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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특징과 교훈

4차 산업혁명, 현대적 匠人이 주도, 조직 내에서 ‘성취의 절정’ 느끼게 하라

장원섭 | 237호 (2017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아이러니하게도 ‘장인’의 육성이다. 창의성, 유연성, 협력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상과 얼핏 상반되는 느낌이지만 글에서 이야기하는 장인은 현대적 장인을 뜻한다. 필자는 현대적 장인의 특성을 8가지로 정의했다.

1) 장인은 성장에 대한 의지를 가진 자다.
2) 장인은 지독한 학습자다.
3) 장인은 일의 해방자다.
4) 장인은 창조적으로 일하는 자다.
5) 장인은 배움을 넓히는 자다.
6) 장인은 배움을 베푸는 자다.
7) 장인은 정상에 오른 자다.
8) 장인은 고원에 사는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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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미래 일자리의 지형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면서 미래 인재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 육성 방향 설정에 고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은 어떤 인재를 양성해야 할까. 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야말로 ‘장인(匠人)’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안 어울리게 뜬금없이 웬 장인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창의성, 유연성, 협력 등이 4차 산업혁명에 어울리는 인재상으로 꼽히는 시기에 장인이라니 시대착오적이라거나 고리타분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현대적 의미의 장인(匠人)이 육성돼야 한다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싶다. 이것은 제4차 산업혁명과 저성장 고령화 시대를 맞아 교육과 인적자원개발 분야에서 새로운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인식에 근거한다. 효율보다는 의미가, 성과보다는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지금, 우리는 다시금 장인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장인이 보여주는, 일하고 배우며 살아가는 모습이 현대 일터에서는 사라지고 있다. 장인으로부터 일다운 일, 배움다운 배움을 배워야 한다.

 

장인(匠人)은 누구인가?

장인이라고 하면 과거 1, 2, 3차 산업혁명의 기초를 이루고 있던 대표적 인재상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볍고 단단한 강판을 만드는 사람, 소음이 적은 자동차 엔진을 만들어서 잡음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넣은 도요타자동차의 엔지니어들처럼 한 분야를 집요하게 연구해 최고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을 보통 장인이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장인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공업자’ ‘전통의 계승자’ ‘외골수’ ‘도제제도’ ‘달인’ ‘장인정신’ 같은 단어들을 떠올린다. 장인에 대한 이런 선입견은 부분적으로만 맞을 뿐이다. 더군다나 장인을 창조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라거나 배움을 확장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어떤가? 이 말을 쉽게 납득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장인에 대한 이런 새로운 시각이 고집불통이라는 과거의 이미지보다 장인을 더 잘 설명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현대 시대 장인은 어떤 사람일까. 수년 전부터 필자는 일다운 일을 실천하는 장인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장인에 대해 연구했다. 그리고 장인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했다. 전통적인 장인 개념만으로는 지금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필자는 장인을 ‘일하는 사람의 전범(典範)’으로 재개념화했다. 새로운 관점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장인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전통 수공업 분야에서 일하거나 대한민국 명장(名匠)으로 선정된 분들뿐만 아니라 의사와 변호사, 소프트웨어 개발자, 조각가, 뮤지컬 배우 같은 문화예술인까지 포함했다.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의 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올랐으며, 일하는 사람의 모범이 될 수 있는 국내외의 장인들을 연구했다.

장인의 개념은 달인, 프로, 1인자, 예술가와 다르다. 달인은 기능적 숙련도에서, 프로는 일에 대한 성실성에서, 1인자는 성과의 탁월함에서, 예술가는 작품의 창조라는 점에서 장인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장인의 의미는 세부 기능의 숙달만도, 돈의 대가만도, 성과 경쟁에서 일등만도 아니다. 직업적 의미와 멀리 떨어진 개념도 아니다. 장인은 일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 의의를 실현한다.

결국, 현대적 의미의 장인은 더 이상 전통 기술을 고수하고 전수하는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높은 숙련도를 가지고 있는데도 끊임없이 배우고, 지식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혁신해서 창조적으로 일한다. 이런 점에서 장인은 현대 직업인의 모범 또는 롤모델이 된다. 이는 창의성과 유연한 사고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상과도 부합한다.

 

장인정신이라기보다는 장인성(匠人性)

일하는 사람의 전범으로서 장인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장인정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장인은 성실하면서도 창조적으로 일하는 행동 습성을 보여준다. 게다가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정신만으로는 충분하게 다룰 수 없는 실천력이야말로 장인의 주요한 특성이다. 그것을 필자는 ‘장인성(匠人性)’이라고 부른다. 장인성은 장인이 보여준 일과 배움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새롭게 만든 용어다. 장인성은 장인정신과 같이 정신만을 똑 떼어낸, 현실과 유리시킨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그보다는 장인의 일하는 삶이 가진 구체성과 실제성을 바탕으로 한 개념이다. 장인은 정신세계가 아닌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장인이 될 수는 없으나 장인정신을 가질 수는 있다는 주장도 있다(유홍준 등, 2010). 장인정신을 본받아야 그 수준에 가까워질 수 있겠지만 창조적으로 일하고 확장적으로 배우는 삶의 과정은 정신 개념만으로는 드러내기 어렵다. 장인정신은 장인성을 구현하기 위한 하위 요소이거나 다른 차원의 개념일 뿐이다. 장인은 단지 정신이나 마음만이 아니라 실제 행위를 통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정신을 갖거나 머리로 안다’는 말은 ‘몸에 밴다’거나 ‘손에 익다’는 말과 대척점에 있다. 장인정신은 정신이지만, 그것은 몸에 배어 행동으로 드러나야 한다. 장인의 행위와 기술은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손에 익은 것을 말한다. 결국, 장인이 된다는 것은 단지 장인정신을 갖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장인성이라는 행동 습성을 형성해야 가능하다.

장인의 일과 배움이 가진 독특한 특성으로서 장인성은 일종의 ‘아비투스(habitus)’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제시한 아비투스와 같이 장인성은 오랜 시간 동안 이뤄지는 다양한 삶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이런 점에서 장인은, 그리고 그들의 몸에 배태된 장인성은 타고난 것이라기보다는 형성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한마디로 장인은 오랜 시간의 축적과 넓은 공간의 확장이라는 지난한 형성 과정을 거쳐 비로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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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원섭 | 1997년 ~ 2001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책임연구원
    2001년 ~ 현재 연세대에서 교육학부 교수
    wc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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