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이 답이다
Article at a Glance
분업과 협업의 원칙 1) ‘도출해야 하는 결과물’과 ‘이를 위해 필요한 작업’ 중심으로 업무를 정리. 이후 작업 특성에 따라 결과물이나 작업 양자 간 하나를 택해 오너십 부여. 2) 특정 업무의 ‘챔피언’을 도와 일하는 사람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균형 있게 부여. 3) 협업 체계에 대한 기여도를 적절하게 평가하고 보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구축. |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A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에 앞서 컨설팅 회사인 B에 시장 조사를 의뢰했다. 이 회사는 생산하는 제품 수가 수백 개에 이르고, 사업 분야도 7∼8개 산업에 걸쳐 있었다. 대상 시장도 아시아의 거의 모든 국가들을 포함하고 있어서 그 추정 규모가 30조 원을 넘어섰다. 구체적으로 시장 조사 대상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총 6개국이었다. 이 나라들을 대상으로 크게는 6개, 좀 더 세분해보면 16개 산업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야 했다. 각종 통계나 자료는 기본적으로 분석을 해야 하지만 보다 현실감 있는 조사를 위해서는 A사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각국 수요자(발주처)들을 가능한 많이 인터뷰해볼 필요가 있었다.
프로젝트는 B사 서울 사무소 소속의 신 이사가 주도하게 됐다. 신 이사는 본격적으로 컨설팅을 시작하기 위해 팀원들을 구성했다. 아시아 각국에서 시장 조사를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B사 서울사무소(5명)는 물론 싱가포르 사무소(2명), 중국 사무소(2명)에서 팀원들을 뽑았다. 또한 클라이언트인 A와 보다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B사 미국사무소(2명)에서도 팀원을 차출, 총 11명으로 시장조사 프로젝트 팀을 꾸렸다.
본격적인 프로젝트 시작에 앞서 신 이사는 이번 프로젝트의 규모와 범위가 크고, 팀원들이 여러 해외 사무소에서 뽑힌 인력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반적인 경우와는 매우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이고 단순한 프로젝트에서의 작업 계획이라고 하면 각자 할 일을 하나씩 명확히 분리해서 팀원 개개인에게 맡기는 식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방법이 유용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예를 들어 국가별 시장 규모 산정을 위해서는 거의 유사한 조사 방법을 여러 나라에 적용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작업을 각 나라별로 진행한다면 팀원들 간 노하우나 기본적인 시장 자료를 공유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비효율이 클 게 뻔하다. 신 이사는 무엇보다도 이번 프로젝트 성공의 열쇠는 팀원 간 공동 작업과 협업, 그리고 이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긴밀한 커뮤니케이션과 조정 과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 마디로 ‘내 일, 네 일에 선을 긋지 말고 하나의 팀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를 팀의 기본 원칙으로 정했다.
드디어 첫 번째 팀 미팅이 시작됐다. 각국 사무소 인력들이 비디오로 연결되고, 본격적인 작업 계획 회의에 들어갔다. 신 이사는 미리 생각해뒀던 팀의 기본 원칙들을 하나씩 설명했다. 대부분 팀원들도 이번 작업의 특성을 잘 이해했다. 즉, 다양한 산업과 6개 국가에 대한 분석을 동시에 가장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모든 일은 협의와 논의를 통해 공동으로 진행하자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회의를 마무리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그간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회의가 열렸다. 각 팀원별로 돌아가면서 진행 상황과 핵심적인 발견 사항들을 공유하는 회의였다. 신 이사는 지난 일주일간 수많은 회의와 긴밀한 공동 작업을 통해서 큰 진전이 있었을 것으로 기대하고 회의를 시작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작업의 진전은 둘째치고, 여기저기에서 불만과 우려의 소리들만 쏟아져 나왔다. 많은 담당자들의 발언은 이런 식이었다. “내가 담당한 작업은 고객 설문 조사였는데, 국가마다 필요로 하는 내용이 달라서 나는 일반적인 질문만 작성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각 국가별 담당자가 알아서 하도록 했습니다. 국가별 내용은 각 국가 담당자가 발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면에 국가별 담당자들도 불만이 많았다. “내가 원했던 국가별 GDP 성장률 자료가 없어서 후속 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GDP 자료 분석 담당자는 작업 일정을 앞당겨주기 바랍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느 한 작업도 깔끔하게 어느 한 명에 의해 설명이 되지 않았다. 잘된 부분은 내가 한 것이고, 미진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관여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는 식의 설명도 많았다. 이쪽저쪽 의견 차이로 별반 진행이 안 된 작업도 부지기수였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작업이 부진했던 경우에 어느 한 명도 총대를 메고 나서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신 이사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이런 식으로라면 석 달이 아니라 아무리 많은 시간이 주어져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방대한 공동 작업을 진행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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