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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인력 구조 변화와 대응책

역할 사라진 ‘잉여 조직’ 나올 수 있어, 어떻게 아우르며 앞으로 나갈 것인가

유준희 | 248호 (2018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조직 내부에서는 인력의 결핍과 잉여가 발생한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떠오른 기술들이 기업 내부로 들어오면서 기술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높은 성과를 내는 ‘적응적 인간 그룹’도 나타나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조직 내에서 역할이 사라진 ‘잉여적 인간 그룹’ 역시 탄생할 것이다. 또 그 중간에 아직 기계에 자리를 내주진 않았지만 곧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일을 하는 ‘관성적 인간 그룹’도 생겨난다. 기업은 이들 인간 그룹을 아우르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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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HR’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가했다. 콘퍼런스의 첫 강연자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더 이상 새롭지 않게 들리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을 풀어갔다. 이어 리더십, 평가, 채용, 조직문화 등 HR을 주제로 한 일반론적인 수주에서의 강연과 토론이 이어졌다. 첫 강연이 없었다면 이 콘퍼런스를 4차 산업혁명과 연결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내용이 평이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강연자나 패널뿐만 아니라 관객들조차도 이에 전혀 불편해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필자는 이 행사가 어쩌면 국내 기업과 인사전문가들이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관점을 대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화려한 기술적 변화에 관해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조직을 변화시키는 방향에 대해서는 과거보다 조금 더 잘하면 된다는 식의 막연한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조직문화도 소통과 협력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이게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통과 협력은 4차 산업혁명과 상관없이 지난 20년간 대부분의 조직들이 중시했던 주제이기도 하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의 마누엘 카스텔스 교수는 “주요 기술 변화가 일어나는 모든 순간마다 사람들과 기업, 기관들은 변화의 깊이를 체감하지만 변화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압도당한다”라고 말했다.

이 글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조직 구성원들의 삶과 일하는 방식에 어떤 변화를 야기하는지 분석하고 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금부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변화, 다시 말해 디지털과 물리적 세계의 융합을 통해 만들어진, 또는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기술 변화의 핵심 역할을 하는 주체를 ‘지능형 기계’라는 단어로 통칭하겠다.

인력의 결핍과 잉여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조직 내에 들어온 지능형 기계들은 인간의 역할을 지원하거나 대체할 것이고, 이것이 미래의 특정 시점에 이르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 방식도 완전히 바꿀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어쩌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고, 어쩌면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도 있다. 이는 조직과 조직 구성원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큰 위협을 주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능형 기계들의 역할이 커지면서 기업은 인력의 결핍과 잉여라는 상반된 경험을 동시에 하게 될 것이다. 기업의 목적 실현을 위해 다양한 지능형 기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과 기업에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확장해 나가는 일부의 인력과, 이미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지능형 기계들의 효과성에 지속적인 가치를 덧대어 가는 사람들은 조직 내 핵심 인재로 자리 잡을 것이다.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공급 부족으로 인해 이런 역량을 가진 인재의 결핍 현상도 심화될 것이다.

기업 내 잉여 인력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잉여 인력들은 지능형 기계와 유사한 역할과 업무를 놓고 힘겹게 경쟁하는 사람들과, 아직은 경제성 등의 이유로 지능형 기계들이 대체하지 못하는 단순한 역할과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즉, 기업은 한편에선 항상 인력 부족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처치 곤란한 잉여 인력으로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인력의 결핍과 잉여 문제는 4차 산업혁명 이전의 산업혁명 시기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기업 관점에서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1차 산업혁명에서는 도시화를 통해서 값싼 농업 노동자들을 공장이라는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2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비교적 간단한 재교육의 과정을 거쳐서 효과적으로 인력의 결핍과 잉여 사이에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또 3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과 이를 갖춘 인력을 사회에서 충분히 교육할 수 있을 정도로 변화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행됐고 이 사이 인력들의 세대 교체가 일어나면서 인력의 결핍 및 잉여 문제를 점진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업들이 경험하게 될 인력의 결핍이나 잉여 현상은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 지능형 기계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거나 지능형 기계와 함께 일하며 가치를 덧붙일 수 있는 역량은 소수만이 갖출 수 있다. 기업들은 여전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이고,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점진적인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이러한 사람들이 대거 육성되거나 노동 인력의 세대 교체가 이뤄지기를 마냥 기다리기에는 4차 산업혁명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광범위하다. 여기에 대부분의 성숙 기업들은 구성원의 노령화나 노조 관련 이슈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필연적으로 조직 내 인력 구조의 조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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