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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십이 답이다

협업 or 분업: 효과 극대화의 길? ‘특정업무의 챔피언’을 중심으로 배분하자

김정수 | 201호 (2016년 5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분업과 협업의 원칙

1) ‘도출해야 하는 결과물이를 위해 필요한 작업중심으로 업무를 정리. 이후 작업 특성에 따라 결과물이나 작업 양자 간 하나를 택해 오너십 부여.

2) 특정 업무의챔피언을 도와 일하는 사람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균형 있게 부여.

3) 협업 체계에 대한 기여도를 적절하게 평가하고 보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구축.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A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에 앞서 컨설팅 회사인 B에 시장 조사를 의뢰했다. 이 회사는 생산하는 제품 수가 수백 개에 이르고, 사업 분야도 7∼8개 산업에 걸쳐 있었다. 대상 시장도 아시아의 거의 모든 국가들을 포함하고 있어서 그 추정 규모가 30조 원을 넘어섰다. 구체적으로 시장 조사 대상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총 6개국이었다. 이 나라들을 대상으로 크게는 6, 좀 더 세분해보면 16개 산업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야 했다. 각종 통계나 자료는 기본적으로 분석을 해야 하지만 보다 현실감 있는 조사를 위해서는 A사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각국 수요자(발주처)들을 가능한 많이 인터뷰해볼 필요가 있었다.

 

프로젝트는 B사 서울 사무소 소속의 신 이사가 주도하게 됐다. 신 이사는 본격적으로 컨설팅을 시작하기 위해 팀원들을 구성했다. 아시아 각국에서 시장 조사를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B사 서울사무소(5)는 물론 싱가포르 사무소(2), 중국 사무소(2)에서 팀원들을 뽑았다. 또한 클라이언트인 A와 보다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B사 미국사무소(2)에서도 팀원을 차출, 11명으로 시장조사 프로젝트 팀을 꾸렸다.

 

본격적인 프로젝트 시작에 앞서 신 이사는 이번 프로젝트의 규모와 범위가 크고, 팀원들이 여러 해외 사무소에서 뽑힌 인력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반적인 경우와는 매우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이고 단순한 프로젝트에서의 작업 계획이라고 하면 각자 할 일을 하나씩 명확히 분리해서 팀원 개개인에게 맡기는 식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방법이 유용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예를 들어 국가별 시장 규모 산정을 위해서는 거의 유사한 조사 방법을 여러 나라에 적용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작업을 각 나라별로 진행한다면 팀원들 간 노하우나 기본적인 시장 자료를 공유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비효율이 클 게 뻔하다. 신 이사는 무엇보다도 이번 프로젝트 성공의 열쇠는 팀원 간 공동 작업과 협업, 그리고 이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긴밀한 커뮤니케이션과 조정 과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 마디로내 일, 네 일에 선을 긋지 말고 하나의 팀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를 팀의 기본 원칙으로 정했다.

 

 

 

 

드디어 첫 번째 팀 미팅이 시작됐다. 각국 사무소 인력들이 비디오로 연결되고, 본격적인 작업 계획 회의에 들어갔다. 신 이사는 미리 생각해뒀던 팀의 기본 원칙들을 하나씩 설명했다. 대부분 팀원들도 이번 작업의 특성을 잘 이해했다. , 다양한 산업과 6개 국가에 대한 분석을 동시에 가장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모든 일은 협의와 논의를 통해 공동으로 진행하자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회의를 마무리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그간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회의가 열렸다. 각 팀원별로 돌아가면서 진행 상황과 핵심적인 발견 사항들을 공유하는 회의였다. 신 이사는 지난 일주일간 수많은 회의와 긴밀한 공동 작업을 통해서 큰 진전이 있었을 것으로 기대하고 회의를 시작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작업의 진전은 둘째치고, 여기저기에서 불만과 우려의 소리들만 쏟아져 나왔다. 많은 담당자들의 발언은 이런 식이었다. “내가 담당한 작업은 고객 설문 조사였는데, 국가마다 필요로 하는 내용이 달라서 나는 일반적인 질문만 작성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각 국가별 담당자가 알아서 하도록 했습니다. 국가별 내용은 각 국가 담당자가 발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면에 국가별 담당자들도 불만이 많았다. “내가 원했던 국가별 GDP 성장률 자료가 없어서 후속 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GDP 자료 분석 담당자는 작업 일정을 앞당겨주기 바랍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느 한 작업도 깔끔하게 어느 한 명에 의해 설명이 되지 않았다. 잘된 부분은 내가 한 것이고, 미진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관여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는 식의 설명도 많았다. 이쪽저쪽 의견 차이로 별반 진행이 안 된 작업도 부지기수였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작업이 부진했던 경우에 어느 한 명도 총대를 메고 나서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신 이사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이런 식으로라면 석 달이 아니라 아무리 많은 시간이 주어져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방대한 공동 작업을 진행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B사, 무엇이 문제인가

