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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으로 풀어보는 조직 내 세대 갈등

‘산전수전’ 70년대생을 조직 성장 활력소로!

이경민 | 289호 (2020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1970년대 태어난 40대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X세대’로 1990년대 트렌드 변화를 주도했다. 그러나 현재, 이들은 개성도, 도전정신도 잃은 채 위계적이고 관료적인 조직에 적응한 ‘회색 인간’이 됐다. 20대 중반,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실패와 낙오에 대한 두려움을 온몸으로 느꼈던 X세대는 조직에서 안정적인 자리를 확보하고 조직에서 인정받는 것을 최우선 가치에 뒀다. 안타깝게도 이들에 대한 조직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아래 세대는 기성 가치관을 강요하는 40대를 ‘젊은 꼰대’라 부르고, 위 세대는 빠른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이들의 소극적인 모습에 실망한다. 하지만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다. 이들은 회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숙련된 노하우를 갖춘 인재들이다.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조직 내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핵심 인재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편집자주
이경민 마인드루트 대표는 조직 내 갈등이 단순히 위계질서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조직에서 서로에 대한 몰이해와 불신이 심화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이 대표가 면밀히 관찰한 세대별 특성을 분석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60년대생, 70년대생, 80년대생, 90년대생 등 출생 연도별로 세대를 구분했습니다. 세대별 특성과 장단점을 상세히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연재가 팀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한 협업을 통해 새로운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필자는 세대별 색상을 정할 때 1970년대에 태어난 40대를 회색으로 정했다.1 조직에 들어와 10∼20년 적응하면서 본래의 색은 탈색되고 조직과 동일한 색으로 자신을 맞춰버린 세대라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많은 40대를 조직에서 면담해보면 자신이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을 한다. 조직에서 원하는 바대로, 그리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다 보니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루 중에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있는 시간은 잠잘 때뿐이라고 농담처럼 슬프게 말하기도 한다.

한 그룹 인터뷰에서 70년대생들은 자신들을 ‘식빵세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동일한 모양으로 잘라져 있어 서로 구분이 되지 않고, 본연의 목적에 매우 충실하게 자신을 맞춘 기능적인 사람들이란 생각에서다. 실제로 조사를 해보면 X세대는 현재 조직을 이끌어가는 관리자의 위치에 있으며 새로운 시도나 변화보단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혁신이라는 단어는 그들을 압박하는 또 하나의 과제로 느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40대를 바라보는 조직원들의 태도다. 기업들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들어보면 밀레니얼세대를 대표하는 2030세대들은 현재 관리자이거나 관리자 승진을 앞두고 있는 40대 선배들을 가장 불편해 한다. 조직에서 가장 젊은 선배인 이들이 오히려 2030세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위계적이고 관료화된 조직문화를 강요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베이비붐세대는 자신들만큼 팀을 이끌지 못하고, 젊은 조직원들과 미묘한 갈등양상을 보이는 40대 직원들을 못마땅해 한다. 40대는 이 사이에서 스스로 고립돼 점차 소극적으로 변화한다.

이 대목에서 이상하게 느껴지는 점은 현재 40대야말로 그들이 젊었던 1990년대엔 ‘나는 나야’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사회에 나온 촉망받는 세대였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최초의 개인주의자들이라는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 자신의 개성을 뽐내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며, 문화적, 사회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이끌었던 이들의 모습이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어떻게 하면 다시 그들을 찬란한 X세대로 돌려 이 변혁의 시대에 핵심 동력이 되게 할 수 있을까? 경험과 도전정신을 겸비한 유능한 변혁가가 될 것인가, 아니면 과거의 구습에 얽매여 변화에 저항하는 고인 물이 될 것인가. 조직을 이끌어가고 있는 주축인 70년생들이 어느 쪽에 가까운가에 따라 디지털 전환이 화두인 지금의 시대에 변화를 주도하는 조직과 도태하는 조직이 갈라지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전환의 해법을 찾기 위해 우선 70년생들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70년대생들이 조직에 순응하게 된 것은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삶의 경험과 관련이 있다. 그들은 풍요롭고 너그러운 시대를 경험했다. 88올림픽을 보고, 집에 자동차가 생기고,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되고, 필요에 따라 어학연수를 가기도 하면서 경제와 나라가 성장하던 시기에 같이 성장했다. 풍요롭고 너그러운 시대를 경험한 70년대생들은 타인과 세상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대학 진학도, 취직도 노력만 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일정 수준까지 도달이 가능하다고도 믿었다.

