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2018년만 해도 현대자동차는 국내 다른 대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공채’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서류 전형과 ‘현대 고시’라 불렸던 인•적성 시험부터 테스트 전형과 실무, 임원 면접 등 3개월가량의 구조화된 채용 검증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다가 2019년 공채 방식을 상시 채용으로 전면 전환하면서 화제가 됐다. 현대자동차는 왜 이같이 큰 변화를 실행했을까, 전환 이후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왔을까. 이를 4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경영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HR에서도 선제적으로 인사제도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최대 7∼8개월 소요되는 공채의 리드타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해졌다.
2.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며 수평적 문화를 선호하는 등 개인화(Personalized)된 경향을 갖고 있는 MZ세대가 인재의 핵심 세대로 떠올랐다. 이들에게 입사 초기부터 ‘핏(fit)’이 맞고,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맡길 필요가 있었다.
3. 각 부서에 채용을 위한 권한을 위임하는 동시에 투명성,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다양한 프로세스와 검증 시스템을 갖췄다.
4. 채용 리드타임이 훨씬 빨라지면서 현업에서 업무 공백이 최소화됐고, 부서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또 각 부서 직원은 함께 일할 신입 사원을 현업에서 직접 평가해 선발하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작년 5월에 신입 사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는데 올해 2월에야 팀에 배치됐습니다.”
3년 전 연구소 모 개발팀장이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당시 채용 담당 팀장에게 한 이야기다. 5월이면 통상적으로 상반기 신입 공채 면접이 활발히 진행되는 시기이니 개발팀에서 요청한 신입 사원은 하반기 공채 TO에 반영돼 9월부터 약 3개월가량의 선발 과정을 거치고, 약 2개월 동안 신입 사원 연수를 받은 후 최종적으로 2월 중순에 배치됐을 것이다. 물론 상반기 공채 진행 중에도 인력 수요를 반영해볼 수 있었겠으나 현업에서의 요청 사항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행한 상황을(?) 맞닥뜨린 팀장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당시 공채를 운영하던 기업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고, 안타깝지만 공개 채용 프로세스하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 비효율적이고 이상하다. 그렇지 않은가?
1. 대표적인 ‘공채 회사’였던 현대자동차사실 현대자동차는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대표적인 ‘공채’ 회사였다. 1년 2회 상하반기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신입 공개 채용을 진행했다. 대규모 잡페어(Job Fair)를 개최하고, 각종 취업설명회에도 참여하며 1년에 2번 있는 큰 채용 이벤트 홍보에 집중했다. 공채에는 매번 수만 명이 지원했다. 이후 서류 전형과 ‘현대 고시’라 불렸던 인•적성 시험 HMAT(Hyundai Motor Group Aptitude Test) 전형, 실무 면접/임원 면접 2번의 면접 전형과 일부 직무 특성에 따라 실시되는 영어/실기 테스트 등 약 3개월가량의 구조화된 채용 검증 과정을 통해 역량 있는 인재를 선발해왔다.
최근에는 경력 채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전에는 전통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입 사원을 선발해서 내부 육성하는 방향으로 채용을 운영해왔다. 이러한 신입 공채 제도는 인적자원 확보에 가장 중요한 채널이자 1년에 2번 집중적으로 리소스를 투입해 역량 있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제도이기도 했다.
당시 채용을 하던 입장에서 보면 공채제도는 초반에 언급한 사례처럼 리드타임이 굉장히 길었고, 선발 후 필연적으로 ‘배치’라는 주요 이슈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 선발된 인재들이 2000년대부터 시작된 자동차 산업에서 회사의 고도 성장기를 이끌어 왔다. 회사의 성장을 고려하면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이같이 중요한 역할을 해온 채용 채널인 공채 제도를 2018년까지만 운영하고 2019년부터 전면 상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그 이유는 크게 ‘산업의 변화’와 ‘인재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