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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C’는 ‘Culture’다?

김남국 | 248호 (2018년 5월 Issue 1)

중력은 우주를 창조한 엄청난 힘이지만 평소 우리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갑니다. 추락 위험에 처하는 등 특별한 상황이 생겨야 비로소 놀라운 중력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뉴턴의 제1 운동 법칙에 나오는 ‘관성(inertia)’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성은 물질뿐만 아니라 조직과 같은 사회적 존재나 인간의 사고 같은 추상적 영역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치지만 평소에 우리는 그 위력을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최근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관성이 큰 불행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의 원인 중 하나도 관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1993년 이 병원이 문을 열었을 당시, 신생아 한 명당 일주일에 두 병의 영양제만 보험 처리를 해줬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매일 영양제가 필요했습니다. 따라서 다른 아이가 처방받은 영양제를 공유하는 관행이 생겼습니다. 문제는 나중에 보험제도가 바뀌면서 아이 한 명당 하루 한 병씩 처방이 이뤄졌지만 영양제 공유 관행은 계속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제도 변경으로 필요성이 완전히 사라진데다 감염 위험까지 높았지만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고 결국 엄청난 비극이 생겼습니다.

반대로 관성에 대한 과감한 도전은 혁신을 불러옵니다. 넷플릭스의 한 임원이 신입사원 연수 때 극장부터 시작해 비디오 대여점으로 이어지는 영화 개봉 순서를 설명하자 한 신입사원이 “왜 그래야만 하죠? 바보같이!”라며 관성에 도전하는 과감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임원도 왜 그런지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결국 이 문제의식은 온·오프라인 동시 개봉, 시리즈 전편 동시 개봉 같은 혁신으로 이어졌습니다.

넷플릭스가 이렇게 관성에 도전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직위나 직급과 상관없이 누구라도 고객 가치 창출을 위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어떤 의견이라도 열린 자세로 경청하는 조직문화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조직문화가 답입니다.

많은 한국 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위계적 문화와의 충돌로 수없이 많은 좌절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조직문화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전담 부서를 만들며 컨설팅도 받아보지만 이런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조직은 전략과 구조, 프로세스, 사고방식 등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유기체여서 전담 부서 하나, 정책 몇 개로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CEO와 최고경영진이 사활을 걸고 추진해도 최소 몇 년 이상 걸리는 극도로 난도가 높은 과제입니다.

다행히 최근 참고할 만한 사례가 공개됐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관료주의, 부서 이기주의가 팽배했던 조직문화를 혁신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그의 경험을 『히트 리프레시』란 책을 통해 밝혔습니다. 그는 CEO의 첫 글자인 C는 ‘Chief’가 아니라 ‘Culture’라고 말할 정도로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는 학습과 성장 마인드셋을 강조했습니다. 초심자의 마음으로 고객들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고객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관행은 과감하게 폐지했습니다. 실제 그는 극심한 내부 경쟁을 유발하는 상대평가를 폐지했고, 숙적 애플과 제휴를 성사시키는 등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새로운 문화와 규범을 확산시켰습니다. 조직원 모두가 자신의 속마음을 말할 수 있고 이를 경청하는 문화를 장려했으며, 부서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나의 MS’라는 원칙도 우직하게 밀고 나가 결국 문화 변혁을 통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조직문화 혁신 방안을 집중 탐구했습니다.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통찰과 다양한 사례를 기반으로 조직에 특화된 고유의 솔루션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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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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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march@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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