그런데 이들은 20대에 들어 크나큰 위기를 경험한다. 바로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 사태다.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가세가 확 기우는 것을 경험하기도 하고, 유학을 갔다가 터무니없이 치솟는 환율에 울면서 귀국하기도 했다. 취업 문은 급격히 좁아졌고 어렵게 회사에 입사한 뒤에도 구조조정으로 선배들이 짐을 싸는 모습을 목격했다. 호의적이고 낭만적이던 세계가 한순간에 차가워지고 냉엄해지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그들은 상황은 항상 바뀔 수 있고, 순식간에 나에게 적대적인 환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외환위기 사태 및 이후 그로 말미암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마음 깊이 깨우치게 됐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부의 환경에 몸을 낮춰야 한다는 생존의식으로 자리 잡아 수직적 위계질서를 가진 조직에 빠르게 순응하게 된 결정적 동기가 됐다. 즉, 세상은 냉정하고 두려우며 개인은 힘이 없다는 것과 세상의 어려움에서 보호받기 위해서는 조직의 울타리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조직은 언제든 나를 버릴 수 있다는 것 등을 무의식적으로 체감했다. 70년대생들은 조직의 보호 안에 있고자 하는 내적 욕구에 따라 조직의 요구에 자신을 맞춰갔다.

이렇게 70년대생들은 어린 시절에 경험한 외부에 대한 호의적인 마음과 청년기의 위기의식이 합쳐져 순응적인 조직원으로 거듭났다. 위계적 조직에 별다른 저항 없이 그대로 흡수됐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조직의 논리를 몸으로 구현하는 산업시대의 또 다른 역군으로 자라났다.

하지만 이제 성실함과 조직 순응 태도는 더 이상 이들의 경쟁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파괴적 혁신이 화두인 지금의 시대에는 어느 직장도 평생 고용을 보장하기 어렵다. 상시적인 구조조정의 위험과 부서의 통폐합, 회사 평균 수명의 단축이 이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용의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있다. 한 예로 통계청이 2019년 11월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40대 고용률은 2019년 10월 현재 21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그리고 일자리가 가장 크게 감소한 업종은 제조업(8만1000명 감소)이었다. 이에 비해 전체 고용률은 61.7%로 전년 대비 0.5% 상승해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62.1%) 후 같은 달 기준으로 23년 만의 최고치다. 전체 고용률이 증가하는 중에도 업황의 변화로 인해 제조업과 40대의 고용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게다가 빠른 업무 환경의 변화와 업무 전반에서의 디지털 기술의 확산은 40대의 업무 경쟁력을 낮추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젊은 직원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이들은 위계적인 조직문화에 대해 불만스러워 하거나 수평적으로 일하는 것을 요구하는 동료나 후배에게 대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그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직이 운영되는 방식이 있는데 저렇게 자기들만 생각하고 말하면 안 되지 않나 하는 마음이 든다. 조금 힘들더라도 실력을 올리기 위해 참고 일하다 보면 승진도 하고, 일도 훨씬 나아질 텐데 매사에 일의 의미니, 내 커리어에 도움이 안 되느니 하고 지엽적으로 혹은 자기 위주로만 생각을 하는지 답답하기도 하다. 거기다가 예전처럼 지시를 내리면 그만인 것을 왜 해야 하는지 일일이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그렇게 설명을 해줘도 일하기 싫어해 부탁조로 말을 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버거울 때도 있다. 나는 더 중요하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언제까지 이런 자잘한 업무를 같이 나누어 맡아야 하는지, 짜증도 밀려온다. 과거 선배들은 편하게 일했는데 우리 세대는 ‘기센 밀레니얼들 때문에 참 힘들게 일한다’라고 생각한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조직이 40대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현재 많은 조직에서 차세대 리더로 80년대생들을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고 고스펙에 커리어에 대한 열정도 높은 80년대생들이 조직의 주도적인 핵심 인재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인재 유치와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조직 구조의 내·외부적 변화는 기존의 조직에 순응하며 ‘회사인간’이 된
70년대생들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다. 변혁의 시기에 조직의 진정한 중추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변화의 대상이 아닌, 변화의 주체가 되기 위한 급진적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70년대생들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우선, 가장 먼저 70년대생들은 자신들이 조직에서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이를 수용해야 한다. 여전히 자신들이 조직에서 가장 젊고 혁신적이며 열정적인 세대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세대원들이 당신을 바라보는 시각과 괴리가 상당히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다시 말해, 70년대생들은 자신이 이미 조직에 순응한 조직적 인간, 어떤 의미에서는 ‘과거의 사람’이 돼버렸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심리학자 폰 프란츠는 『영원한 소년과 창조성』이란 책에서 끝까지 아이처럼 살고 싶어 하는 영원한 아이(eternal child) 상(像, image)과 조로한 어른(senex) 상(像)을 대비해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나미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2 는 X 세대를 “준비가 안 된 채 아재, 아지매가 된 당혹스러운 세대”라고 규정하며 “X 세대는 고도의 경제성장 시기에 성장했으니 경제관념이 희박하고, 막연한 긍정적 습관으로 미래에 대한 대비도 안 한 채 중년이 돼버린 세대다. 저성장 기조를 내다본 2030세대가 꿈을 잃고 조로한 탈진 세대라면, 40대는 청년처럼 늘 꿈만 꾸다가 어느새 겉늙어버린 세대다. 영 포티(Young-forty, 젊은 사십대)의 등장은 이런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조직에서도 X세대, 즉 70년대생들은 여전히 자신들을 영원한 청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다른 세대들은 이미 당신을 조직에 순응한 과거 세대로 인식하고 있음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맹신해선 안 된다. 지금까지 익혀왔던 업무 기술과 사람관리 기술, 조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그 모습으로 조직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연말정산 시즌이 되면 나보다 젊은 직원에게 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것은 작년에도 이미 하지 않았는가? 슬랙이 되었건, 구글시트가 되었건, 어떤 업무형 최신 툴이건 간에 모르는 것은 자랑이 아니다. 오늘 배우지 않으면 내일은 더 힘들어 질 것이다. 트렌드에 대해 공부하고 업무와 직접 연관이 없어 보이는 분야에 대해서도 평소 관심을 갖고 따라가려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세상 바뀐 줄 모르고 과거 타령만 하는 꼰대의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우리 업은 이런 최신 기술 없어도 잘 돌아가는데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나 하는 심리적 저항을 내려놓아야 한다. 내년도 올해처럼 알던 기술만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이 앞으로 근무해야 할 그 10년, 20년의 시간 동안에는 상상하지 않았던 영역과의 하이브리드가 보편화될 것이다. 변화를 충격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변화로 충격을 주는 사람이 될 것인지는 오늘 당신이 공부하는 내용에 달려 있다. 특히 100세 시대가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현재 40대인 70년대생들의 경우 향후 30년 가까이 생계를 위한 일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과거 일한 시간보다 앞으로 일해야 할 시간이 더 많은 셈이다.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한 학습과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

