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기업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어떤 영역에서 사업을 할 것인지와 관련된 포지셔닝, 혹은 남들이 갖기 힘든 차별화된 고유 역량을 확보하는 방법 등이었습니다. 즉, 과거에는 어떤 산업에 들어가서 어떤 기술이나 생산 역량을 갖출 것인가가 무엇보다 중요한 의사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외부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변화한 환경에 맞게 자원을 역동적으로 재구축하는, 이른바 ‘동태적 역량(dynamic capabilities)’이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즉, 외부 환경 변화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에 부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기업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 자원까지 효과적으로 재결합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기업이 승리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조직도 유사한 도전 과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과거 조직 측면에서 기업의 성과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조직을 잘 세분화하느냐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전체 과업을 잘게 쪼개서 세분화된 팀들을 만들어내고, 팀 내부에서도 매우 엄격하게 권한과 책임, 역할을 규정하는 게 고성과 창출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이런 조직에서 세분화된 과제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얻어진 스킬과 노하우는 모방하기 힘든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외부환경의 변화가 심해지면서 이런 조직구조를 유지하는 것의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조직행동 분야의 세계적 거장인 린다 힐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DBR과의 인터뷰를 통해 에이미 에드먼드슨 교수가 제안한 ‘티밍(teaming)’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조직들이 이제 새로운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고정된 역할을 수행하던 과거 팀 체제에서 벗어나 언제든지 역할과 책임을 새롭게 재정의하고 팀의 경계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내년도 사업 전략을 수립하면서 조직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는 기업도 많아졌습니다. 실적에 큰 변화가 생기거나, M&A를 단행했거나, 새로운 사업 전략을 실행할 때 조직개편은 항상 수반되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직개편을 통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는 조직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유사한 기능을 하는 조직을 이름만 바꾸거나 관례적으로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관점에서 조직개편이 이뤄지는 경우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또 조직의 다른 측면(인사평가, 보상, 의사결정 프로세스)과 부합하지 않는 조직개편 역시 구성원들의 피로도만 높이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조직개편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명확한 전략부터 수립돼야 합니다. 또 과업에 부합하는 인력들의 전문성, 의사결정 프로세스, 평가와 보상 등이 함께 고려돼야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 체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조직의 책임과 역할도 시장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는 생각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조직개편 방법론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다양한 조직에서 일어났던 성공 및 실패 사례를 기반으로 조직개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솔루션들을 제시했습니다. 또 거장급 연구자인 린다 힐 교수의 인터뷰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강압적으로 추진되는 조직개편은 구성원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으며 조직의 성과도 하락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입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토대로 내년도 사업 전략을 수립하면서 효율적인 조직개편 방안도 함께 마련하시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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