 

여러 명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큰 일을 하고자 할 때, 가장 큰 문제는일을 나눠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시너지 및 규모의 경제 효과여러 명이 공동 작업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비효율성간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관계다. 나눠서 일을 하면 내가 하는 일이 명확해서 좋겠지만 주변 사람들과 원활한 협조와 시너지 창출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반면에 여러 사람이 협의와 논의를 통해 모든 일을 진행하면 전체로서 시너지는 낼 수 있겠지만 B사 사례에서처럼 모든 사람이 모든 일에 관여하고, 결국 어떤 사람도 확실한 오너십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 돼 버리기 일쑤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높이 뜬 공 쪽으로 여러 명이 달려 가서 아무도마이 볼을 외치지 않는 상황이 돼 버리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분업과 협업 간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트레이드오프를 어떻게 최적화할 것이냐다. 분업의 장점인 효율성을 추구하면서도 협업에 따른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해야 한다.

 

 

 

 

효율성과 시너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쉽고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도출해야 하는 결과물이를 위해 필요한 작업을 중심으로 업무를 정리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처럼 가로축에는 프로젝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도출해야 할 결과물을 얻기 위한 핵심 질문 사항들(: 향후 시장성 및 수익성 전망)을 나열하고, 세로축에는 이러한 답을 얻기 위해 진행해야 하는 주요 분석 방법과 활동들(: 산업 리포트 분석 및 전문가 인터뷰)을 각각 나열해보는 식이다. 이렇게 표를 작성하고 나면 가로축이나 세로축 하나를 선택해 각 라인별로 명확한 책임자를 선정해야 한다.

 

우선 결과물을 중심으로 오너십을 부여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가령, 인도네시아에서 어떤 제품의 시장 성장성을 검토하는 일을 하기 위해 자료 분석, 수요처 인터뷰, 설문 조사가 필요하다면인도네시아 시장 성장성 분석을 맡은 사람이 이 모든 작업에 대해서 오너십을 갖는다. 반대로, 작업을 중심으로 오너십을 부여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고객 설문조사라고 하는 작업에 대한 오너십을 가진 사람이 모든 나라, 모든 산업에 제공할 설문 자료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면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일을 이렇게 칼로 무 자르듯 나눠 갖는 데에서 오는 손실이 있다. 하지만 다년간 수많은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던 필자의 경험상, 특정 오너십 없이 모든 일들을 협의하고 논의해서 진행하는 것보다는 가로축이든, 세로축이든 한 축을 정해 오너십을 부여하고 일을 진행하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물론, 어떤 축을 중심으로 오너십을 부여할 것인지, 즉 결과물을 중심(가로축)으로 삼을 것인지, 작업(세로축)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적절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결과물 중심으로 업무를 부여할 경우엔 방법론을 떠나 담당자의 마인드 자체가 문제 해결에 집중된다. 이에 따라 세세한 작업 방법보다는 늘 핵심 질문과 답을 궁리하게 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적지 않은 경우 문제와 답이 해결되곤 한다. 뿐만 아니라 일을 하다 보면 기존에 생각지 않았던 분석이나 작업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하는데 결과물 중심으로 오너십을 부여할 경우 이런 돌발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방법론을 중심으로 일을 배분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효율성이다. 팀원 간 업무 중복이 전혀 없어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은 데이터만 분석하고, 설문을 하는 사람은 설문만 하게 된다. 다만 이런 업무 분장은 의외의 변수나 돌발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엔 그다지 적절치 못하다. 따라서 전체적인 질문과 결과물 자체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효율성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할 수 있는 경우에 적합한 방식이다.