셋째, 수평적 인간관계의 매너를 장착해야 한다. 내 입장, 내 경험만을 중시하고 다른 사람을 내 기준으로 재단하고 비난하거나 권위적인 행동을 반복한다면 앞으로 조직에서의 고립은 피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그래도 선후배의 예의로, 그리고 권력구조 때문에 윗사람이나 동료가 권위적이고 자기중심적이어도 어느 정도는 융화해 조직생활을 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조직문화에서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권위적인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적 모임이나 친분관계에서 배제될 것이다. 이미 많은 조직에서 4050세대는 왕따 아닌 왕따가 돼 식사 시간이나 회식 번개모임을 자신들끼리만 가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선택적 집단주의의 세대이기 때문에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처럼 자신을 위한 시간을 싫어하는 상사나 권위적인 동료와 억지로 같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젊은 세대와 잘 호흡하는 것이 변화하는 시대의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고 발을 맞추는 지름길이다. 수평적 인간관계의 매너는 70년대생들이 조직에서 앞으로도 좋은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될 것이다.

이제 조직이 70년대생들이 혁신적 변화의 선두가 되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조직은 70년대생들의 개인적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해야 한다. 70년대생들은 그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조직만을 위해서 가정과 개인의 욕구를 뒤로 하고 업무에 전념했다. 한 개인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회적 정체성을 심리학적 용어로 페르소나(Persona)라고 한다. 이는 정신분석학자 칼 융(Carl Gustav Jung)이 처음 사용한 단어로 그리스 시대 연극을 위해 쓰던 가면에서 기원했다. 많은 70년대생이 조직에서 페르소나로 가득한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억누르고 조직이 원하는 바를 실현하기 위해 하루 종일 조직의 사람으로 살아간다. 앞서 폰 프란츠가 말한 영원한 청년(eternal child)의 창조성은 내면과의 접촉을 통해 활성화된다. 마찬가지로 70년대생들의 고유한 창조성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요구받는 조직원으로서의 역할과 삶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과의 진정한 접촉의 시간이 필요하다. 조직은 이때까지 조직을 위해 뒤로 미뤄뒀던 개인적인 삶, 가족과의 유대감, 삶에서 진정으로 바라는 개인적 가치 등을 70년대생이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과 삶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PC-OFF제, 주말 및 야간의 연락 자제 등), 장기 휴가 및 연차 사용 촉진, 가족 문제에 대한 카운슬링 및 교육, 명상 등의 스트레스 관리 요법 등 다각도로 70년대생을 지원해 휴식과 가족과의 재충전을 통해 자신의 진실한 감정에 충실하게 될 때 조직이 바라는 변화의 핵심으로서의 창조성과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조직은 70년대생들에 대한 경력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70년대생들에게 어떠한 경력 관리와 학습지원을 제공하는지는 70년대 생에게뿐 아니라 80년대생, 그리고 90년대생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자기 계발의 기회 제공은 심리적 계약(psychological contract)을 이루는 중요한 한 축이며 이는 또한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몰입도, 조직에 대한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 심리적 계약이란 크리스 야지리스 하버드경영대학원 명예교수가 종업원과 감독자의 관계를 심리적 근로계약(Psychological work contract)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설명한 것이다. 조직문화 그루인 에드가 샤인은 계약을 위한 상호교환의 매개체로 금전의 제공, 자기 계발의 기회 제공, 조직 구성원의 사회적 욕구 내지 안정의 욕구 충족 등을 예로 들었다. 이러한 심리적 계약은 서류로 명문화된 것은 아니지만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공유된다. 70년대생들에게 제공되는 경력 관리 및 학습 지원은 그런 의미에서 조직이 구성원 전체에게 주는 존중의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조직에서 그룹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커리어 관련 고민을 이야기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내가 이 조직에서 무엇을 장차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이후에는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길어진 근무연한만큼 모든 세대가 자신의 커리어 성장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겁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적절히 답해주거나 다양한 선택지와 교육을 제공하는 조직은 많지 않다. 