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지속가능성을 위한 연금의 역할

317호 (2021년 03월 Issue 2)

기업 경영에 있어 ESG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회적 관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ESG 경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는 사회가 추구하는 그것과 다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ESG 시대에는 사회적 수익과 사회적 비용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사회적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만큼 중요한 것이 개인의 지속가능성이다. 개인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은퇴 후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일하는 동안, 즉 근로소득이 있을 때는 가난하지 않다. 하지만 은퇴를 하고 나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국내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빈곤율은 43.4%로 OECD 국가들 중에 최고 수준이다. 멕시코 24.7%, 미국 23.1%, 영국 14.9%, 독일 10.2%, 프랑스 4.1%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이런 차이는 근로소득을 대체하는 연금 소득 또는 금융 소득의 부족에 기인한다. 연금 소득이 생애평균소득을 얼마나 대체하는가를 표시하는 연금소득대체율(pension replacement rate)의 경우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37%에 불과하다. OECD 평균 49%, 프랑스 60% 등에 비해 매우 낮다. 물론 미국 39%, 영국 22% 등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경우 축적된 개인 금융자산이 많기 때문에 연금 소득의 부족을 보충하고 있다.

대한민국 개인 입장에서는 은퇴 전 충분한 연금 소득을 보장하는 직장에서 일하거나 금융 또는 실물자산을 가능한 많이 축적하는 게 최선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근로자 소득의 4.5%와 8.3%를 각각 국민연금 보험료와 퇴직연금 사용자 부담금으로 적립하면 된다.

하지만 기본 중의 기본인 퇴직연금의 도입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퇴직연금은 도입 대상 사업장 140만 개 중에 27.5%만 도입했고, 가입 대상 근로자 1151만 명 중에 51.5%만 가입한 상태다. 금융보험업, 보건복지업, 제조업 등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음식숙박업, 건설업, 도소매업 등은 열악한 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업종별 경쟁력과 안정성, 취업 형태의 이중구조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하는 경영은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근로자의 노후와 연금과 관련해 기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첫째, 사회적으로 연금 저축이 부족한 만큼, 근로자가 연금 자산을 추가로 적립하도록 도울 수 있다. 퇴직연금의 경우 사용자가 최저 수준 이상으로 적립할 수 있으며, DC나 IRP의 경우 근로자의 추가 적립을 지원할 수 있다. 상여금을 추가 적립에 활용하거나 매칭 방식으로 근로자의 추가 적립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근로자가 운용을 책임지는 DC와 IRP의 경우 전문 기관과 제휴해 효율적 운용을 지원해야 한다. 운용은 자산배분, 상품운용, 위험관리, 성과평가, 리밸런싱 등으로 어렵고 복잡하게 이뤄지며 초장기 투자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필요하다. 셋째, 부족한 연금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보전하는 취지에서 근로시간과 시간당 임금은 줄이더라도 정년 연장을 검토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러한 논의가 기업들에는 부담이고 곧 비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ESG 경영은 결국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고, 근로자의 노후 연금 소득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개선하는 것은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생애주기를 고려한 ‘개인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기업의 노력이 결국 인재를 부르고, 이들 인재가 곧 기업의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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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장기신용은행 연구원을 거쳐 기획예산처 사무관,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 FN가이드 리서치센터장, 동원증권 금융산업팀장 등으로 근무했다. 이후 하나금융지주에서 전략 실무를 총괄했으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및 하나은행 전무를 역임했다. 현재는 모바일 연금자문회사 웰스가이드를 설립해 ‘좋은 사회를 위한 금융(Finance for Good Society)이라는 미션’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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