 판매처럼 메타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어 판매해 경제활동을 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메타버스 환경 중 3D를 이용하기 위한 디바이스의 산업에도 적극적이다. 오큘러스 퀘스트 2는 3D 환경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지러움 등을 대폭 개선한 것으로 평가받았고 협업 플랫폼 호라이즌을 포함해 다양한 기기, 툴을 선보일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애플도 2022년 하반기에 첫 XR 헤드셋 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 기업이 디지털 상품, 결제, 기기, 플랫폼 등을 아우르는 기반을 강화하는 가운데 어떻게 메타버스의 리더로 시장을 선점해 나갈지 주목할 부분이다.

이 가운데 메타버스라는 환경이 많은 사람이 예상하는 것처럼 주류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메타버스가 한 기업만이 점유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2025년까지는 플랫폼 중심의 재편이 진행되고 VR 중심으로 대중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기간까지 메타버스와 관련된 규제들도 꼼꼼히 고민하고 수립돼야 한다. 세컨드라이프도 범죄 등 새로운 환경에서 처음 부딪히는 문제들에 직면한 바 있다. 그만큼 가상 환경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위험이 생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비하고 정책적 대책까지 반영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메타버스가 추구하는 가상 환경으로의 이동이 대세가 된다면 가상 환경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고민해 책임 있는 가상 환경을 만들려는 노력도 다각도로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들도 메타버스 도입에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경쟁 기업들이 이미 시행착오를 겪었거나 새롭게 선보이는 시도들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면밀히 분석해본 뒤 자사에도 적용 가능할지, 우리 소비자들도 진정 원하는 서비스인지 심도 있게 검토하는 신중함도 필요하다. 또 많은 기업이 이미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과 메타버스를 어떤 식으로 효율적으로 연결해 시너지를 낼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분명 필요하지만 정작 이 시도의 수혜자이자 대상이 될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혁신은 아무 의미가 없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UNCG) 마케팅학부 교수 jiyoung.hwang.retail@gmail.com
필자는 한양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의류 브랜드에서 상품 기획 및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후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국제유통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소비자유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대, 핀란드 알토대와 고려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다. 2017∼2018 UNCG 우수강의, 2017 우수연구자 강의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리테일의 미래(2019)』 『리:스토어(2020)』 『쇼핑의 미래는 누가 디자인할까?(2021)』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8호 The Rise of Flexitarians 2022년 0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