그런 조직일수록 구성원들은 조직이 자신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부품처럼 사용한다는 인식이 높다. 저성장 시대와 장기화된 고용 적체로 인해 조직마다 과거처럼 상급 관리자 혹은 임원으로의 승진이 갖는 유인력이 떨어지고 승진에 대한 낮은 기대감이 모든 세대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조직 차원의 다양한 커리어 개발 트랙의 제공 및 선택의 유연성, 정확한 정보 제공 및 맞춤화된 멘토링이 구성원들의 심리적 충족감과 헌신을 위해 중요하다.




셋째, 조직은 70년대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40세까지 배운 지식과 경험으로 퇴직 때까지 편하게 지낼 수 있었던 조직 체계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평생 고용의 축소뿐 아니라 업황의 빠른 변동은 끊임없는 재교육을 개인에게 요구한다. 이를테면, 과거에는 보고 배운 대로 조직을 운영해도 별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감성 리더십, 세대의 감수성을 고려한 리더십, 코칭 리더십 등 구성원을 관리하는 방식도 변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이종업계와의 연합, 새로운 업무 기술의 확대 등 중간관리자인 70년대생이 따라잡아야 할 내·외부의 변화는 매우 폭넓고 급박하다. 이에 대해 현업에 치여 외부의 변화와 내부의 요구를 적절히 인식하고 적응하지 못하면 짧은 시간 안에 70년대생은 조직에서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이 돼버릴 수 있다. 이미 많은 조직에서 역피라미드 구조의 인적 구성이 생산성의 부담이 되고 있다. 연차가 높고 연봉도 많지만 변화에는 더딘 인력들이 조직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이들이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에는 무지해 전통적인 업무 외에는 새로 맡길 수가 없는 경우들이 많다. 여기에 더해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다른 인력으로 대체도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끌어안고 가야 하는 경제적 부담으로까지 진행된 조직들도 있다.



지금의 70년대생들은 이 새로운 트렌드를 직격탄으로 맞을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직에 새로운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비를 지금 이 순간부터 해야 한다. 실무와 맞닿아 있는 지금, 꾸준한 업무 역량 개선 교육과 트렌드 및 신기술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과 성과 관리를 해야 한다. 조직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생산성을 보이기 위해서는 경험과 실무역량을 갖춘 70년대생들이 미래의 업무에서도 주도적 인재로 계속 헌신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70년대생들이 조직의 화석으로 남을 것인지, 새 시대를 선도하는 인재가 될 것인지, 개인과 조직의 각성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소개 이경민 마인드루트 대표 kmlee@mindroute.co.kr
필자는 정신과 전문의 출신의 조직 및 리더십 개발 컨설턴트다.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의 ‘Mindfulness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용인병원 진료과장과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메디컬 디렉터를 역임한 후 기업 조직 건강 진단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 임원 코칭과 조직문화 진단, 조직 내 갈등 관리 및 소통 등 조직 내 상존하는 다양한 문제를 정신의학적 분석을 통해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이경민 | - 마인드루트 대표 / 정신과 전문의
    - 기업정신건강 진단 및 관계/갈등 치료 전문가
    - 대한우울조울병 학회 정회원 및 학회지 편집위원
    - 前 용인정신병원 진료과장, 前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Medical Director, 前 용인정신병원 WHO 협력기관 Research coordinator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석사
    -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 'Mindfulness 전문가 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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