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조직 내에는 터놓고 ‘논의할 수 없는 사안들(undiscussables)’이 존재한다. 이 사안은 크게 4가지 층위로 구분된다.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 사이의 간극, 말하는 것과 의미하는 것의 간극, 느끼는 것과 표명하는 것의 간극, 행하는 것과 아는 것의 간극이 있다. 4가지 중에서도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대로 말하지 못하는 경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경우가 조직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해결 과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팀 리더가 나서야 한다. 먼저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데 나도 일조했을까?”라고 자문하고, 일종의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리더의 책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 토론의 물꼬를 트고 솔직함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9년 가을 호에 실린 ‘It’s Time to Tackle Your Team’s Undiscussables’를 번역한 것입니다.
2008년, 테라노스(Theranos, 엘리자베스 홈즈의 사기극으로 유명해진 실리콘밸리의 생명공학 기업-역주)의 엔지니어 애런 무어(Aaron Moore)는 회사의 혈액 검사기 시제품을 조롱하는 광고 하나를 만들었다. 동료들을 대상으로 장난 삼아 만든 이 광고에서 그는 해당 제품을 ‘대체로 실용적인’ 제품이라고 묘사하면서 테라노스의 여러 ‘혈액 채취 용품’ 사이에 ‘거머리’를 풀어 놓았다. 11 J. Carreyrou, Bad Blood: Secrets and Lies in a Silicon Valley Startup (New York: Alfred A. Knopf, 2018):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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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그의 허풍은 그저 농담이 아니었다. 당시 회사에서 금기시됐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테라노스의 검사기는 효과가 없었고, 회사의 경영진은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무어의 행동은 테라노스라는 회사에서 ‘논의할 수 없었던 사안들(undiscussables)’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논의할 수 없는 사안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단기적으로 갈등, 위협, 당혹감 등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논의를 피하게 되면 성과를 개선하고 팀 학습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질문이나 자극들과 마주할 수 없다. 필자들은 10여 개 조직의 고위경영진과 함께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팀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를 가감 없이 논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팀의 성과를 증진하는 요건임을 알게 됐다. 우리는 이런 원리를 다양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발견했다. 그리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각 조직이 이런 논의할 수 없는 사안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일련의 진단용 질문들을 던지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했다. 이 같은 접근은 팀 리더들로 하여금 조직에서 금기시된 논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드러내는 데 필요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왔다.
테라노스의 CEO였던 엘리자베스 홈즈와 최고경영진은 회사 엔지니어들까지 뻔히 알고 있었던 문제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무어가 자신이 품은 의혹을 상사와 공유하지 않은 채 익명의 풍자 광고를 통해 표현했다는 점이다.
홈즈는 이 짓궂은 광고에 대해 알게 되자 곧장 범인 색출에 들어갔다. 그녀의 이런 행동으로 인해 회사 안에서는 제품의 문제를 거론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가 더 굳어졌다. 제품 관련 논쟁이 촉발될 수 없었다. 몇 달간 질책에 시달리던 무어는 결국 환멸과 좌절을 느낀 채 회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