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사무공간 구축 방법론

오피스의 주인은 ‘사람’ 낙원에서 일하게 하라

14호 (2008년 8월 Issue 1)

사람은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이제껏 많은 기업은 조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어 왔다. 하지만 인간의 내재 가치를 개발하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인간 중심의 사무 공간을 제공하는 데에는 소홀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 사회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사무 공간 혁신을 통해 일하는 방법을 변화시키고, 업무 능률 향상을 꾀하며, 업무 영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만들어 가려는 시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무공간 역시 다양한 혁신과 진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미국의 미래학자 워런 웨이저(W. Warren Wa -ger)는 21세기를 맞으면서 기고한 ‘The Next Three Futures’란 제목의 글을 통해 다가올 미래 사회는 기술보편주의(technoliberalism) 사회, 초고속 사회(high-speed)의 특징을 명확하게 나타낼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현대 사무공간 역시 새로운 기준과 요구를 필요로 한다. 시대적 변화 흐름에 부합하는 최근의 선진 사무 공간의 특성은 다음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집중력 강화 위한 개인과 팀 공간 구성의 전략화
두 번째 프라이버시 보호를 통한 공간 구성의 변화
세 번째 창의성 증가를 위한 복합 편의 공간 연출
네 번째 이동성(Mobile)에 의한 탈장소적 사무 공간
다섯 번째 정보화와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수평적 네트워킹 사무 공간
 
1. 21세기 업무 공간 환경의 방향
정보화 시대의 21세기는 새로운 업무 방식과 이에 따른 사무 환경을 요구한다. 기존의 일하는 업무 방식이 변화하면서 과거 ‘조직’과 ‘장소’ 중심의 수직적 귀속 체제에서 ‘일’과 ‘사람’ 중심의 수평적 독립 체계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업무 공간은 일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공간이라는 개념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업무 공간을 인간의 정신적·심리적 부분을 다룰 수 있는 감성적 공간으로 혁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정보화 시대의 업무 공간은 특별한 중요성을 띤다. 정보화 시대를 특징짓는 요소 중 하나인 ‘무형자산’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지식을 기반으로 한 정보다. 이 지식 기반 정보를 집중적으로 만들어내는 곳이 업무 공간이다. 지식이나 정보를 관리하는 각 개인의 지적·정서적 능력을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업무 공간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의미다.
 
2. 업무 공간 유형의 변화
사무 공간의 유형 변화 양상은 다음과 같다. 1950
1960년대에는 작업의 흐름을 중시하고 업무 능률을 높이려는 오피스 랜드스케이핑(office land -scaping)이 성행했다. 상관의 감시나 조정 위주의 업무 공간에 작업의 순서와 동선의 흐름을 반영한 형식이다. 1970년대에는 건물의 중앙에 공용 집기를 비치한 셀(cell)형 오피스와 개방형 오피스를 조합한 혼합형(combination) 오피스가 주를 이뤘다.
 
사무자동화(OA)가 급격히 진행되고, 정보기술(IT)과 컴퓨터가 등장한 1980년대에는 사무공간 역시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양상이 짙었다. 지나치게 기계화한 사무실이 공장과 같은 비인간적 장소로 변모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OA만으로는 바람직한 사무 환경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한 많은 사람이 안정성·능률성·쾌적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함을 깨닫는 시기이기도 했다.
 
1990년대에는 이동통신 기술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가 등장했다. 업무의 양적인 면보다 질적인 면을 중요시하기 시작했고, 과거의 단순한 조합이나 배치를 넘어 직원들에게 가장 알맞은 사무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다.

3.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업무 공간
조직 중심으로 배치된 물리적 구성과 획일적 가구 배치로 인해 과거의 업무 공간은 매우 협소하였으며 동선 또한 복잡했다. 이 같은 혼란스러운 환경 때문에 업무의 집중성이나 효율성도 상당히 떨어졌다. 특히 개인 중심으로 구획된 칸막이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방해할 뿐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도 보호해 주지 못했다.
 
미래 사회 속성에 부합하는 업무 공간 환경은 언제 어디서나 업무가 가능하며, 기존의 업무 공간보다 좀 더 공간 활용이 쉽고, 조직원 간 의사소통이 자유로워야 한다. 이를 위해 사무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단위화(module)하고 개인 업무 공간(work station)의 조립과 해체가 손쉽게 하도록 해야 한다.
 
업무용 가구는 다양한 유형의 가구 배치를 통해 유연한 조직 변화를 수용하고 업무 형태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배치 가능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조직과 개인 중심의 크고 부피만 차지한 책상보다 다양한 형태의 모듈화한 워크스테이션이 바람직하다. 업무 유형과 공간 구성 변화에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최소화·조합화·경량화·단위화한 업무 집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수납장의 경우 개인 수납장과 이동형 수납장을 함께 사용해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원활한 의사소통과 사무실 특유의 답답한 느낌을 줄이기 위해 시각적으로 개방된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 공간을 구분하는 개인용 파티션은 업무 방식에 따라 유연한 변화가 가능하도록 작고 이동 가능한 요소로 만들어야 한다.