 

분업과 협업,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분업과 협업에 대한 노하우 및 관리 방안의 수준이 높지 않은 편이다. 많은 경우, 명확한 업무 분장이나 전결 규정보다는 상관의 개인적인 지시에 따라 일이 진행되며, 장기적인 계획하에서 일이 추진된다기보다는 그날그날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사항에 따라 진행되곤 한다. 다른 부서와 협의는 공식적 가이드라인 없이알아서 잘 협력하고 긴밀히 논의해서 진행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암묵적인 비공식 채널을 통한 협의가 많다. 우리나라 조직들의 규모나 세계적인 위상에 비해서 아직까지 분업과 협업은 이렇게 주먹구구식이 많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문서화되지 않은 운영의 묘와 비공식적인 채널이 업무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실제로 기여도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오퍼레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협업과 분업을 잘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기업의 글로벌화를 보면 대부분이 제품을 수출하는 데 집중돼 있다. 현지에서 많은 서비스가 수반되는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둔 사례를 찾아보기는 아직까지 힘들다. 한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해외에 파는 일은 한국적인 방식으로 분업과 협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지인을 고용해 보다 현장 밀착형 경영을 하면서도 본사와 역할 분담과 협업이 잘 되도록 운영하는 것은 아직까지 서투르다. 이게 바로 현지 서비스 사업에서 한국 기업들이 고전하는 주된 이유다.

 

보다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우선 업무의 회색 지대를 제거함으로써 명확한 오너십을 부여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러한 오너십은 해결해야 하는 문제와 결과물로 정의할 수도 있고, 이를 위해 필요한 작업이나 행위로 정의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모든 일에는 이른바챔피언이 명확해서 궁극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도록 해야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 기업들의 경우 비교적 단순한 업무에는 이런 원칙을 잘 적용하면서 정작 이러한 원칙의 중요성이 훨씬 더 큰 복잡한 업무에는 두루뭉술한 원칙에 따라 일을 진행하곤 한다.

 

 

두 번째로, 특정 업무의챔피언을 도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관련된 책임과 권한을 균형 있게 부여해야 한다. 아무리 오너십이 분명해도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모든 일이 이뤄질 수는 없다. 이때 협조 의무가 있는 사람에게는 여기에 필요한 권한도 같이 부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별 시장 규모를 산정하는 업무를 보조해 GDP 성장률 자료를 분석, 제공하는 사람은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할 책임도 있지만, 이를 시장 성장성에 어떻게 반영할 것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자료는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을 제공받을 수 있는 권한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협업 체계에 대한 기여도를 공식, 비공식적으로 평가하고 보상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평가와 보상이라고 하면 핵심성과지표(KPI)에 점수를 부여하거나 인사 고과에 반영되는 것만을 생각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를 장려하는 조직 문화가 더 중요한 경우도 많다. ‘내 일남의 일의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니라내가 챔피언으로 리드하는 일내가 지원함으로써 조직의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일로 업무를 나누어볼 수 있는 시각이 조직 내에 정착돼야 한다.

 

김정수 사우디아람코 마케팅 매니저 jungsu.kim@aramco.com

필자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국제통상 업무를 담당했고, 글로벌 전략 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 서울·동경·시드니 오피스 등에 근무했다. 베인&컴퍼니 파트너로 재직하며 국내외에서 중공업, 에너지 등 산업재 부문에 대한 경영 자문과 M&A 컨설팅을 주로 수행했다.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 국영석유 회사인 사우디아람코에서 원유 영업 및 마케팅 전략(Crude Oil Sales & Marketing Strategy)을 담당하고 있다.

 

  • 김정수 | - (현) GS칼텍스 전략기획실장(부사장)
    - 사우디아람코 마케팅 매니저
    - 베인앤컴퍼니 파트너
    - 산업자원부 사무관
    jungsu.kim@gscalte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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