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항상 ‘갑’일 수는 없다. 좋은 인재 앞에서는 기업도 ‘을’이 될 수밖에 없다. 해외 유수의 기업들은 기술개발 못지않게 인재 모시기에 공을 들인다. 조직문화 개선, 평판 관리 같은 채용 마케팅으로 고용 브랜드를 강화해 인재가 인재를 끌어오는 선순환 효과를 일으킨다. 고용 브랜드는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유연 근무를 제공하며, 비전 제시 등 성장 기회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당장 이직 계획이 없는 ‘소극적 후보자’를 직접 찾아 리크루팅하는 것도 필요하다. 소셜미디어나 인공지능(AI), 챗봇 등도 인재 선발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채용 마케팅으로 고용 브랜드를 강화한다
세계적인 인재 채용 전문 기업 MRI네트워크는 미국 내 채용 동향에 대한 분기별 조사를 실시해 왔다. “현재 채용 시장이 공급자 시장(candidate-driven)인지, 수요자 시장(employer-driven)인지”에 대한 질문에 2011년 하반기에는 채용 담당자들이 54대 45로 공급자(구직자)가 다소 우위라고 답변한 데 반해 2015년 상반기 이후에는 90대10으로 공급자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봤다. 이는 기업들이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 전략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은 차별화된 채용 브랜드를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구글이 빠르게 인력을 충원하던 2014년에는 한 해 정규 직원을 6000명이나 뽑았다. 그런데 지원자는 300만 명이었다. 탈락 확률 99.8%. 그런데도 왜 그렇게 많은 이가 지원을 하는 것일까? 바로 이것이 고용 브랜드의 힘이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과 좋은 기업 문화 속에서 일하고 경력의 가치도 몇 배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 브랜드가 강한 기업의 직원들은 회사의 미션, 경영진, 상사, 조직문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업무 몰입도도 높다.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선진 기업들은 고용 브랜드 강화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고용 브랜드는 후보자가 어떤 기업에 입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종합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과거에는 ‘있으면 좋은 것’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 고용 브랜드는 필수적이며 결정적인 차별화 포인트로 중시된다. 이는 글로벌 커리어 및 취업 포털 링크트인(LinkedIn)의 최근 조사에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구직자의 75%는 포지션에 지원을 하기 전에 스스로 해당 기업과 직무에 대해 조사한다고 한다. 심지어 69%의 구직자는 일자리가 당장 없는 상황에서도 평판이 나쁜 기업의 제안을 거절한다. 이런 환경에서 브랜드 평판이 낮은 기업은 채용 공고를 내도 우수 후보의 이력서는 하나도 받지 못하기 쉽고, 어찌어찌 사람을 뽑더라도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 2016년 기준으로 55%의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인 고용 브랜드 전략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링크트인의 또 다른 조사 결과였다. 고용 브랜드 수립 및 관리를 위해 기업들이 취하는 접근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개 아래의 몇 가지 요소를 적절하게 조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1. 고용 브랜드 조사. 브랜드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 회사가 어필하고 싶은 것이 대중적으로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력적인 기업으로 인지되기 위해서는 우선 대중들의 마음속에서 어떤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조사를 위해서는 설문 및 인터뷰 등 다양한 방법이 쓰인다. 잠재적 후보자(학생 및 경력지원자) 및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며, 그 결과는 분석을 거쳐 고용 브랜드 전략 수립의 기초 자료가 된다.
김성남hotdog.kevin@gmail.com
칼럼니스트
필자는 듀폰코리아, SK C&C 등에서 근무했고 머서, 타워스왓슨 등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사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과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미래조직 4.0』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