이 개념을 바탕으로 업무 공간의 업무용 가구 및 여러 집기류는 조직 변화에도 대처가 가능한 유연성(flexibility), 조직의 성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역동성(dynamics), 정보통신 발달 및 사무환경 변화의 수용을 통한 통합성(integation)을 고려하여 설치돼야 한다.
 
4. 집중도 향상을 위한 업무 공간
업무 공간의 집중도 향상을 위해서는 조명 환경이 특히 중요하다. 조명 환경의 쾌적성은 업무 효율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현대 근로자의 업무는 대부분 컴퓨터 등의 정보 기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시각 작업에 필요한 충분한 조도를 확보하고, 모니터에 반사되는 빛을 어떻게 제어하느냐는 문제를 다룬 VDT(visual dis -play terminal) 조명 환경이 필요하다.


업무 공간에 사용하는 전반적인 조명의 밝기는 60
150룩스, 평균 100룩스가 적절하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회의실은 이보다 높은 150300룩스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획일화된 조명 평균치로, 고도의 집중력과 효율성이 필요한 현대 업무 공간에는 다소 부적합한 면이 있다. 모니터에서 나오는 빛의 난반사, 개인 업무 환경과 주변 환경의 차별성 확보 등을 감안해 기능과 장소에 따라 ‘맞춤형 빛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창문을 통한 자연 채광의 경우 이를 직접적으로 유입시키기보다 간접 채광 방법으로 유입시키는 것이 좋다. 또 업무 공간에는 유리·금속 등 딱딱한 재료가 많이 이용되기 때문에 흡음을 고려한 마감재를 사용해야 한다.


5. 창의성 증가를 위한 업무 공간
몰입(flow) 개념을 창시한 미국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인간의 일시적이고 충동적인 쾌락으로부터 벗어나 인간 의식 세계 깊숙이 존재하고 있는 본질적인 즐거움은 완벽한 심리적 몰입 상태에서만 가능하다”라고 주장한다.
 
의식의 집중, 집중에 따른 스트레스의 적절한 유출, 정신적 에너지의 재충전이 쉽게 이뤄지는 순환 속에서 진정한 몰입이 이뤄진다. 몰입을 통한 즐거움은 업무의 창의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때문에 과중한 업무와 시간에 쫓기는 지식 근로자에게 생기는 불안을 해소하고 집중과 몰입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업무 공간을 집, 특급호텔, 비행기의 일등석과 같은 환경으로 만들어 줘야한다. 이를 통해 개인과 조직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업무에 반영할 수 있다.
 
과거 수렵 사회는 사냥을 위한 필요한 만큼의 인원이 모인 작은 사회 구조였다. 빠르게 움직이는 동물을 추적할 수 있는 소수의 전문화된 인력이 주도하는 속도 지향적 사회이기도 했다. 반면에 농업 및 산업 사회의 개인은 협력과 효율을 통해 생존을 추구하는 공동운명체 안에서만 존재했다. 개인보다 조직과 위계질서가 중요한 사회였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21세기 현대 사회의 개인은 수렵·농업·산업 사회의 개인과 완전히 다르다. 기존의 질서를 유지해 오던 모든 가치·경계·영역이 허물어지면서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의견과 생각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다. 사무 공간 역시 여기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져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만의 고유한 시간과 공간을 추구한다. 개인의 가치와 집단의 품격을 동시에 높여줄 수 있는 사무 공간의 조성은 21세기 사회가 지향하는 일상의 미학, 즉 일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낙원을 꿈꾸게 해 준다. 효율성만을 추구하던 기존의 수직적이고 획일화된 사무 공간을 창의적이면서 수평적인 소통 구조로 혁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고층 오피스 빌딩의 거주성 향상을 위한 사무 공간의 계획지표 연구> 정성문, 서울대학교 박사논문
<업무 공간의 조명환경 실태조사 연구> 최한희, 연세대 석사논문
<문화관광부 청사 환경 개선> 문화관광부
<업무 특성에 맞는 사무환경 개선 계획과 레이아웃에 관한 연구> 김지회, 협성대학교 석사논문
<21세기 업무 공간의 감성디자인 적용에 관한 연구> 한지연·신홍경, 한국실내디자인학회 논문집
<21세기 업무 공간에 적용된 탈영역성에 관한 연구> 이병선·신홍경, 한국실내디자인학회 논문집
<Ubiquitous 개념에 의한 정보화 사회의 업무 공간 특성에 관한 연구> 이병선·신홍경, 한국실내디자인학회 학술발표대회논문집 
 
필자는 독일 뉘른베르크 예술대 실내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경원대 실내건축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공간디자인단체 총연합회 부회장, 서울시 도시디자인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유럽의 도시 공공디자인을 입다> <가슴으로 말하는 공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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